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방재욱 생명에세이
     
졸업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방재욱 2013년 08월 14일 (수) 01:40:08
이른 아침에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신호가 울려 열어보니 고등학교 동기의 운명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OOO 회원 투병 중 26일 별세. 발인 28일(일) 08시. OO장례식장 12호"란 메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문득 ‘아! 또 친구 하나가 인생을 졸업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바로 내 앞에 다가오고 있는 정년이라는 졸업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졸업(卒業)’이란 말은「새우리말 큰사전(삼성출판사)」에 ➀ (학생이) 규정된 교과 과정을 모두 끝마침, ➁ 일정한 단계를 지나 익숙함(정통함)의 비유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규정된 교과 과정을 모두 끝마치는 졸업’은 교육부의 교육 체제에 있는 정규 학교의 졸업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일정한 단계를 지나 익숙해지는 졸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단체에서 직무를 마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졸업이란 말은 우리네 삶의 마감을 의미하는 죽음이라는 인생의 졸업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유치원이 없던 어린 시절을 지낸 내게는 유치원 졸업이라는 추억이 없지만 지금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치원 전에 유아원을 졸업하기도 합니다. 철없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며 삶에서의 선택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대학의 졸업은 사회로 나아가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사는 ‘제2의 인생’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졸업이라고 하면 무언가 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참석했던 학창 시절의 졸업식이 떠오를 겁니다. 무척 오래 전이지만 대학을 졸업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학 졸업이라니!'라는 생각과 함께 불투명한 미래를 내다보며 졸업식에 참석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리고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얼굴과 교복에 밀가루를 뿌리고 헹가래를 치며 선배들이 했던 행동을 마치 전통인 양 되풀이했던 고등학교 졸업식장의 어수선하고 시끄럽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제 학창시절이 아닌 평생직장에서의 정년이라는 졸업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은퇴 후의 삶은 덤이 아닌 ‘제3의 인생(Third age)’이라고 지칭했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새들러 박사는 평균수명이 길어져 가지게 된 은퇴 후 30년의 삶을 '뜨거운 인생(Hot age)'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 설레던 감정이 떠오르며 모든 선택의 권한이 새로 주어지는 정년 후의 삶을 젊은 학창시절 이상으로 뜨겁게 지내보자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도 합니다.

졸업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방학(放學)’이란 말도 떠오릅니다. 방학은 배우는 것, 즉 공부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방학은 무덥거나 추운 계절 때문에 생겨난 제도이기도 하지만 학교생활에 매여 몇 달 공부를 했으니 집에서 쉬고 놀면서 여유를 가져보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은 방학 중에 더 바쁜 일정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방학이라는 정의를 충실하게 지켜 자녀들이 읽고 싶은 책도 읽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도 하면서 지내보게 하는 것은 어떨는지요.

정년을 맞이하며 학창시절에 가졌던 몇 개월의 방학이 아니라 그동안 바쁜 일정에 매여 지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3년 아니 그 이상의 방학 기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년을 2년 앞둔 재작년에 그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어 온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2030'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2030’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책 읽기였습니다. 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독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반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030년까지 5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 다음 생각난 것은 그간 직장과 아이들 교육으로 이산가족(?) 생활을 오래 한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행, 글쓰기, 친구들 만나기, 취미 만들기, 사회봉사 등에 대한 생각들도 가다듬고 있습니다.

정년 후 맞이하게 될 제3의 인생과 함께 인생의 졸업에 대한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인생 졸업인 죽음에 연계된 이야기들은 임사체험(臨死體驗)을 다룬 책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임사체험이란 갑작스런 사고나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다시 살아나 죽음의 문턱에서 겪은 경험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응급의료 체계의 발달로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사후 세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은 다음 맞이하는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임사체험은 인류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현상으로 다섯 단계의 공통적인 요소들로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감정, 육신에서의 이탈, 터널 같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기분, 환한 빛의 발견 그리고 빛 쪽을 행해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인생 졸업 후에 그런 체험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실상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生)을 마감하며 맞이하는 죽음은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떠오릅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늘 함께하는 생명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하며 바삐 달려온 삶의 여정에서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우리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멋진 인생 졸업을 위해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풍미하고 있는 ‘웰빙(참살이, well-being)’과 함께 우리 삶에서 마지막 졸업으로 다가오는 죽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웰다잉(well-dying)’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을 차분한 마음으로 되새겨보세요. 그리고 ‘나’라는 자기 존재와 ‘그 사람’이라는 관계로 함께 지내온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훗날 다가올 인생 졸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해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어느날 (210.XXX.XXX.50)
안녕하세요.
방송국 피디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예요. 다름이 아니라
위에 글을 회사 소식지에 인용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을 적었습니다.
금액이 산출되는 것이 아닌 직원들끼리 돌려보는 용으로 제작이 되며
100부 정도 소식지라는 이름으로 인쇄되어 돌려보는 정도입니다.
위에 글이 너무 좋아서 위에 10줄 정도 인용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변달기
2015-02-06 16:34:01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