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의 시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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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의 시대적 과제

임종건

2013년 02월 21일 (목) 00:41:1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나흘 뒤면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어렵사리 조각(組閣) 인선을 마쳤지만 청문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48%대로 떨어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여론이 70%대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 국민들은 '실망 속의 기대'라는 냉정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세월이 어찌 보면 진흙탕 세월이었습니다. 흙탕물 묻히지 않고 살아 내기가 쉽지 않았던 세월이었습니다. 그렇기로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이 아주 없기야 하겠습니까?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축재, 자녀 병역의혹으로 낙마한 뒤, 새로 지명된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같은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전 대통령들보다 크게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이 실망하고 불안해 하는 까닭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은 한국 정치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입니다. 예부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각종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 후보를 더 안 찍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운명적인 굴레도 있었습니다. 그런 역경을 뚫고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국민들의 기대는 각별합니다.

국제정치에서 여성 파워는 제법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동남아 서남아 국가들에서 여성 대통령 총리는 흔합니다. 태국에선 총리가 현직입니다. 남미와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3국도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많습니다.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영국에선 마가렛 대처 전 총리가 걸출합니다.

여성의 정치적 파워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지역이 유교의 가부장제 전통이 강한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입니다. 일본에서 여성 총리는 아직 꿈도 못 꾸는 일입니다. 20여 년 전 야당인 사회당에 도이·다카코 당수가 있었습니다. 중국도 매한가지여서 모택동(毛澤東) 주석 사후 그의 처 강청(江靑)이 권력을 찬탈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 일본 외에 미국 러시아를 포함한 4대 강국이 모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은 이제 겨우 기지개 단계입니다. 차기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는데, 심각한 지병이 드러나 출마 자체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미국에서 흑인은 여성보다 50년 앞서 1870년대부터 참정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것이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면 여성 대통령은 최소한 50년 뒤 독립 300주년 될 때쯤에나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가 자리를 번갈아 차지하는 희한한 교대(交代)정치를 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여성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도 요원해 보입니다.

이들 4대강국 중에서 한국의 대선에 가장 관심이 큰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선거 전 서울 주재 한 일본신문의 특파원은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가장 큰 쇼크를 먹을 나라가 일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선 직전인 작년 12월 16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둬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했습니다. 자민당은 극우적인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한국에선 여자 대통령까지 탄생했는데 일본 정치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선택을 했으니 내심 한국인의 선택에 놀라워 했을 법도 합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의 작년 12월 21일자 ‘天聲人語(천성인어)’ 칼럼은 박근혜 차기대통령에 대해 “피에 물든 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일생동안 흘릴 눈물’을 흘린 그 사람이 청와대로 돌아온다.”면서 “부친의 위광(威光)은 있었을지라도 유수한 남성의 사회에서 뽑힌 여성이다. 상대 후보(문재인)보다 친일적이라 해도 만만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일본에서는 이만큼 울면서 커온 정치가가 없다.”고 썼습니다.

IT시대를 리드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이 이번 선거에서 여자 대통령까지 만들어 낸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적 역동성에 못지않게 정치적 역동성도 높이 평가될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성 대통령 감을 정치적인 자산으로 키워 온 나라, 그런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 가운데 “살림은 여자가 잘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칠고 허세적이고 부패한 것으로 인식되는 남성의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자, 알뜰하고 깨끗한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갈구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성패(成敗)는 개인적 기질의 문제이기보다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청렴결백해도 주변이 혼탁하면 헛일입니다. 고위공직 인선에서 도덕성의 결함이 능력으로 평가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병역의혹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걸러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때이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의도를 중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모성의 포용력’은 우선적으로 야당에 대해서 발휘돼야 합니다. 야당의 반대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형식이나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자주 만나서 인내를 갖고 설득해야 합니다. 대통령들의 실패는 모두 교만과 독선에서 시작됐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정치의 패러다임도 바뀌기를 바랍니다. 상대가 실패해야 내가 이긴다는 정치는 잘못 쳐진 덫입니다. '상대도 잘 했지만 나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플러스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그 네거티브 덫에 갇혀 상대 발목잡기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았던 것이 여야의 모습이었습니다. 싸움을 하더라도 명분이 뚜렷한 큰 싸움만 하고, 국익이나 민생과 관련된 정책에선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 의사당을 뛰쳐나가는 '거리의 정치'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민주당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고 애석해 하지만 그런 정치로는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 18대 대선이 말하는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련 속에서 단련된 강인함과 여성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력으로 5년 뒤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통일한국의 기틀을 세우는 데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drypen (211.XXX.XXX.73)

임종건 드라이펜 자유칼럼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사회로서 대혁신을 이룩한 계기의 틀이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계화시대에 필히갖처야할 사항을 늦으나마 우리민족이 쾌거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닥아오는 동북아시대에 대한민국이 큰별의 두각을 보여줄 수 있는 징조라고 사료됩니다. 그러므로 임종건 선생의 칼럼은 저의 평소의 마음을 고착화할 수 있는 글 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감사 드립니다. 2013. 2. 21. 민선 2기 고양시장 황 교 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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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07: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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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pen (211.XXX.XXX.73)

권오갑

임 사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에 매료됩니다

하여튼 잘 이끌어 나가야 할 텐데 ..

