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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수선한 세종청사
고영회 2013년 05월 08일 (수) 00:45:25
지난 4월 말 어느 정부부처 자문회의가 있어 정부 세종청사에 갔었습니다. 공사가 한창일 때 가보기는 했습니다. 일부라도 정부부처가 옮겨간 뒤에는 처음이기에 약간 설레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가는 대중교통편이 자주 있지 않지만, 다행히 남부터미널에서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시외버스가 있었습니다.

세종청사 앞에 내리니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청사 주변에는 바닥에 자갈을 깔고, 노끈으로 차 둘 곳을 표시한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공사하는 차가 자주 오가는 등 청사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종합민원실에서 방문증을 받았습니다. 회의실에 가려면 다시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출입구로 가라 합니다. 건물 모양을 보고 갈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체로는 작품일지 모르지만 일보러 찾아간 형편에는 건물 모습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알려준 출입구로 가니 청사 경비대가 앞을 막습니다. 방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담당자가 나와서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담당자와 연락하려 해도 자리에 없습니다. 담당자는 회의 준비로 바빴겠죠. 회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담당자랑 연결이 안 되니 도리없이 입구에서 붙잡혀 있습니다. 회의시간이 급하다고 얘기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꼭 담당자랑 같이 들어가야 한다면 방문증을 왜 받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청사에서는 부처별로 방문증을 받고 직접 찾아가면 됩니다. 회의 시간이 촉박하건 말건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 틈새에 낀 우리만 골탕을 먹습니다.

일 볼 사람이 왔다고 담당자가 1층 출입구까지 나와야 한다는 규정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보안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 동행해야 한다면, 입구에서 부서로 안내를 맡을 사람을 두면 될 것입니다. 그게 효과가 좋고, 민원인을 편하게 하는 것일 텐데요.

회의 끝나고 서울 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갔습니다. 주변에 차표를 파는 곳이 안 보이기에 그냥 타면 되는가 보다 생각하고 차를 기다렸습니다. 차가 오니 다른 사람들은 차표를 꺼냅니다. 갑자기 당황스럽습니다. 옆 사람에게 물으니 민원실에 가야 차표 발매기가 있다고 합니다. 버스표를 버스정류장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상식일 텐데... 여기를 다니는 버스에는 교통카드 단말기도 없습니다. 정보통신 강국이라면서, 교통카드가 안 됩니다. 정부 청사가 옮겨오고, 민원인이 많이 방문할 게 틀림없는데,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반 국민은 이래저래 힘듭니다.

전 정부에서 세종청사 수정안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다 시간을 다 보내고 이주 계획을 무리하게 잡은 탓인가 봅니다. 주변 정비, 교통편, 주차장, 주거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일정에 맞춰 옮겨서 생긴 일이겠지요. 일정이 잘못됐으면 바로잡아 가는 게 정상인데.

90년대 말 이동전화 피씨에스(PCS)를 상용 서비스할 때가 생각납니다. 기지국이 모자라 전화가 터지는 곳이 별로 없는데도 개통했죠. 온 국민이 실험대상이 됐습니다. 서울 교통체계를 바꿔 시행할 때도 그랬습니다. 시내버스 노선 번호가 통째로 바뀌었는데 안내를 받기 어렵고, 교통카드가 작동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처리되는 일도 많았습니다. 준비가 모자라 생긴 모든 불편은 일반 시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마구잡이로 시행하면 시민이 실험대상이 됩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벌판 위에 선 세종시 모습을 머리에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계속 실험대상이 되어도 잘도 참아냅니다. 우리는 참을성이 참 많은 국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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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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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고선생님의 글은 항상 공감하는 시원한 내용이라서 통쾌합니다. 계속 기다려집니다.
애독자 이무성사룀
2013-05-09 04:30:08
답변달기
2013-05-13 17:07:16
0 0
고영회 (119.XXX.XXX.227)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면 많이 고쳐지겠지요. 공감합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3-05-13 17:09:21
0 0
봄날 (175.XXX.XXX.168)
빨리빨리 문화 양적 실적 평가 제도 등의 예가 여기서도 나타니군요. 이런 관행이 개선될려면 시민들이 불편함. 부당함에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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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10:22:05
0 0
고영회 (119.XXX.XXX.227)
네! 같이 나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3-05-13 17:08:0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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