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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미나리아재비과) Aconitum jaluense Kom.
2013년 09월12일 (목) / 박대문
 
 
자줏빛 신비의 빛깔로
숲을 밝히는 투구꽃 고운 모습에
가을 산행길이 한결 가볍습니다.

높맑은 가을의 청잣빛 하늘이
땅 위에 내려앉아
꽃잎에 머물었나 봅니다.

천상의 고운 빛깔로
예서 제서 피어나는 가을꽃들!
짧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언제 열매 맺어 완숙되려나?
조급한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일 뿐
막상 피어나는 산야의 들꽃은
청량한 소슬바람에 한들대며
그저 유유자적(悠悠自適)입니다.

자연은 항상 그렇게 여유만만한데
애달고 안달하는 것은 사람뿐인가 봅니다.

투구꽃은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하늘빛을 띤 자주색 꽃이 고운 우리 야생초입니다.
꽃잎처럼 드러나 보이는 것은 투구꽃의 꽃받침이며
고깔처럼 전체를 위에서 덮고 있는 뒤쪽의 꽃받침이
마치 로마 병정의 투구처럼 생겨
투구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꽃의 모양이 까마귀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한약명(漢藥名)은 초오(草烏)라고 하는데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 유독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약(死藥) 원료로 많이 쓰였다고 하며
인디언은 독화살에 바르는 독으로 사용했으며
최근 보험사기를 벌인 무속인이 살해에 사용한 것도
투구꽃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살상용 맹독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색깔도 모양도 참으로 예쁜 꽃이 있는 들풀 세계나
가슴에 흉측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면에 항상 미소를 띠는 사람이 있는 인간 세계나
겉과 속이 다르지만 모두가 함께 사는 것이
세상만사(世上萬事)인가 봅니다.

(2013.8.25 오대산 비로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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