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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박상도 2013년 03월 07일 (목) 02:43:23
몇 년 전 일입니다. 아들녀석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여름방학캠프를 태국으로 간다고 해서 캠프 참가비로 삼백오십만 원 정도를 낸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 해외 어학 연수비가 몇 백만 원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건 강남의 학원 얘기고 공교육 기관인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국제중학교는 예외였던 겁니다.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 월급을 캠프 비용으로 내면서 ‘무슨 캠프를 해외로 간다고 야단법석이지? 그나저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형편이 어려운 집은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걱정을 학교에서도 했는지 학급 회장 어머니들에게 특명이 하달됐습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입학한 아이들이 캠프에 같이 참가할 수 있게 모금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막 아이들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킨 어머니들이 모금에 적극 동참을 했고 그 결과 한 반에 거의 천만 원에 육박하는 돈이 모금되었다고 합니다.

모금에 참여한 선량한 학부모들은 ‘그래, 더불어 사는 사회인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같이 캠프에 참가해야겠지’라는 생각으로 모금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실체를 알게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가정 형편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의 부모가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학교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다자녀 전형입니다. 세 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은 자녀 중 한 명을 다자녀 전형으로 입학시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녀 셋을 둔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의 출생에서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가 평균 2억 6000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자녀 셋이면 7억8천만 원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이러니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물론 어려운 형편에 아이까지 많은 가정도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의 학생이 국제 중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보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이들에게 사회가 따뜻한 배려를 해주자는 것인데 취지는 좋으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말이 좋아 한 부모지 다른 집 열 부모 못지않게 가정 조건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배려에도 우선순위가 있을 것입니다. 국가 유공자의 자녀, 의사상자의 자녀, 하위직 군인 및 경찰, 그리고 소방 공무원과 환경 미화원 등 우리 사회가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배려해줘야 하는 분들을 우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마땅히 먼저 받아야 하는 사회적 배려를 있는 사람들이 약삭빠르게 낚아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염치없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강변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법보다 앞서는 개념이 ‘법 감정’입니다. 삼척동자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인교육을 외치며 설립인가를 받은 국제중학교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올려 놓고 벌써 수년째 이를 악용했습니다.

영훈 국제중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이 하나둘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국제중학교 학부모들은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보도가 되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경쟁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사립 초등학교, 국제중학교, 그리고 특수 목적 고등학교는 ‘갑 중의 갑’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영훈 국제중학교 졸업생 4명 중 3명이 특목고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일반 중학교에서 전교에서 한두 명 정도가 겨우 특목고에 입학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수시선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시선발의 기준이 되는 전형 요소는 스펙입니다. 그리고 이 스펙을 쌓는 데 유리한 학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특목고입니다. 또한 모든 입시에서 내신은 상당히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시험만 잘 봐서는 내신이 잘 나올 수 없습니다. 수행평가라는 것이 있는데 과목별로 선생님이 과제물과 수업태도를 평가해서 점수를 줍니다. 학교마다 수행평가 점수 비중은 차이가 있는데 비중이 50%나 되는 곳도 있습니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선생님 기침 한 번에 학부모는 몸살을 앓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학교는 대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마음대로 휘두릅니다. 학부와 학생들은 학교의 부조리한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교육청은 무슨 영문인지 소 닭 보듯 모른 체합니다. 알고 보니 교육청을 퇴직한 공무원들이 사학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는 보편화 일상화된 일인가 봅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의 해외 썸머 캠프비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한 돈이 어떻게 누구에게 쓰였는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부모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부모도 감히 어디에 썼냐고 물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비리가 밝혀져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비교적 중대한 잘못을 범해도 설립 인가가 취소된 학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각지대가 바로 교육현장이라는 것을 알만한 학부모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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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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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XXX.XXX.109)
교육현장에서 그런 일이! 풍문으로는 들었지만 설마했는데 사실이었군요. 놀랍고 울울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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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4: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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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7.XXX.XXX.4)
국가의 동량을 키우는 교육현장은 정의가 평화처럼 흘러야 되는데,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각종 제도로 극히 왜곡되어 아이들이 좌절과 슬픔으로 성장되는 운명이니 언제나 이 사회가 올바로 굴러갈지 한심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날까지 쉬지 말고 좋은 컬럼 써주시고 전파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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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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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163.XXX.XXX.5)
대학생이 되면서 모닝와이드를 보는 경우가 줄어들었지만, 박상도씨에 대한 훈훈한 모습과 언변은 기억에 잘 남습니다.
이번 글 읽고, 많은 점들을 느껴봅니다. 특목고, 특목중의 현실을 자세히 모르지만, 오늘날에 만연하고 있는 여러 비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가진 자들의 세상이 도래한 이상, '돈'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회가 없는 자들에겐 '불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순응'만이 보여지고, 있는 자들에겐 하나의 '권력', '필수물'로 비춰지는 듯합니다. 정말로 아쉬운 현실인 듯합니다.
영훈 국제중에선, 학교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을 칼럼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실제론 일부 학부모들에게 쏠린 권력을 대리하여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싶습니다. 배후에 조종세력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실제 몇몇의 강력한 학부모들로 인해, 학교 내의 복지 및 행정체제가 변화되더군요. 학교 2013을 통해서도 일부 알 수 있는 사례인 듯합니다.
교육현장이 이렇게 더럽혀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할 사항이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질 향후 2020~30년대에는 어떤 모습이 이어질지가 이번 10년대의 모습에 달려있을 것 같아 보여서 말입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전의 경험과 현황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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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08: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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