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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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찾아서

정달호

2013년 09월 10일 (화) 01:20:46

작년에 경주를 탐방하고 신라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회를 가졌기에 다음에는 백제의 터전으로 공주와 부여를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해 가까이 되도록 백제 역사탐방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중 의외로 쉽게 백제의 본 터를 방문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의외니 행운이니 해도 기실은 우리 고대역사에 관한 무지에 기인한 망외(望外)의 소득이었다고 함이 옳을 것입니다.

백제의 원 터전이 바로 서울이요, 정확히는 잠실 부근이었음을 모르고 살아온 것입니다. 해외와 서울을 번갈아 생활 근거지로 하다 보니 자주 가지 않는 잠실이란 지역이 공연히 멀게 느껴져서 그렇게 된지도 모릅니다. 잠실 지역이 서울의 새로운 번화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백제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성가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한편 그 잠실 언저리에서 눈에 띄는 생소한 이름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 늘 마음속에 자리 하기도 하였는데 풍납동이라든가, 석촌동이라든가, 또 근자에 더 알려진 몽촌토성이 그들입니다.

이런 이름들이 바로 백제의 본 터인 줄 여태 모르고 있었던 것이 저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 약간의 위안을 받습니다. 이 지역에선 아직도 발굴이 한 참 진행 중인데다 백제의 왕성이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도 10여 년 안팎이란 점에 비추어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봅니다. 그나마 백제가 한강 유역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중등 교과서에서 배웠기에 그런 이름들에 역사가 배어 있다는 어렴풋한 생각은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주나 부여에 있는 박물관들이 백제 유물을 보관 전시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한강 유역의 백제 유물이 한성백제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박물관이 생긴 지 1년 남짓 할 뿐이니까요. 서울에 있는 박물관을 그냥 백제박물관이라 하면 됐지 그 앞에 붙은 한성(漢城)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멀지 않은 한성백제박물관을 찾아 갔습니다. 서울이 한양이라 불리기도 전부터 가졌던 원 이름이 바로 백제 때부터 내려온 한성이란 것도 박물관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고고학자들 간에 백제의 발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어도 왕성한 발굴 덕분에 백제의 최초 왕성인 위례성과 한성이 바로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당초의 왕성인 위례성에서 나중에 적으로부터 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한성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석촌동은 왕릉들이 즐비한 백제의 국립묘지였다 하니 이 세 곳을 아울러 당시 백제국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백제왕 서른하나 중 스물하나가 다 이 지역에서 통치했고 각각 다섯 명의 왕들이 웅진성, 사비성이라 불리던 공주와 부여에서 통치했다고 하니 이 지역이 바로 백제의 원 터전인 것이지요.

박물관에서 들은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해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장해온 백제는 삼국 중에서 가장 해양성이 강해 당시 이미 서해를 가로질러 산동반도와 양자강 유역에 닿는 항로를 개발했으며, 또 연안항로를 통해 한반도 서북부 및 요동, 요서 지역과도 소통하고 나아가 서해안, 남해안과 일본열도를 잇는 해상교통로까지 관리하였다 합니다. 그런 해양성, 개방성에 다양성까지 갖춘 백제가 강력한 고대국가를 형성하고 융성한 문화를 이룩했다는 것에는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이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식 문화의 뿌리도 비옥한 평야와 서해바다를 낀 백제로부터 유래한다고 하니 백제 문화를 더 깊이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도 이 지역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백제에 관해 점점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풍납동에서는 중요한 유적지를 아파트가 덮고 있어 발굴이 어렵게 된 점이 심히 아쉬운 바 있으며 이점 당시 문화행정의 짧은 식견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박물관이 당당하게 들어서 있는 몽촌토성은 88올림픽 경기장 건설 시에 더불어 사적지로 보존키로 한 탓에 발굴에 문제가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박물관측에서도 백제문화를 더 알리기 위해 기획전을 자주 열어오고 있으며 매주 저녁에 공연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정달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주 소재 유엔국제훈련센터(UNITAR)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인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외국인거주환경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텃밭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묘미를 찾는다.

오마리 (24.XXX.XXX.229)

우리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진정성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저는 반드시 한국인으로서 일본 오사카 지역 한국의 영향을 받은 고대역사 탐방은 필수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가 얼마나 찬란했으며 일본의 후손들이 어떻게 그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일본문화가 형성되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일본의 도자기 문화가 발달하게 된 원조, 임진왜란 시, 조선 도공 이삼평과 3000 도공들이 끌려가 자리잡고 그들의 혼이 흐르는 아리따 지역의 방문도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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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08: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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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211.XXX.XXX.254)

좋은 말씀입니다.
다음에 오사카를 가면 꼭 백제의 자취를 찾아보겠습니다.
항상 유익한 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그동안 백제를 찾아 일본을 많이 답사하던
인기 작가 최 인호 선생이 어제 영면하였다고 합니다.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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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10: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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