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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모 밑의 아이들
신아연 2013년 08월 08일 (목) 04:30:06
여 동성애자 커플이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 둘을 낳았으나 두 사람이 결별하게 되면서 정자 제공자까지 뒤늦은 양육권을 주장하는 ‘세 부모 양육권 분쟁’이 최근 호주 사회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회 복지사인 레스비언 커플이 정자 제공으로 낳은 9, 11세 두 딸과 함께 한 지붕 아래 살다가 지난 2008년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딸들을 낳은 여성, 즉 아이들의 생모(A)와 아이들의 아버지 역할이자 A의 남편 격이었던 동성 파트너(B), 두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정자 제공자(C)까지, 도합 세 명이 자녀들을 사이에 두고 힘을 겨룬 것입니다.

A와 헤어진 후 아이 둘을 둔 여의사와 다시 동성애 관계에 들어간 B가 ‘전처(?)’ 사이에 낳은 두 딸을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자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정자 제공자 C씨는 비록 친부로서 법적 지위는 없지만 생부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고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왔고, A씨가 혼자된 후 보다 적극적으로 양육에 개입했으며 아이들도 그를 잘 따랐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생부까지 가까이 지내니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B가 존재감에 위기를 느끼며 송사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A와 B가 함께 살 때 A를 엄마라고 불러왔는데, 생부인 C와 아이들이 가깝게 지내자 헤어진 B가 느닷없이 자신도 ‘엄마’라고 부르라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합니다.

법정은 자매가 계속 생물학적 엄마인 A와 살되 B와도 협의하여 이따금 만나고 C는 지금처럼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무난하고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 번 동성애 문제에 대한 글 ‘아내의 여자, 아들의 남자’를 쓴 이후 꼭 한 달 만에 마치 후속편처럼 예상했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번 송사는 동성애 부모를 둔 아이들, 엄격히 말해 ‘엄마만 둘인 아이들’ 혹은 ‘아빠만 둘 있는 집 아이들’의 혼란스런 삶이 극명하게 드러난 예로, 동성애 혼인 합법화를 코앞에 둔 호주 가정의 엉킨 실타래 같은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집니다.

동성애 부모 밑에서 대리모, 대리부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이 생모, 생부의 존재 표명이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해 부모가 셋이 되거나 동성애자의 남녀 역할 관계와는 무관하게 아버지 두 명, 어머니 두 명을 두게 될 경우 등, 남녀의 결합이라는 부부의 전통적 의미가 깨어지면서 부모의 정의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부부 숫자가 늘어나면 아동들의 가정 환경 조사서에 어머니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버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을 구분하는 난과 부모가 몇 명인지를 기입하는 난이 신설될지도 모릅니다. 동성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또다른 동성 부모가 생기거나 아니면 상황이 바뀌어 이성 부모를 새로 얻을 경우 한 사람이 독립적 개체로 살아가기 위한 정체성과 삶의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호주 총리 자리를 탈환한 케빈 러드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적극 추진토록 하겠다면서 이성 부부들에 비해 동성 부부들의 자녀 양육 태도가 보다 사려 깊으며, 신중하고 애정이 많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예단을 했습니다.

‘똑똑한 여자는 얼굴이 못생겼다’는 오래된 편견보다 더 근거없고 생뚱맞은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정을 제대로 이끌고 자녀를 잘 돌보는 일은 부부 각자의 성숙도에 달린 일이지 어떻게 이성부부냐, 동성부부냐에 따라 달라질 일인가 말입니다.

이번 판결을 내린 법원은 자녀와 세 부모 간의 분쟁은 동성 결혼 합법화 이후 더욱 늘어날 것이며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는 달라진 가정 형태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지 갑갑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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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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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이쁜 여자 (211.XXX.XXX.73)
그런 여자 많아요.

여하튼 무슨 얘긴지 헷갈려서 두번을 읽었답니다.
동성의 세계, 뭔지 모르지만 너무 복잡해요.
그런 사람들은 예외로 존재해도 될 것같은데
마치 그것이 좋거나 권장할 만한 것인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미국이 그런 추세던데 호주도 못잖은가 봐요.
뉴질랜드 외교관 가운데 동성부부가 있었고,
그들이 파티에 같이 참석해 사람들을 당혹케
한 경우를 나도 목격했어요.
아직 한국외교관 가운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민도가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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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9 00:41:38
0 0
차덕희 (121.XXX.XXX.9)
뭐라고 꼭짚어 표현하기는 어려운데.....질서에서 무질서의 혼탁한 느낌이 드네요.
사람의 이기심의 방치같은데요.
다양한 사회를 인정하는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님니다.
글을 읽으면서 어지럼증이 생기네요.
답변달기
2013-08-08 09:22:3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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