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네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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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네비게이션

이상대

2007년 08월 06일 (월) 09:19:39

서울과 같이 복잡한 곳에선 지리를 모르면서 운전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확실히 아는 곳을 제외하곤 아예 차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운행 전에 인터넷에서 주행경로를 메모 내지 숙지하여 간신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이나 조금 먼 시내일 경우 확실히 오갈 수 있는 곳, 그리고 시골을 오갈 때 외는 거의 차를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국가시책에 호응하고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힘든 주차문제를 극복한다는 등의 이유와 지하철의 편리성과 정확성을 높이 평가하여 이를 주로 이용함으로써 짐이 많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나 시기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서울 시내에선 차량사용을 의식적으로 자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서울 시내를 운전할 경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어느날 핸드폰을 네비게이션 폰으로 교환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네비게이션의 편리함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이를 구입하기 위하여 테크노마트에 간 적도 있지만 여러 이유에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한번 사용하고 싶은 호기심 같은 것이 발동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사용료가 만만찮은데 무턱대고 사용하기가 껄끄럽고 하여 언젠가 기회가 오겠거니 하면서 뒤로 미뤘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으로 분가하는 막내 아이의 짐을 강동구 명일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까지 옮겨야만 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훌륭한 길잡이가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통사에 우선 1개월만 이용하기로 약정하고 네비게이션을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물론 사전에 인근을 오가면서 시험적으로 사용하여 성능을 점검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한마디로 대만족이었습니다. 좌, 우회전, 유턴 등 운전 조작에 필요한 지시를 사전에 통보하고 바로 직전에서는 “ 잠시 후 ~하세요.” 라는 안내가 있으니 화면을 볼 필요도 없이 목적지를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네비게이션의 위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문명의 이기가 정말 좋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다만 건전지 소모가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해 예비 건전지를 챙기지 않아 하마터면 귀가 길에 한참을 헤맬 뻔하였으나, 다행히 88도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서 핸드폰이 꺼졌기에 무사히 집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첨단장비의 힘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구매력의 위력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 폰이 아니더라도 차량전용 네비게이션이 선보인 지는 한참이나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그 좋은 성능을 이제야 이용했다는 것이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좋은 경험이라 여겨 생각의 일단을 한번 피력하여 보았습니다.

*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태생으로 육군장교 출신의 농업인입니다. 1989년부터 15년간 전북 무주의 산간오지에서 혼자 염소, 닭 등 가축을 방목 사육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정리하고 뒤늦게 컴퓨터를 배워 포토샵과 연관하여 디카의 유용성을 알게 되어 이 공부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다시 농사를 지으려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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