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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앉은부채 (천남성과)
2013년 08월28일 (수) / 박대문
 
 
짙은 녹음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가
한둘 흰빛을 드러내며 도드라져 보이고
무겁고 낮아 보이던 하늘이 맑고 높아져
청량감이 감도는 가을 문턱에 서 있음을 느낍니다.

선자령 길에서 만난 애기앉은부채입니다.

찬바람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잔설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쪽의 봄꽃 소식보다도 더 빠른 시기에
하얀 눈 속에서 뽀얀 연초록 새싹을
살포시 밀어 올렸던 애기앉은부채.

잎도 줄기도 무성하게 쑥쑥 자라더니
녹음 짙은 한여름이 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맨땅만 보이던 곳에서
불상(佛像)의 광배(光背) 같은 자갈색 불염포 속에 싸여
부처님 머리를 닮은 꽃으로 환생했습니다.

꽃차례가 가부좌 틀고 있는 부처님을 닮았고,
자갈색 불염포가 후광처럼 보여서
`앉은부처'로 불리던 것이 `앉은부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가운데 둥근 것을 육수꽃차례라고 하는데
거기에 붙어 있는 노란 점점이 하나의 꽃이며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갈색 잎 모양은
꽃잎이 아니고 꽃차례를 보호하는 불염포(spathe)입니다.

꽃이 비슷한 종으로 앉은부채가 있습니다.
앉은부채는 꽃이 애기앉은부채보다 훨씬 더 크고
이른 봄 눈 속에서 꽃이 피고 새싹이 함께 자라는데
애기앉은부채는 초가을에 꽃이 피고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애기앉은부채는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깊은 산지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유독식물로서
개체 수가 흔하지 않은 여러해살이풀입니다.

(2013,8,21 강원도 선자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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