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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뜯어고치기
임철순 2013년 05월 23일 (목) 00:37:53
대한민국은 성형왕국입니다. 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얼굴을 뜯어고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순전히 이뻐 보이고 싶어서, 또는 자신도 모르게 성형 중독에 걸려서(내 마음 나도 몰라) 턱을 깎고 코를 세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형수술은 원래 ‘상해나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인체의 변형이나 미관상 보기 흉한 부분을 교정하고 회복시키는 외과 수술’입니다. 그러나 요즘 수술은 성형이 아니라 미형이라고 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성형외과 의원이 수도 없이 많은 압구정동에 가면 조금 전에 지나간 여자애가 금방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타납니다. 그새 남친을 바꿨는지 사내 녀석의 얼굴도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한류라는 말을 아무데나 갖다 붙여도 되는 세상이니 ‘성형 한류’라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 한류 바람을 타고 성형수술을 받으러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서울에서 얼굴을 고친 중국 여성이 귀국할 때 애를 먹었다지요?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이 너무 달라서 입국을 제지당했다나 어쨌다나.

‘바로 그거다! 얼굴을 바꾸는 ‘페이스 오프’(face off) 작전을 쓰면 경찰이 잡지 못하겠지?’카지노 업주의 집에서 120kg이나 되는 금고를 통째로 뜯어간 일당 3명 중 동거 중인 남녀는 이런 생각에서 턱을 깎고 얼굴을 고쳤습니다. 그들은 8개월 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허망하게도 범행에 쓰인 차량의 위조번호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실제 번호판 번호가 드러나 검거되고 말았습니다.

회사 돈 47억 원을 들고 사라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마에 보형물을 넣고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세워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했지만 결국 꼬리가 잡혔습니다. 검거 당시 그는 성형수술을 한 부위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수술은 얼굴 모습을 변화시키지만 개인적인 특징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성형 전후의 얼굴을 비교할 수 있는 과학수사기법이 개발돼 아무리 얼굴을 뜯어고쳐도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얼굴을 바꾸는 것은 좋게 보면 면모를 일신하는 일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안면을 싹 바꾸거나 몰수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을 마주 볼 면목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얼굴로 대중 앞에 서려 하고 추하거나 부끄러운 얼굴이 하루빨리 잊히기를 바랍니다. 상품 밀어내기 떠넘기기, 폭언과 욕설 등 갑으로서 온갖 횡포를 부리며 영업해온 우유업체와 술 업체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 회사의 대표들은 성형수술이라도 받은 듯 선량하고 송구스러운 얼굴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갑을관계에 대한 비판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의 파장이 사람들의 표정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갑으로 행세해온 사람들이 갑자기 갑이 아닌 척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을은 물론 병의 눈치도 보는 형국입니다. 직장에서의 남녀관계나 이성 간의 상하관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씨 사건으로 놀란 정부는 공직자들을 다잡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아예 여성인턴을 쓰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제 2차 아시아ㆍ태평양 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한국문화원은 정 총리 일행을 돕기 위해 인턴을 3명 선발하면서 전원 남성을 뽑았습니다. 으레 여성 위주로 뽑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정 총리의 두 번째 방문지인 방콕에서도 주 태국 대사관 소속 여성 행정원이 되도록이면 수행 공무원이나 취재 기자단과 접촉하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아무리 얼굴을 뜯어고쳐봤자 그 얼굴의 바탕은 남습니다. 소비자나 대중은 성형 전과 후의 얼굴을 비교해 금세 같은 점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민감하고 예리합니다.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 면모를 일신하지 않고 가면처럼 판에 박힌 얼굴을 들고 대중 앞에 서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입니다.

여야 의원들은 불공정한 갑을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을지로법'(을을 지원하는 법)입니다. 갑으로 군림해온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조심스러워진 모습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용서를 구하며 매출액 급락의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려 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을 버려야 합니다. 얼굴을 바꿀 게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표정을 고칠 게 아니라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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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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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환 (121.XXX.XXX.129)
동감입니다. 그런데 지금 위정자들의 얼굴이 성형이라도 해야 역겹지가 않을려는지 원요 이런사람들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머릿속을 성형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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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4 06:05:52
0 0
채길순 (121.XXX.XXX.129)
얼굴을 고치지 않았지만(고쳐봤자 그렇겠지만) 생각을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언제 시간을 내어 뵙긴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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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15:24:57
0 0
김윤옥 (39.XXX.XXX.180)
여성 인턴만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런 불미스런 일은 없었을꺼라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더 황당한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윤창중 개인의 인격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답지 못했기에 사람 답지 못한 행동을 '그 답게' 했던 것입니다.
그가 처음부터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그의 칼럼 몇 편이
내맘에 쏙 든다는 이유로 인선했던 불찰이 부른 화였습니다.


코를 고치고 눈을 고친들 사람 그 자체가 달라지지 않듯이
자기 수양에 힘쓰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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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11:08:04
0 0
이승주 (121.XXX.XXX.129)
글 정말 통쾌한 기분이 들 정도 잘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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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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