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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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을 기다리는 마음

정달호

2013년 06월 20일 (목) 01:03:21

블루베리 밭을 건사하다가 블루베리가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빨리 크고 있다는 게 가상히 여겨졌습니다. 재작년 겨울 끝에 심은 어린 것들이 지금은 제법 굵은 가지로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봄을 맞아 꽃들이 한창 피고 이제 잎과 가지가 무성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가지들은 서로 엇갈려 꼬이고 아래로 처지기도 해서 이들을 되도록 가지런하게 펼쳐주기 위해 대나무 졸대를 세워 가지를 하나하나 묶어주었습니다. 한 나무에 대여섯 개씩이나 세워줘야 하니 시간과 정성이 제법 드는 일이었습니다. 여름내, 초가을까지 그 탐스런 블루베리를 매일 따서 먹을 텐데 아무런 공도 들이지 않고 그저 먹을 수 있는 공짜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하면서 아침부터 거의 종일 아내와 함께 블루베리 밭에서 보냈습니다. 신품종이라고 하는 새 블루베리 나무 예닐곱 그루를 심느라 더 시간이 걸리긴 하였습니다.

그런 우리의 노고와 무료를 덜어준 것이 사방으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떼들이었습니다. 재작년에는 벌이 오지 않아 붓으로 이 꽃 저 꽃의 꽃가루를 찍어 서로 간에 옮겨주기도 하면서 애를 태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벌들이 찾아와 주어 다행스러웠습니다. 바로 옆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열심히 작업하는 벌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참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습니다. 이 벌들이 없다면 블루베리 농사가 제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벌이건만 블루베리 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그네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다보니 그 생김새마저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고 오밀조밀한 체구지만 온갖 기능을 다 수행할 수 있는 몸매라 할까요.

몸매는 그렇다 치고 벌이 인간에게 넘겨주는 그 꿀처럼 달콤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어떠한 인공의 단맛이 자연 감미인 꿀을 따를 수 있단 말입니까. 꿀의 원천인 꽃의 향이 배니 벌꿀의 종류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갖가지 향이 나는 벌꿀 중에서도 아카시나무 벌꿀이 흔하였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여기서는 아카시나무를 찾아볼 수 없고 육지에서도 본 적이 오래 됩니다. 하긴 이 꽃 저 꽃에서 나는 꿀이 벌집 안에서 다 섞일 터이니 무슨 벌꿀이라 이름 붙이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상찬하는 블루베리의 꽃에서 채취한 벌꿀은 어떠할 지도 상상만 해 볼 뿐입니다. 사실 블루베리 꽃은 별 향기도 없어 블루베리 열매에 비견할 특별한 맛을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벌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꿀뿐만 아니라 그 침으로 사람의 병을 낫게 하는 효능도 있으니 참 벌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이렇든 저렇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어떤 음악가가 벌 소리를 주제로 만든 클라리넷 곡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곡의 빠른 템포가 일궈내는 음악도 놀랍지만 윙윙거리는 벌 소리를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것이 참 재미있는 착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우리처럼 벌의 고마움을 느껴서 그런 음악을 작곡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벌 소리를 아름답게 받아들인 그 마음에 공감이 갑니다.

경쾌하고 화려한 이 음악처럼 되려면 우리 밭에 지금보다 벌이 훨씬 더 많이 날아들어야 합니다. 블루베리는 작은 꽃들이 촘촘한 송이들로 종처럼 아래로 향하는 모양새라 작업이 쉽지 않은지 다른 꽃보다 벌이 덜 찾아오는 듯해서 마음이 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루베리 밭에 찾아오는 벌 한 마리 한 마리가 우리에겐 반가운 손님인 셈입니다.

정달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주 소재 유엔국제훈련센터(UNITAR)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인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외국인거주환경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텃밭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묘미를 찾는다.

오마리 (24.XXX.XXX.229)

농사와 원예는 수고한 만큼 결실을 보여줍니다.
정직하지요. 블루베리 농장이 이곳에도 많아 블루베리 페스티벌도 열리는 타운이
있습니다. 즐거운 수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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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1: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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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211.XXX.XXX.254)

요즘 블루베리 수확하느라 매일 저녁 무렵 반 시간 정도를 밭에서 보내는데 즐겁기도 하지만 계속되다 보니 그것 역시 일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농사 지어 그 열매를 스스로 먹는다는 것 역시 기분좋고 흐뭇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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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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