요즘 보니 안심이 안되네요...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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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07: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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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pen (211.XXX.XXX.73)

박현효

'암탁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했더니 1995년에 돌아가신
제 아버님께서 살아생전 항상 하시던 말씀이네요.

정말 이런 말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근혜대통령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러고 보니 일본 보다는 대한민국이 훨씬 선진국인듯 싶습니다. 그런 히스토리도 처음 들어봅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많이 가르쳐주심에....

야당도 정말 초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야당이 살길이기도 하지요.
그정도 판을 깔아주었는데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정당해체 해야겠지요?

요즘, 정부조직개편에 동의 해주지 않고 애를 먹여요?
조금더 시간이 지나가 보세요.
야당 또 국민한테 욕 엄청 먹습니다.
꼭 욕먹을 짓들만 골라서 하고 있어요.

새로운 여성대통령 앞길에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보호하심 그리고 한없는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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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07: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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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pen (211.XXX.XXX.73)

ourtoppark@lycos.co.kr

박국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제는 대통령(중앙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적 기대감에서 벗어나 국민 각자가 개성을 살리고, 자기주도적으로 역할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런 방향으로 사회가 진전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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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07: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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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준태 (118.XXX.XXX.110)

본 칼럼의 내용 전반에서 성(性)적 관점이 드러난 것은 맞지만,
그 기준만으로 대통령을 조명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자 논지에 대한 오해가 아닐지요.
새 대통령이 확정된 현실적 상황에 비추어 미래를 논할 뿐입니다.
'박 당선인'이, '여성 대통령'이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대통령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거결과가 주는 시대적 상징성에 대해 논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말씀하셨듯이 빈부격차 해소와 평화통일은 이 시대의 주요 과제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 극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더 어렵고 심각할 수 있습니다.
성차별 문화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왔다는 결과자체가 주는 의미에 주목하자는 말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큰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곧 우리 역사를 써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부족하다는 것은 지나친 주관이자 우리 모두에 대한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정선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는 말도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군요. 합법적인 절차 속에서 국민들이 선택했습니다. 혹 당선인 아버지의 독재정권을 회고하자는 의미라면, 운동과 항쟁을 통해 이를 타개하고 지금의 민주정치를 만들고자 노력한 그시절 수많은 희생들에게 미안한 일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 얽매인 잣대를 언제까지나 운운할 필요도,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어느정도 임기가 진행되었을 시기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기준에 충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는 새 대통령이 취임도 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기우(杞憂)라고 생각합니다.
우려와 불신보다는 응원과 믿음, 그리고 아낌없는 조언이 더 나은 새 대통령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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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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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39)

성적 관점으로만 조명했다는 제 견해의 지적에 대해선 수용을 하면서 다른 관점에서도 피력하신데 대해 인정합니다.
제가 무엇보다 분단 국가의 대통령이 갖춰야할 첫번째 덕목은 통일에 대한 열망과 비전임을 강조하고 싶은 나머지 오버했다면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부정선거의 여운에 대해서는 몇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면 부정선거가 아니죠.
그런데 공직선거법 부칙 5조(전산조직에 의한 개표)에는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는 보궐선거에만 적용하게 되어 있고 그것도 여야 양당의 합의를 거친 후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전자개표기를 사용해본 결과 조작과 헤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 하고 방지하기 위해 1994년에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이 조항이 제정되었고 그 전산장비도 공인 인증기관에서 이상이 없다는 검증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18대 대선이 보궐선거인가요?
이번에 사용한 개표분리기는 어떤 기괸에서도 공인 인증을 받지 않았고,인증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개표분리기는 수개표를 한 다음 확인을 위한 것이지 수개표를 생략하고 전자개표기로만 하는 것은 엄연히 절차적인 불법인 것입니다.
법으로는 전자개표기는 보궐선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정해놓고 정식선거에 사용한 것은 불법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지난 총선 역시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투표법은 절차법이기에 후보간 표차이가 문제 아니고 절차가 불법이면 그에 상관없이 무효라는 것입니다!
예전 선거법은 투표함을 임기 끝날 때까지 보관하게 되어 있으나 잔자개표기를 도입하면서는 개표후 1개월 밖에 안되어 부정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7천여명의 소송인단이 무효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중앙선관위는 서버교체작업을 시도해서 증거인멸에 안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일이 새 대통령 취임식인데 부정선거를 논하고 있다는게 씁쓸하네요.
그렇지만 도둑이나 강도는 용서할 수 있어도 국민의 신성한 권리가 불의한 소수에 의해 간단한 조작과 헤킹으로 도둑맞는다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기에 엄단해얍니다!
저의 기우가 제발 기우로 끝났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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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22: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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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막혀 (211.XXX.XXX.73)

공직선거법 278조에 중앙선관위는 투개표의 정확하고 신속한 관리를 위해 사무전산화를 추진한다고 돼 있잖나요? 부칙은 1994년 이 법이 제정된 후에 실시되는 보권선거에도 전산투개표를 하라는 것이지 보궐선거에만 전산투개표로 하라는 주장은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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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2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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