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별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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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별과 꿈

- 불을 끄고 별을 켜자

방석순

2013년 02월 12일 (화) 02:59:03

고층 건물이 빼곡한 도심 아파트촌의 하늘은 기형적입니다. 이리 삐죽 저리 뻐끔 마치 옷감을 마르고 난 자투리 같습니다. 골목을 뒤지던 하루해가 빌딩 숲 속으로 사라진 후의 밤하늘은 그나마 잿빛입니다. 안개인지 연기인지 분간키 어려운 희부연 기운 때문입니다.

대견도 하지. 거기 눈곱만큼 열린 틈새로 한 줌 별들이 희미한 얼굴을 들이밉니다. 그러나 동서남북 방위를 가늠해 봐도 어느 별자리의 별들인지 짐작이 안 갑니다. 고개만 쳐들면 손쉽게 짚어내던 표주박 모양의 북두칠성도 어디쯤 숨었는지 찾아내기 힘듭니다. W자 모양으로 어느 별자리보다 모습이 확연하던 카시오페이아, 겨울철 별자리의 대표격인 오리온도 잿빛 속에 파묻혀 찾을 길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뛰어난 사냥꾼이었답니다.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오리온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의 오빠 아폴론은 이 사랑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는군요. 아폴론은 어느 날 바다 멀리서 사냥하고 있는 오리온을 발견하고 그를 과녁 삼아 동생 아르테미스와 활쏘기 내기를 합니다. 오리온인 줄도 모르고 화살을 명중시킨 아르테미스는 뒤늦게 자신이 오리온을 쏘아 죽였음을 알고 비탄에 빠졌습니다. 주신 제우스는 아르테미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는군요.

큰곰, 작은 곰, 백조, 쌍둥이, 페가수스… 도시에선 모두가 책에서나 찾아볼 이름들입니다. 대신 아파트촌엔 가로등, 방범등 불빛이 더 휘황합니다. 그 밝은 불빛들이 도심의 별들을 더욱 멀리 밀어냅니다. 늦은 밤 가로등 불빛 속으로 구부정하게 허리를 꺾은 아이들이 하나둘 유령처럼 지나갑니다. 야간 학습에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진 어깨, 휴대전화 조명에 비친 얼굴이 파리합니다. 아이들은 한밤중 길을 걸으면서도 현대의 신기(神器) 휴대전화에 얼굴을 파묻고 다닙니다. 아이들은 휴대전화 속에서 무얼 찾고 있는 걸까요. 아름다운 꿈? 멋진 미래? 겨우 한 줌 아파트촌 하늘에 뜬 별마저 무색해집니다.

별을 보지 않고서도 꿈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예전 사람들은 별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별을 보고 운명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겐 어떤 꿈이 있는 건지. 별을 삼켜버린 도심의 인공 불빛들, 촌각의 자유로움도 갖지 못한 아이들, 그들에게 꿈이 있기나 한 건지.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來日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追憶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憧憬과/ 별하나에 詩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윤동주 ‘별 헤는 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광섭 ‘저녁에’>

그리고 별 밭에 잠든 목장 집 딸을 지키는 목동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알퐁스 도데의 ‘별’, 물결처럼 밤하늘에 흐르는 별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등장해 어린 감성에 생장의 물을 부어 주었고, 지금껏 그때의 아련한 꿈에 취하게 하는 시, 소설, 그림들입니다. 요즘 아이들도 이런 시와 소설, 그림들을 읽고 보긴 하겠지요. 그러나 꿈은커녕 혹시 시험 문제로 맞닥뜨려 성가시고 골치 아픈 씨름 대상이나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심을 떠나 별이 쏟아지는 바닷가, 산골짜기에서 하룻밤이라도 지새우게 되면 객창에 어리는 밤의 풍광에 누구라도 잊었던 시심을 되찾아 시인이 되고 싶어집니다.

어제 밤 잠자던 東海岸漁村,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는, 莊嚴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 별들을 보았느니,// 이제, 나의 이, 오늘 밤 山莊에도, 얼어 붙는 바람 속, 우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같이 爛漫하여라.<박두진 ‘별’>

도심 아파트촌의 탁한 공기 속에서나마 잠시 별을 찾아내 어른 아이 함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한 시간, 아니 다만 10분 동안이라도 인간이 만든 모든 불을 일시에 끄고 별을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의 메마른 정서에 감성의 단비를 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파트촌의 꺼지지 않는 불빛에 질린 듯 손바닥 하늘의 별들이 파랗게 떨고 있습니다.

인내천 (183.XXX.XXX.44)

하늘을 우러러 영롱한 별을 바라 볼 수 없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이고,바라 볼 수 없는 지역은 불행한 지역이고,바라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별은 사라지지도 숨지도 않았고 의연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리고 숨기는 것은 우매하고 단편적인,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한, 철학이라곤 손톤만큼도 없는 우리 인간들입니다! 아니 물신에 찌들린 우리나라 사람들이고 특히 서울사람들입니다!
유럽 가 보셨습니까?
우리처럼 들쭉날쭉 건물들이 어지럽게 하던가요?
하늘을 찌르는 멋대가리 없는 초고층 건너편에 쪽방촌이 섞여 빈부 격차를 전시하던가요?
성냥갑처럼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들이 전국에 널려있던가요?
5층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내,얼마나 안정감 있고 편하던가요! 소외와 빈부의 격차를 무력화 시키며 평등과 균형을 웅변하고 있지요?
꿈꾸는 밤하늘의 별을 하나도 가리지 않지요?
별을 바라보며 자라는 아이들과 반짝이는 가로등만 바라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꿈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고 나라사랑이 다릅니다!
특별한 건물 외에 모든 건물의 높이를 5층으로 제한하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얼마나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겠습니까!
미관상 얼마나 편하고 포근하겠습니까! 건물주의 재력에 비례하는 제한 없는 건물전시장 서울은, 별 빛 감상마저도 차단하며 불균형의 극치를 보여주는 고에너지 소비의 각축장에 다름 아닙니다!
부아가 걸리거나 화재,벼락,지진등의 천재지변으로 전기가 차단되면 고층건물 지옥 아닌가요?
어째서 최악의 경우는 상정하지 않죠?
아하,이제 알겠네요~ 건물에 가려서, 돈과 명예에 가려서 밤 하늘 영롱한 별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란 탓이네요!
그리 메마른 정서를 지니고 밤 하늘 별보다 더 영롱한 분단조국의 통일 별을 바라 볼 수 있겠습니까?
강대국 눈치보지 않는 당당한 7천만 통일조국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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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8: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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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114.XXX.XXX.98)

잿빛 도심의 밤하늘에서 별을 찾으시는 선생님의 시심이 싯귀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별, 달, 바람소리, 나뭇잎 서걱이는 소리... . 밤 시간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은 모두가 공짜입니다. 저도 불을 끄고 별을 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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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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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묵 (59.XXX.XXX.88)

별 볼일 없는 사람은 그저 술잔에 가라앉은 달 보고 흥얼거리는거지. 달 대신에 30촉짜리 백열등이라도 비치면 그게 바로 이태백의 달이지. 도시의 회색달 대신 불 끄고 별을 켠 대자연에서 빛을 롱하는 방처사의 겨울 도원경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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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2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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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XXX.XXX.45)

도시에서는 어릴 적 평상에 누워 헤던 별들이 잘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해서 어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별도 거대한 우주의 순환질서에 작은(?) 친구들로 참여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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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11: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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