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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말고'?
박상도 2013년 07월 12일 (금) 00:42:28
며칠 전 폐기처분해야 할 채소와 전복 사료용 다시마로 맛가루를 만들어 판매한 식품 제조업체 대표들이 입건되었습니다. 맛가루에 쓰이는 원재료의 상태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료용 다시마는 씻지도 않고 쓰레기장 옆에 쌓아두었습니다. 채소도 역시 사료용으로 쓰이거나 폐기되어야 할 것들이 납품되었습니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말린 당근의 상태가 그나마 나아 보일 정도였습니다. 가공업체 공장의 위생상태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닥에는 구정물이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여기저기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말려서 잘게 부수면 원재료가 어땠는지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에 마음 놓고 불량 재료를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든 맛가루가 무려 3만 5,600kg이나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불량식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불량식품은 차(茶)였습니다. 세금이 비싸서 차 값이 비쌌기 때문이었는데, 청소원이 음식점 쓰레기 상자에서 우려먹고 남은 찻잎을 회수해서 그것을 다시 말리고 난 후, 검은 납으로 염색을 해서 되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당시 이런 차를 사서 마신 사람들은 결국 납을 우린 물을 먹었다는 얘깁니다.

미국에도 음식과 관련한 엉뚱한 노래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에게 ‘떴다 떴다 비행기’의 멜로디로 알려진 “Mary had little lamb”이라는 원곡을 개사한 곡입니다. 20세기 초에 시카고가 배경이 되는 노래인데 당시 시카고에 더러운 가축 방사장이 들어서면서 괴이한 일이 많이 벌어졌던 모양입니다.

'Mary had a little lamb

when she saw it sicken

she sent it to Chicago

and it came back labeled "chicken'

‘메리에게는 작은 양이 한 마리 있었네, 그런데 메리가 그 양이 아픈 것을 알았네, 그녀는 그 양을 시카고로 보냈지, 그러자 “치킨”으로 포장되어 왔다네’ 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습니다. 병든 양을 썰어서 닭으로 팔았다는 얘깁니다. 어디나 돈에 양심을 판 사람들은 존재했습니다.

지나간 뉴스들을 살펴보니 불량식품 문제는 꾸준히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2004년에 있었던 쓰레기 만두 파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만두소를 만드는 재료인 절인 무의 상태가 문제였는데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었습니다. 당시 국민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고 언론은 연일 이 문제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형마트에서 냉동만두가 불티나게 팔리던 때였으니까 그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졌겠지만 1993년 9월 17일자 신문에도 불량식품 기사가 나옵니다. 사료용으로 들여온 귀리로 이유식을 만든 업체가 적발됐다는 기사였습니다. 개, 돼지, 닭, 소나 먹일 사료용 재료가 아이들 이유식 재료로 둔갑했던 것입니다. 모두 충격적인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불량식품 파동 중에 으뜸인 사건은 1989년에 있었던 삼양라면의 공업용 우지 파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시에 삼양라면은 미국에서 2등급의 소기름을 수입해서 라면을 튀기는 데 쓰고 있었고 경쟁사인 농심은 식물성 팜유로 라면을 튀겼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를 하던 농심은 ‘식물성 팜유’로 라면을 튀긴다고 광고를 하고 있었고 그러는 중에 공교롭게 공업용 우지 파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5년 후 법원의 판결로 삼양은 공업용 우지 파동의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지만 당시 업계 1위였던 삼양은 그 사건 이후 1년만에 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더니 다시는 업계 1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만두 파동 역시 1년 여가 지나고 대부분의 만두업체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만두 제조업체의 사장이 자살하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보도가 잘못된 것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썩어가는 무를 식재료로 가져다 쓰는 모습을 보고 보도를 하지 않을 기자는 없을 것입니다.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를 썼다고 당시 보사부가 검찰에 고발을 했는데 이를 기사화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였을 겁니다.

정작 문제는 무죄로 판결이 났을 때의 태도입니다. 무죄가 선고됐다는 기사는 한 귀퉁이에 보일락말락하게 썼다는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는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아님 말고’입니다. 물론 기사의 가치를 따진다면 무죄가 선고됐다는 맥빠진 기사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보도를 해야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크게 보도하고 싶지는 않은 일일 겁니다. 억울한 소동으로 큰 피해를 본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언론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게 보일 것입니다.

2007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중견 연기자 김영애 씨가 운영하던 참토원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KBS의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로 회사는 부도위기를 맞고 김영애 씨의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았습니다. 이 사건은 법적 분쟁이 되었고 법원의 판단은 요상했습니다. 일단,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의 보도 내용은 허위로 판결이 되었으나 취재 당시 담당 PD가 취재 내용을 사실로 오인할 상당한 근거가 있었으므로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김영애 씨는 결과적으로 하소연할 곳을 잃은 셈입니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애당초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아니 좀 더 신중하게 보도를 했다면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아님 말고’식의 보도가 부른 불행입니다.

사료용 재료와 폐기 처분해야 할 재료로 맛가루를 만들어서 유통시킨 업자가 며칠 전에 입건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업체가 어느 업체인지 어디에 납품이 됐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발표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모든 맛가루를 사먹지 못할 것입니다. 제대로 맛가루를 만드는 양심적인 업체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안일한 대처입니다. 이미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진열된 맛가루는 다 철수되었습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으로 불량식품 수사를 할 경우에는 안전한 제품에 대해서는 미리 공지를 하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은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합니다. 언론 역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에서 속보가 생명이긴 해도 정확한 보도는 필수이고 더 나아가서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피해자가 생기게 되면 반드시 그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 귀퉁이에 이른바 ‘면피’용 보도로 피해자를 두 번 우롱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중도 ‘아님 말고’식의 안이한 보도를 하는 매체에 대해 비난과 지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무서워야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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