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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의 한국 나들이
신아연 2013년 02월 07일 (목) 02:09:58
평소와 달리 오늘 제 글은 각별합니다.이 글이 나간 후 저는 한국엘 갑니다. 그러니까 한국엘 가기 전에 숙제를 다 해 놓으려고 글을 앞당겨 쓰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글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들이 먹어야 할 밑반찬도 만들어야 하고 김치도 담가야 합니다.

마누라가 곰국을 끓이면 집에 있는 남자는 바싹 긴장을 하거나 떨게 된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제 경우는 ‘대놓고’ 최대한 큰 들통에다 곰국을 끓여야 할 상황입니다. 청소와 이불 빨래, 옷정리도 해야 하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치약,치솔, 휴지 같은 것도 넉넉히 준비해 둬야 합니다.

한 달 전 비행기표 살 때 설레던 마음이, 막상 시일이 닥치자 원님 잔치에 가는 콩쥐마냥 좋기는 좋은데 해놓고 가야 할 일이 자꾸 눈에 띄어 다소간 심란합니다.

결혼 생활 18년간 남편과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출타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친구 하나는 어느 해 한 달 동안 한국을 가면서 식구들의 반찬을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일정한 크기의 저장 용기에 3인분씩, 끼니 때마다 먹을 음식을 벽돌 쌓듯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운 후 오징어 볶음은 1일, 불고기는 2일, 이런 식으로 식단별 날짜까지 써붙였습니다. 마른 반찬은 별도 용기에 장만해 두었고 찌개류는 양념에 잘 버무려 놓았기 때문에 물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도록 해두었습니다.

그 밖에 집안 구석구석을 반질반질하게 닦고 이부자리를 갈고, 옷장과 서랍을 정리하고 각종 공과금을 미리 납부해 놓았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엄마가 없는 동안 도시락을 가져갈 수 없는 남매가 학교 매점을 이용할 때 편하라고 2불, 4불 동전 묶음을 한 달치로 만들어 두었더랬습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역시 할 일을 모두 마쳐야 콩쥐의 가마나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비로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날짜를 미리 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한국에 갈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리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불상사나 부고가 아닐까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는 일은 이민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입니다. 어떤 새댁은 아들 돌잔치 준비하다 말고 시아버지 부고를 받아 허둥지둥 비행기를 타야 해서 ‘돌집 부조’를 하려던 주변 사람들도 ‘초상집 부조’로 봉투를 바꿔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만 해도10여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뜬 친정 오빠의 장례식 때문에, 또 그 전 해는 오빠 생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러 황망 중에 한국을 가야 했기에 집에 있는 가족들 챙길 경황이 없었습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몇 년 전에도 황량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느라 식구들 건사는 뒷전이었습니다. 같은 이민자들끼리는 ‘그게 다 외국에 나와 사는 죄, 가족과 떨어져 사는 죄’라며 씁쓸히 탄식조로 말하곤 합니다.

비행기가 큰 호를 그으며 활주로로 진입할 때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옆의 승객은 아랑곳없이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한 걸 보면 20년 넘게 호주에 살면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한국을 갔던 적이 몇 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좋은 일로 갑니다. 더군다나 5년 만입니다. 노총각 친정 조카의 결혼식도 보고 그간 자유칼럼그룹에 올린 글을 모아 책도 낼 예정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준비가 번다할 밖에요.

