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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남북관계
이승훈 2013년 04월 16일 (화) 00:38:44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 중에 ‘간첩 잡는 똘이 장군’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보낸 간첩을 주인공인 똘이 장군이 퇴치하고 더 나아가서는 북한에 들어가서 김일성까지 처단하는 것이 만화의 줄거리인데, 특히 마지막 순간에 간첩은 늑대로, 김일성은 돼지로 변하면서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에조차 반공이라는 주제를 담아야 했던 당시의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입니다. 이처럼 당대에 촬영되고 상영되는 영화, 특히 북한과 관련된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에는 해당 시대의 남북관계와 북한을 대하는 대중의 관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노벨 평화상 수상 등으로 한창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2000년에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이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북한에 사는 주민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얼마든지 인간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2005년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전쟁 중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병사까지 함께 힘을 합해서 평화로운 시골마을 동막골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많은 이에게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은은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험악해진 2010년대에 들어 영화 속에 나오는 북한인들은 기존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2012년 개봉한 ‘코리아’에 나오는 북한의 요원들은 공화국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탓에 북한 선수들의 작은 실수 하나라도 찾아내어 어떻게든 남북한 합동 대표팀을 와해시키려는 이들로 그려졌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이런 요원들의 감시와 압제 때문에 작은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불쌍한 존재로 나옵니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장면으로 북한의 최경섭 선수가 한국인 코치에게 명함을 받은 일이 망명 시도로 간주당하는 일이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표 팀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 상황을 현정화를 필두로 한 남한의 선수들이 무릎을 꿇고 사정하여 간신히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는 식의 허구를 끼워 넣은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실제 1991년 탁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은 서구권에서 열리는 대회에 자주 참가하여서 서구적인 의미의 교양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었던 데다가 선수들 모두 북한의 국민적 영웅으로 당내 서열이 그들을 통제하는 요원들보다 높았기에 거의 통제 받지 않은 자유로움을 누렸다는 신문 보도도 있었습니다. 즉 영화 '코리아'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그동안의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호감 가는 사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졌고 언제 어떻게 돌발행동으로 대화를 중단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의도적으로 되돌린 듯합니다.

이에 더해 얼마 전 개봉했던 '베를린'에서 북한인은 임신한 여직원에게 성 접대를 시키고 베를린 주재 대사조차도 배신을 이유로 정식 재판 없이 잔인하게 고문해서 죽입니다. 북한을 자신의 요원이라도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이용하고 버리고 일반 시민들이 생활하는 백주대로에서 주저 없이 총격과 테러를 가하는 악의 제국으로 그린 겁니다. 이는 '간첩 잡는 똘이 장군'에서의 늑대와 돼지로 돌아간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 보기가 두려운 요즘입니다. 북한은 연일 선전포고에 가까운 엄포의 수위를 높여만 가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은 무력 도발을 할 시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점점 긴장감은 높아만 갑니다. 언론에서 들려오는 북한의 소식은 어렵게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실상과 북한군의 동향을 전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고 북한에 관련된 서적 역시 철저하게 비판적인 시선으로 쓰인 것들을 제외하면 너무 전문적이라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것들뿐입니다.

남북관계가 험악해졌기에 우리에게 북한과 북한인들이 점점 더 멀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험악해졌는지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북한과 북한인들의 정확한 실상을 알고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그들이 삼대 세습을 감행한 사정을, 또 그들이 왜 그토록 전쟁을 두려워하면서도 전쟁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지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자는 얘기는 그들의 삼대 세습이나 무력 도발을 정당하다고 인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납득 못할 행위를 일삼는 데는 어떤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를 알아야 그들에 대한 공포감도 줄어들고,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데 대한 국민적 공감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북한을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공포의 대상에서 그들만의 사정을 가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되돌리려는 미디어의 노력이 꼭 필요한 요즘입니다.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한림대학교 임플란트외과학 석사.
단국대학교 치의학 박사과정 재학 중.
현재 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이수백 치과에 근무하며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외래교수를 맡고 있음.
2010년 인터넷신문에 '치과에서 바라 본 세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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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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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고립되어 산다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을 참 고통스럽게 하지요... 하물며 같은 민족임에야...
전쟁을 두려워 하면서도 전쟁에 호소하는 방식, 그들만의 사정을 가진 우리와 같은 인간... 이승훈의 따스한 마음씨가 베어있는 글입니다. 안타깝고 안쓰런 마음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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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6 13: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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