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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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오마리

2013년 08월 21일 (수) 02:16:58

사람들에게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소감을 물으면 대부분 다시 가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첫손을 꼽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는 파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을씨년스러운 잿빛 하늘과 뼛속 깊이 저리는 습도 높은 추위,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우산을 든 파리장과 파리잔느의 모습을 바라보며 구질구질한 지하철과 거리를 걸어 다니던 기억뿐입니다. 매년 두 차례 방문해야만 했던 유럽행은 하필이면 항상 가장 기후가 나쁜 초봄과 가을이었는데 파리 외곽에서 열리는 패션 박람회 프레미에르 비종 (PREMIERE VISION) 참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인 관광이었던 소녀시절 초여름의 초행 방문 길 말고는 그다지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좀 지겨운 도시였습니다.

이 파리의 쇼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이데아 코모(IDEA COMO)와 독일 인터슈토프 (INTERSTOFF)에서 열리는 세계 삼대 원단 소재 박람회 쇼 중 세계 패션 산업에 가장 영향력이 큰 컬렉션 쇼입니다. 패션계의 트렌드를 창조적으로 제안하고 제시함으로써 디자이너들과 패션 비즈니스 업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이 쇼의 박람회장에서는 세계 전역에서 몰려드는 독특한 차림의 패션계 종사자들의 개성 있는 차림새를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 큰 박람회장을 며칠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소재 선택과 발주에 피를 말리는 격무는 힘들지만 패션 세계의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도 많았습니다.

어느 가을 쇼가 끝나는 마지막 날, 점심을 먹기 위하여 박람회장 안에 임시 설치된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내 앞에 매우 우아한 뒷모습을 가진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식당을 향하여 걷고 있었습니다. 와,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그 이전도 이후도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뒷 자태의 그녀가 입은 의상과 머리 스타일은 눈이 부셨습니다. 그녀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전체적인 미학적 균형과 그녀의 패션 센스는 머리에서부터 신발까지 완벽하여 눈이 그녀로부터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동성인 내가 반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녀의 일행도 나도 같은 식당으로 가고 있었는데 앞서가던 그녀가 갑자기 식당 입구에서 나를 향해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기절을 할 뻔했습니다. 그 어느 미소녀도 견줄 수 없는 몸매를 가진 그녀의 돌아선 얼굴 모습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70 노인의 얼굴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잠깐 충격을 받아 정신을 차려야 했습니다. 멋진 미니스커트를 입고 완벽한 팔등신의 각선미를 자랑하던 그녀는 엄청 쭈그러진 할머니였으니까요.

나는 젊었던 때나 늙어가는 지금이나 별로 거울 앞에 오래 있지 않고 화장하는 시간도 5분에 끝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 뒷모습에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간단히 머리를 묶고 다닙니다만 그 쇼 이후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앞모습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뒷모습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황과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 뒤에 꽂는 머리핀 하나라도 조심스럽게 꽂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웬일인지 더 믿음이 갔으며 더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앞모습과 뒷모습, 자태가 아름다우면 그 사람의 내면이나 인성도 아름다울까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 또한 전부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일을, 도박을, 여행을, 동거를 해보아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평생의 개인사입니다. 사람마다 일생 동안 살아오며 쌓은 이력은 바로 그 사람의 추미(醜美)를 잴 수 있는 척도일 터이니까요.

지난달 국회가 통과시킨 일명 '전두환 추징 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추징 특례법 개정안)'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사실이 신문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내라는 판결이 확정됐지만 24%인 533억만 냈습니다. 2003년 검찰이 재산 명시 신청을 내자 법정에서 판사에게 재산은 29만1,000원밖에 없다고 해서 국민의 조롱과 공분을 샀습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확인함과 동시에 압수해온 수백 점의 미술품,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의 부동산 차명보유, 자녀들의 회사 자금 횡령·탈세,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은닉재산의 국외 유출 의혹 등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 전 대통령은 처남을 통하여 500여억 원의 땅을 차명 관리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기업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규모가 당초 알려진 2,205억 원보다 더 많은 9,500억 원을 웃돈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더욱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민들에게는 계산해보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돈이니까요.

