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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공원음악
허찬국 2007년 08월 07일 (화) 02:57:35
h h h h 지난 주말, 조그만 손가락 부상을 핑계 삼아 시작된 무력증을 떨치려고 여의도에서 선유도까지 걸었습니다. 예전부터 한강 남쪽과 섬을 잇는 멋진 다리를 보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운치 있는 다리뿐만 아니라 주변과 어우러지게 공원시설이 잘 꾸며져 있었고 새들이 날아다니고 바람까지 선선했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도는데 어디선가 팝송이 들려와 살펴보니 야외시설에 잘 숨겨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였습니다. 누구 못지않은 음악 애호가이지만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려는 필자에게 이런 음악 서비스는 반가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MP3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원의 음악방송이 시민들의 정서 순화를 위한 서비스일까요, 혹은 획일적 취향의 강요일까요?

90년대 중반 경복궁에서 나무에 메달아 놓은 스피커에서 새소리가 방송되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다가 서울 도심의 삭막함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필자는 근교와 도심 공원 녹지대가 뛰어난 미국 서부 도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때였기에 경복궁의 인조 새소리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서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공원 스피커의 음악소리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주거지와 일터에 가까운 여의도공원에 가끔 가는데, 넓은 공간에 멋진 나무와 꽃들로 꾸며진 곳입니다. 삭막했던 옛날 경복궁공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래서 날씨 좋은 날 점심시간이면 인근 사무실에서 산책객이 물밀듯이 몰려듭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산책로를 따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고 어김없이 각종 음악이 크게 방송됩니다. 그렇잖아도 배경음처럼 들리는 차량소음에서 멀어지기 힘든데 원치 않는 음악소리는 귀에 부담되기 십상입니다.

좀 과장한다면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듣는 것에 관한 한 각자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왜 공원의 음악방송이 계속되고 있을까하고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설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30~40년 전 문명의 이기가 흔치 않았던 대부분 시골마을에서는 마을회관에 높이 설치된 스피커가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낮 12시 5분 전에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방송되고, 곧이어 정오뉴스가 나왔습니다. 시계나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없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공공 서비스였던 것입니다. 멀리서 일어난 일을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이런 방송 서비스가 근대화의 징표로 받아들여졌겠지요.

생물학자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이때의 아련한 기억이 한국 사람들의 피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지금 서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1, 2대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피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들은 방송되는 음악 그 자체보다는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현대문명의 혜택에 대한 추억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공원 운영 예산에 일조하는 납세자로서 여의도와 선유도공원의 담당자들에게 건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공원의 음악을 꺼 보시는 것이 어떻겠는지요.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지금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 ‘Sound of Silence’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소리가 없는 조용한 상태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허찬국(許贊國):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경제연구본부 본부장. 1989년 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Barbar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1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급준비은행 조사부와 연방지급준비제도 이사회(FRB) 국제부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2000년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국내에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과 아주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과 금융감독원 거시금융감독포럼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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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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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phil (222.XXX.XXX.250)
아니, 그럼 시냇물님, 스피커로 음악 트는 게 좋단 말입니까?
시냇물 흐르듯이 조용한 음악이라도 방해가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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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22:10:00
0 0
시냇물 (121.XXX.XXX.19)
공원이 마치 개인 사유지라도 되는듯한 좀 이기적인 말씀같아
씁슬 합니다. 싫어 하는이가 있으면 좋아하는이가 있음을 아시고
배려하는 마음 가짐도.필요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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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5 11:56:15
0 0
행인 (211.XXX.XXX.23)
재청입니다. 베토벤도 그레고리안 성가도 때에 따라서는 소음이 됩니다. 듣고 싶은 음악은 각자 알아서 듣고 공원 산책로에서나마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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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09: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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