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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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셨습니까

허영섭

2013년 02월 13일 (수) 01:39:10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는가.”
설 연휴 동안 고향을 찾아 모처럼 뵙게 된 일가친척 어른들로부터 들은 훈계성 덕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얘기일 것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이미 끊어버린 경우라면 몰라도 담배의 끈질기고도 은밀한 유혹에 빠져 있는 경우라면 여간 듣기 거북한 인삿말이 아니었겠지요. 새해가 시작되고 금연을 작정했으나 작심삼일로 끝난 경우라면 더욱 난감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흡연자들은 어디를 가나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물론 공원, 길거리 정류장에서 평소 버릇대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간 단박에 따가운 눈총이 날아오기 마련입니다. 사무실에서도 이미 기피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층 건물마다 현관 입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흘끔흘끔 의식하며 끼리끼리 담배를 피워대는 회사원들의 신세가 바로 그러합니다.

흡연이 본인의 건강에는 물론 담배 연기를 맡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해하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제한 조치일 것입니다. 이제는 흡연자 본인들도 이런 사실에 대해서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설픈 배짱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도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슬며시 거둬들이는 경우를 곧잘 목격하게 됩니다.

이렇듯 흡연가들에 대한 제도적, 심리적 압박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담뱃갑 포장에 경고 문구가 들어간 지 벌써 오래이며, 공항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동물원의 원숭이 처지를 감수해야 합니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마치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까지 느껴집니다. 업무상 서로 마주앉게 되면 일단 담배부터 탁자에 꺼내놓고 얘기를 시작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입니다.

여기에 담배의 유해성을 제대로 알리려면 담뱃갑에 경고 문구 차원을 넘어 아예 혐오스런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폐와 기관지가 엉망으로 망가진다는 내용이겠지요. 담배에 발암 성분을 포함하여 수많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고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끊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충격요법을 동원해서라도 담배를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포함하여 각국에서도 그런 추세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모르기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조치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자들을 인격적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처사입니다. 흡연자들에게 그런 방식으로 자기멸시와 자학감을 불어넣는다 해서 사회적으로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될까요. 스스로 독극물에 중독된 정신이상자임을 인정하라며 항복 선언을 받아내겠다는 도덕적 우월감의 발로입니다.

만약 그런 정도로 흡연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로 인해 별도의 암거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아울러 담배 판매를 통해 정부가 걷어들이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부담금도 모두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입니다. 마치 마약 중독자들에게 마약을 팔면서 세금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담뱃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논의마저 새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마당입니다. 흡연자 모임의 회원들이 연명으로 인수위원회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까지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한 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는 얘기로는 한 갑에 5천원까지, 더 나아가 단계적으로 7천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금연 효과와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가장 손쉬운 방안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방안은 그동안에도 몇 차례나 검토되어 왔지만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데다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논의로만 끝났던 것입니다.

담뱃값이 오르면 실제로 금연 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세수를 늘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고 하면서 담배 세금에 기대어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쩐지 탐탁스럽지 않습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경제를 위협한다거나 물가상승 요인이 된다거나 하는 얘기까지 구차스럽게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담뱃값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그치는 게 상식적인 결정입니다.

흡연자들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혐오스런 그림이나 대폭적인 가격 인상은 납득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만약 그 이상으로 규제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국회에서부터 엄격한 단속이 이뤄져야 합니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을 가리지 않고 담배를 버젓이 꼬나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신병자에 앞서서 특권의식에 젖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선량들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임은 물론입니다.

인내천 (183.XXX.XXX.44)

백해무익인 담배는 피우지 않는게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으로 한사코 유용론을 주장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기 때문에 될 수 있음 끊는게 모두에게 유익하니까요.
그렇지만 혐오 그림이나 가격 인상을 통한 금연 촉진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세수를 늘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직접세(소득세,법인세,부동산세) 비중은 전체 세수에서 70~80%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52,2%에 불과합니다. OECD국가의 평균법인세율은 35%를 상회하는데 우린 겨우 20%입니다.
껌벅 죽는 미국의 개인소득세 비중은 전체 세수에서 42%를 차지하는데 우린 14,6%에 불과합니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똑같이 부담하는 간접세만 양산하여 부자들의 과세를 피해가는 것입니다!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상식이고 도리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담배를 싫어하는 저이지만 부자들의 과세를 담배에다 전가하려는 엉뚱한 발상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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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4 09: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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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1.XXX.XXX.252)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담배를 피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흡연 여부를 떠나서도 이런 문제는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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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4 12: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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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j56 (1.XXX.XXX.211)

우리 집안에는 담배 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데
저의 작은 아들이 5살 때 종이를 돌돌 말아 담배피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하는 걸 보고 제가 기겁을 한 적이 있답니다.
아이들은 보는 대로 배우는데 TV에서 아무 방비대책도 없이
유명 배우가 담배 피는 모습을 보여 주니
여자아이들 조차 담배 피는 것이 나쁜 것 인줄 모르고 배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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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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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j56 (1.XXX.XXX.211)

담배값을 올린다면 당장 흡연자인 사람들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담배는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못배우고 가난하고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어찌하다 배워서 피는 경우가 왕왕 있답니다.
그런 사람들 수도 없이 끊으려해도 끊지 못하는 것은 담배 중독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방법보다는 테레비나 영화 같은 곳에서 담배 피는 모습을 가능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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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7: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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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1.XXX.XXX.252)

좋은 지적이십니다. 요즘은 텔레비전에서도 사회적인 영향 때문에 담배 피우는 모습을 부분적으로 지워서 내보내고 있습니다만 영화에서는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흡연을 규제한다는 것이 여기저기 신경을 써야 하기에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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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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