그런데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사면 전에 확실히 표현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전 전 대통령을 풀어주자 추징금을 납부하겠다는 생각을 접었다고 합니다. 사람이란 것이 간사하여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동네 철수네 집의 얘기가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국가 원수였던 사람에 대한 사실이어서 실망이 더욱 큽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부정 축재를 하여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주변의 친인척을 동원하여 돈 세탁을 하며 차명 계좌, 차명 부동산 등으로 불법과 거짓과 부정직한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그러한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대통령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하고 조용하게 이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을 전 전 대통령이 이러한 부정직한 일을 저지른 것은 자신이 죽은 후 자식들을 호의호식시키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꼭 깨달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자신의 부정직한 모습을 바라보며 자란 그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요? 일국의 대통령이 아닌 필부나 사기꾼이 저지를 불법행위를 배우게 하였거나 공범으로 만든 것입니다. 또한 그런 불법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이용한 친인척들도 공범이 되도록 유도한 거나 다름없으며 그들에게조차 불법을 가르친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국가와 정부를 우습게, 국민을 바보로 본 것입니다.

국민의 모범이 되고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역사에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아야 할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그가 남기고 가는 뒷모습과 뒷자리가 아름다워야 할 것입니다. 인류의 사표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대한민국의 사표는 돼야 할 사람이 그의 사후 두고두고 수치스런 기록과 입방아에 오를 것이니 좀 망신스럽겠습니까? 머지않아 떠나야 할 사람의 뒷모습이 이렇게 남루하고 비루해서야 되겠는지요?

숨이 멈춘 사람의 안식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한 평의 땅, 이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아 오 (211.XXX.XXX.210)

맞습니다. 죽을때. 맘원한장도못 가져갈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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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20: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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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이 (203.XXX.XXX.142)

본론에서 많이 벗어나셨네요
전전통령의 인생 모습이 올바르지 못하고 절제가 없으므로
아름다운 뒷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글인데
꼭 내친구 오여사를 반대하기 위한 반론을 제기 하시는 군요
그렇게 옆구리를 친다면 나 애초 제대로 된 처사를 기대했던
두 김 통령이 처사를 잘 못한 탓이 제일 크겟지요
그냥 글은 너무 장황하게 확대해석 말고
글 자체로 단순하고 읽어 주었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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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20: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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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24.XXX.XXX.229)

좋은 지적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나부터도 바른 사람이 되도록 마음 가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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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15: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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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옹진 (1.XXX.XXX.119)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 70대 여성의 생활습관은
아마도 절제하고 절제한 식생활과 몸에 나쁜 술 담배를 멀리하고
적당한 운동을 한 생활 습관이였겠지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의 뒷모습도 그리한 것 같습니다.
젊고 힘있을 때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가지고 싶은것 다 가진것도 모잘라
부정한 부를 자식들과 일가친척들에게 대 물림하고도
댓가를 받지않으려 하는 그 모습은
아마도 몸무게 200Kg의 흉칙한 거구로
모든 사람이 혐오할 수 밖에 없는 망칙한 인생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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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3 14: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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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저도 님의 말씀대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 할머니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신체의 뒷모습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사람이 떠나갈 때의 뒷 모습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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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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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59.XXX.XXX.230)

오마리님 오랜만입니다/님의 글을 기다리었습니다/70대 노인의 눈부신 뒷모습은 인상이었습니다/전두환대통령에관한 이야기는 국내에서 사석에서 자주 오르내리는데 오선생님의 글에 공감을 표합니다/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종종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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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08: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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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감사합니다. 주신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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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15: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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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19.XXX.XXX.227)

다산과 그의 형 정약전 선생의 유배길을 따라 강진과 흑산도를 기행하고 돌아 왔습니다. 둘째 날부터 비가 많이 내려 뱃길이 순탄할지 걱정했는데 바람은 불지 않아 무사히 귀가하여 선생님의 글을 읽습니다. 어쩌면 그 연세되도록 그렇게 부끄러운 줄을 모를까 신기할 정도입니다. 날으는 새도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더럽히지 않는다는데(立鳥不後濁)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모습이 이 정도일 줄이야... 뉘우침,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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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5 03: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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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아~~
강진 다녀오셨네요. 그리운 곳입니다. 강진만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던 다산초당....
또 가고 싶습니다. 매번 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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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2: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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