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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싸움 읽기
고영회 2013년 08월 07일 (수) 00:55:44
지난 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애플제품 수입금지조치를 거부하여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특허 싸움은 일반 민·형사 사건과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를 포함하는 특허권제도에는 각국 특허독립원칙이 적용됩니다. 이 원칙은 국제조약으로 자리를 잡은 것인데, ‘세계 각 나라에서 특허는 서로 독립이다.’는 원칙입니다. 특허권의 신청, 심사, 권리를 얻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 모두가 각 나라에서 서로 독립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특허권을 누리려면 그 나라에서 특허를 받아야 합니다. 지구에 230여 개 나라가 있다면 230여 나라 각각에서 특허권을 받아야 전 세계에서 통하는 특허가 됩니다. 모든 나라에 특허를 가지려면 돈이 꽤 많이 들고, 실제 권리를 행사할 가치가 없는 나라가 많으므로 중요한 기술이라도 30여개 나라에 특허를 내는 것에 그칩니다.

권리를 나라마다 내므로 권리 다툼은 각 나라에서 벌어집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은 한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영국, 독일, 호주 등 세계 각 나라에서 특허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허권 싸움은 법원에서 다투는 것과 이번 사건과 같이 세관 등에서 일어나는 행정상 다툼이 있습니다. 법원은 특허무효나 침해소송을 다룹니다. 미국에서는 특허침해판정과 손해배상액 산정을 배심원이 합니다. 작년 8월 10억 5천만 달러 손해배상액을 계산해 낸 것도 배심원입니다. 이때 배심원의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허제도는 일정 조건에 맞는 기술을 보호해주는 제도이므로, 그 보호조건에 맞는지, 특허권을 침해한 것인지는 특허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판단해야 하는데, 미국 배심원은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전직 축구선수 심프슨이 부인을 죽인 사건과 같은 일반 형사나 민사사건에서 배심원을 활용하는 것은 모르지만 특허사건에서 배심원제도는 곤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품은 세관을 통해 그 나라 시장으로 들어가는데, 통관할 때 특허권 등을 침해한 제품이 있다면 통관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보통 ‘국경조치’로 부릅니다. 국경조치는 사법절차보다 결정이 빠르고 효과가 강력하므로 자주 활용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무역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합니다. 몇 년 전 엘지전자와 일본 마쓰시타전기가 피디피(PDP)를 둘러싸고 특허침해분쟁이 생겼을 때 무역위원회가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 행정부가 조치한 것입니다. 미국 무역위원회가 수입 금지할 것을 결정했지만 미 행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이죠. 이번 조치를 놓고 "미국이 자국 보호주의로 돌아섰다. 애플을 의식하여 미 행정부가 무리수를 두었다." 여러 말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강자 논리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권 해적국가라는 인상이 아직도 제법 남아 있는데, 미국 무대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상대로 맞싸움을 벌이는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일 때 지식재산권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도 동시에 느낍니다.

지식재산권제도는 전 세계에서 거의 공통됩니다. 각 나라에서 지식재산권제도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지식재산권제도가 있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댄다 하더라도 분명 강자를 위한 제도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강자가 되어야 억울하게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번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허싸움을 보면서 싸움꾼에게 정의로워져라 하는 것보다 내가 그보다 더 힘세지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애플이 제기한 침해문제에 대해 9일 결정을 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결정을 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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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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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힘을 과시하지만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뒷골목 주먹의 행태를 보이는 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에도 그런 집단이 있기도 합니다만.
-강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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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08: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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