실상 좋은 일로든, 나쁜 일로든 각다분한 이민자의 처지에서 모국을 찾는 것은 그 자체가 위안이자 설렘입니다. 보듬는 어미 품에서 고물대는 어린 것들의 태평함처럼 태(胎)속 같은 평안이요, 휴식의 시간이며 천진한 자랑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누군가는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도 살아야겠기에 새 힘을 얻으러 다녀오고, 먹고 사는 일에 치이고 관계에 좌절할 때도 한국 가서 얼마간 쉬었다 오겠다고 합니다. 딱히 볼 일도 없으면서 해마다 가는 사람을 낭비하거나 사치스럽다고 치부하지 않는 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모국’을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슬픈 일, 아픈 일이 아닌 좋은 일로 가는 저의 이번 모국 방문은 사래 긴 밭을 매고, 물독을 채워 놓고, 베 한 필 다 짜고, 쌀 세 가마도 모두 찧어 놓아야 할 망정 모처럼 나들이에 들뜬 콩쥐의 그것처럼 즐거운 기대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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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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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봉 (60.XXX.XXX.96)
새해가 시작되는 때 모국에 오시는군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며 새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오셔서 새나라 맘껏 즐기시기를 바라는 맘입니다.새해만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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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06: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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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10)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100리도 넘게 떨어져 있는 광주로 유학 갔을 때 한 달이 왜 그렇게 길었던지, 마지막주 토욜날 오전수업 마치고 부리나케 광주역에 도착하여 여수에서 오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석탄 태우며 달리는 터우기관차 화통에서 날리는 석탄 가루가 하얀 교복에 무늬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향쪽 난간 붙잡고 고향역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뒤로 내빼는 고향같은 마을들을 하나도 놓지지 않고 새기던 제 마음이 지금의 콩쥐,아연님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물한 최고의 정서가 아닐까요? 전쟁을 핑게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해외입양아들은 24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들이 커서 고향을 그릴지 혐오할지 생각함 어지럽습니다~ 이제 그만 우리 대한민국 억지이별 중단하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모두 고국품에 안기게 해얍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의무요 도리가 아닐까요?
모처럼의 고국나들이,기쁘고 유의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세계 최고의 미항 시드니라도 돌아보지 말고 휑하니 날아와 쫀득쫀득한 향수에 맘껏 잠겨보시라! 그 뉘라서 시샘 하리요! 콩쥐를 자처한 아연님의 조국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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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3: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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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미 (60.XXX.XXX.96)
잘 다녀오세요. 남자들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획하신 일들 잘 치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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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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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60.XXX.XXX.96)
주어진 여건을 잘 살리며 열심히 살아가시는 필자님에게 부러움과 박수보냅니다. 그런속에서도 진솔한 글을 올리고 계시는 모습도 좋습니다. 누구나 가지는 애환이랄까 삶의 무게는 같다는 생각입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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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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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식 (60.XXX.XXX.96)
오늘신문에서 "평생 숨겨왔던 파독광부의 경력...이젠 가문의영광"제하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50년전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이국 땅에서 보낸 우리들의 형님과 누나들의 고충과 애환을 들으며,지긋지긋한 가난이 무엇인지? 후손들이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한 딸로 세계 속의 코리아를 심고있는 선생님님께 찬사를 보냅니다.즐거고 유쾌한 고향 길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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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1: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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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60.XXX.XXX.96)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책 출간도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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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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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7.XXX.XXX.4)
제 처가 이 곳에 저를 혼자 놔두고 서울에 들어가기 전 모습과 너무 판박이어서 웃음이 나와 몇자 씁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서울에 우리 애들을 놔 두고 올 때도 똑 같이 하고 온답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것은 이제는 양쪽이 다 스스로 먹고 사는(?)법은 터득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생전 라면도 안 끓여본 당사자들이 이제는 빵으로도 끼니를 떼우기(우리는 밥을 먹어야 밥먹었다고 하지요)도 하고, 저는 간단한 된장 김치 고기요리 생선구이 등등을 합니다.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누라 표 김밥이지요.
근데 중요한 것은 처가 있는 쪽의 당사자들은 그 기간동안 살이 찐다는 것 입니다. 그 것은 가기 전 제가 그렇게 말려도 바리바리 냉장고에 한가지라도 더 가득 채워 놓으려 하는 데 처의 정성 때문인가 봐요. 이 모습은 어찌 그렇게도 제 장모님과 똑 같은지 ㅎㅎ
이제 조직 생활에서 벗어나 개인 생활을 즐기다 보니 이런 모습들이 제 눈을 통해 가슴과 우뇌로 접수가 되어 지네요.
오늘 아주 재미있는 글을 읽었고 좋은 한국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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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18: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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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사모님도 그러신다니 저도 빙그레 웃게 됩니다. 여자들은 다 그렇지요. 그런데 반찬 해 놓고 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압도적입니다. 그래봤자 먹지도 않는다고. 그런데 utopco 님은 요리를 정말 잘 하시나 봅니다. 저도 다 압니다. 남자들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요.^^ 감사드리며,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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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2: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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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60.XXX.XXX.96)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한국 즐겁고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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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2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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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덕 (60.XXX.XXX.96)
서울에 도착할 날이 며칠 안 남았네요.

한국은 지금 눈이 오고 추위가 몰아쳐 도로 사정이 엉망입니다.
하지만 눈은 즐겁네요.
호주에서 눈 볼 기회가 별로 없었을텐데 와서 즐기기 바랍니다.
건강하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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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21: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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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철희 (60.XXX.XXX.96)
콩쥐의 한국 나들이 환영합니다.

신아연 님의 글을 읽노라면

그냥 한국에 눌러사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외국에 나가서 살다보면 애국자가 되지요?

해외교포분들 어께펴고 살 수 있도록

여기 사는 사람들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머무시는 동안

좋은일들만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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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21: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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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28)
모처럼 어려운 여행을 나셨군요. 집 생각은 그만하시고 나들이를 즐기시지요.
가사는 이제 분업의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지요. 집집미다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이미 변화는 한참 가고있어 보입니다.
얼마나 기쁘실지! 축하드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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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21: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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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혼자 가니까 괜히 미안해서 그러지요.^^ 설마 굶기야 하겠습니까. 제 도리를 하고 가야 제 마음이 가벼워질테니까요. 그래야 나들이에 집중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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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2: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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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114.XXX.XXX.98)
신아연 선생님의 고국 나들이를 축하합니다.
좋은 일로 오신다니 더욱 환영할 일입니다.
한데 선생님, 잠시 집을 비우는데 남아 있는 가족을 그리도 살뜰하게 챙기셔야 할까요?.
저도 예전에는 집 비우는 날짜 곱하기 2 하여 밥과 찬 국물들을 챙겼었는데 불온한(?) 제 친구들이 절 보고 덜 떨어진 인간이라며 함께 여행 못 하겠대요. 아줌마 나이들면 남는 게 배짱뿐이더라고... . 집 떠나는 신나는 판에 무슨 얼어죽을 밥타령이냐는 거였지요. '각자 해결하자.' 한 마디면 끝난다지 뭐예요. 이후 저도 홀가분하게 집을 나서 버리는데 그것 참 산뜻하다 싶데요.~~
즐겁고 편안한 고국 나들이 되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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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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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화끈한 친구분들입니다.^^ 저는 구식사람이라서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은데 겉으론 '내숭'을 떠는 식이죠. 어차피 떠나면 홀가분해 지는 거니까 갈 때까진 해 보자는 거죠, 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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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2: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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