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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진료의 또 다른 불편
이승훈 2013년 08월 13일 (화) 01:34:22
몇 달 전 ‘어려운 어르신 이 뽑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이후 독자들에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그 대다수는 ‘이 하나 뽑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치과 치료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어려운 어르신 이 뽑기’라는 글에서도 밝힌 대로 전신 질환으로 약물 조절 중인 환자의 경우 발치를 하기 전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환자의 정확한 전신 상태를 알기 위해 치과의사가 환자의 주치의에게 ‘진료의뢰서’를 보냅니다. 진료의뢰서를 받은 의사는 환자의 전신 상황과 발치 가능 여부와 발치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적은 답변서를 보내고, 이를 검토한 치과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서 발치를 합니다.

문제는 해당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을 경우 이런 과정을 거치는 데 길면 몇 주일이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병원 교수의 경우 예약이 꽉 차 있어 단순히 진료의뢰서를 보여주고 답신을 받는 데도 며칠에서 몇 주가 지나야만 예약이 잡히고 의사 얼굴을 볼 수 있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환 등의 이유로 몸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대학병원에 한 번 찾아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지만 바쁜 교수와는 전화 통화마저 쉽지 않고 설령 통화가 되더라도 두 의료인이 주고 받는 편지를 환자가 정확히 양측에 전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이가 아파서 뽑길 바라는 환자 입장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참으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에 고통이 너무 심한 경우 다니던 치과가 아닌 다른 치과를 찾아가서 전신 질환을 숨기고 이를 뽑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환자에게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더욱이 자칫 사회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가 발치를 할 경우 여러 위험이 있지만 운좋게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역시 의사 말 그대로 들을 필요 없구나.’하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의료인 역시 안심하고 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의료 정보는 쉽게 악용될 수 있는 중요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특정 사이트에 올려놓고 필요한 의료인이 그때그때 열람한다거나 하는 시스템적인 해결책은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진단하고 처방한 의사를 만나서 약 중단 등의 문제를 상담해야 하는 의료계의 특수성 역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우선은 반드시 3차 의료기관에서 관리를 받을 이유가 있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만성 전신 질환자는 지역의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동네 병원인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며칠씩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진료의뢰서를 보여주고 자세히 상담할 여유가 있습니다. 종합병원의 교수들은 숨 쉴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환자를 보고 동네 병원의 원장들은 한가함에 경영의 위기감까지 느끼는 괴현상은 환자로 하여금 원하는 시기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을 방해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병원에서도 특별한 진료를 받지 않고 단순히 진료의뢰서의 답신을 위해 방문하는 환자의 편의를 돕기 위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같은 대학 병원 내의 분과끼리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주고받고 의뢰서 역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길어야 하루 이내에 답신을 주고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런 답신은 교수가 직접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교수와 함께 진료에 참여한 전공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같은 병원이 아닌 타 병원의 환자라 하더라도 재진단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며칠에서 몇 주나 기다려야 하는 교수가 직접 답신하기보다는 해당 환자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공의가 답신을 하는 식의 시스템이라면 현재와 같은 불편은 많이 완화될 것입니다.

제가 쓴 ‘어려운 어르신 이 뽑기’라는 글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그동안 환자의 불편은 염두에 두지 않고 치과의사의 진료 편의만을 생각하며 매일 환자를 대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한림대학교 임플란트외과학 석사.
단국대학교 치의학 박사과정 재학 중.
현재 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이수백 치과에 근무하며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외래교수를 맡고 있음.
2010년 인터넷신문에 '치과에서 바라 본 세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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