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놈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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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놈은 안 돼

김창식

2013년 09월 17일 (화) 00:25:52

‘여자 친구 쇼핑할 때 6시간 기다려~
(니가 사줄 거 아니면 입 다물고 기다려)
화장실에 가면은 가방 들고 기다려~
(그 백이 니 몸값보다 비싸)
음식 사진 찍을 땐 먹지 말고 기다려~
(니가 먹을 수 있는 건 무한 리필 빵)
화장하는 동안 2시간은 기다려~
(이쁘다고 안 하면 넌 죽어)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KBS 2TV ‘개콘(개그콘서트)’의 상반기 히트 코너 중 ‘용감한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남녀 개그맨들이 나와 펼치는 힙합개그로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었어요. 노래를 매개로 일상에서 접했음 직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는 상황뮤지컬이기도 했지요. 첫머리 내용은 방영된 노래 가사를 간추린 것입니다.

아마추어 힙합 뮤지션 3인을 이끌고 나가는 주인공은 단연 여성 캐릭터(신보라)였어요. 그녀는 개그계의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후리후리한 키에 평범한 외모지만, 천변만화하는 표정과 임기응변 능력에다 웬만한 가수 못지않은 뛰어난 가창력을 갖추었더군요. 몸을 사리지 않는 발 연기 투혼은 물론 '예쁜 척하지 않는' 개념까지 갖추었음에랴. 그런데 이 코너를 보고 있으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요. 그렇군요. 이들 3인이 연출하는 웃음은 이 시대 88만 원 세대인 ‘루저의 비애’입니다.

꽤 오래전 회현동 쪽에서 남산 산책로로 향하는 입구 공터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오릅니다. 배수관 공사를 하는지 ‘노깡(둥근 시멘트 관)’이 여러 개 흩어져 있더군요. 청년 인부 한 명이 노깡에 상반신을 감추고 하반신을 드러낸 채 흥얼거리고 있었어요. 그 무렵 한창 유행하던,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로 시작하는 송대관의 노래였죠. 작업 중 잠시 틈을 내어 햇볕도 피할 겸 휴식 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 곁을 지나치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왔어요. 몇 걸음을 채 옮겨놓기도 전에 ‘핑’ 눈물이 돌았고요. ‘해 뜰 날’은 여간해선 오지 않을 것이니까. 아마 그 청년도 알았을 거예요.

그래도 1970년대 당시는 가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고 ‘노력하면 된다’는 실낱같은 믿음이 젊은이들에게 있었어요. 사회도 이를 용인하며 성원하는 분위기였고요. 요즘의 세태는 어떤지? 이를테면,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이런 빛바래고 실효한 지 오래인 격언을 입에 올리면 ‘노땅’ 취급 받기 딱 알맞을 거예요. 명문가나 중상류층에서 이미 태아 때부터 스펙을 쌓고 주식을 한 아름 갖고 태어난 베이비들이 효율적인 시설과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노력도 더 많이 한다고요. 평범한 집의 보통 아이들이 도대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니까요. 100m 경주 출발선에 서보니 이미 수십 미터나 앞서 달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따라 잡겠다고! 요즘 젊은이들의 정서는 대충 이렇습니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무지 더 쓰다!’

‘용감한 녀석들’의 숨긴 컨셉은 ‘쇼 미 더 머니~ 안 될 놈은 안 돼’입니다. 물론 공익 방송이니만큼 다음과 같은 위로의 멘트로 마무리를 하기는 하지요. ‘세상은 말하지~ 안 될 놈은 안 돼~ 우리는 말하지~ 안 될 것도 없어~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 그럼에도 왠지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앞부분의 가사가 더 마음에 꽂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주여, 지난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로 시작하는 릴케의 시 '가을날(Der Herbsttag)'이 생각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못합니다.’

내일 모레가 가족, 친지가 함께 모이는 추석이군요. 올해 명절 모임에서는 이런 인사치레 말들이 오고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취직은 어떻게 됐냐?” “국수는 언제쯤?” “아이 소식은 없냐?” “한평생 이렇게 지낼래?” "(초등학생 아이에게) 너 반에서 몇 등이니?" 이에 대한 답변은 글쎄요,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잠자코 기다려~”

utopco (117.XXX.XXX.251)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지금 불필요한 스펙을 위해 온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 그 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우리 사회는 권력과 돈을 가진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다 보니 그들의 불과 몇 %도 안되는 사고와 행동이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그것이 마치 올바른 사회의 통념처럼 만들어버려 그것을 불나방 처럼 쫓아가는 사회...
그것으로 그들의 사회를 또 유지해 가는 악순화의 고리를 끊어버려야 됩니다.
인문사회과학자(과거 공자 예수 석가모니 등등)들이 이에 앞장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됩니다.
해방 후 대한민국을 사실상 변화시켜온 베이붐 시대들이 살아오면서 지금 이 문제들을 알고 있으니
그 힘들이 모여 여러곳에서 변화시키려는 노력들을 하니 또 그동안 많은 변화를 일으켜 왔으니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전이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 여기저기서 민초들이 떠들어 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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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30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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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utopco님, 공자,석가,예수를 '인문사회과학자'로 표현하신 대목에 무릎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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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2 1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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