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의 '황새박사' 박시룡 교수가 자유칼럼의 새로운 게스트 칼럼니스트로 참여합니다. 박 교수는 경희대 생물학과를 나와 독일 본대학에서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입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199호 한국 황새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동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사회의 여러 현상을 해석하고 전망하는 독특한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자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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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들은 철저히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합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분봉(分蜂)을 합니다. 분봉은 집단의 수가 너무 많아졌을 때 새로운 여왕벌의 탄생시점에 맞추어 행해집니다. 꿀벌의 사회는 여왕벌의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여왕벌이 분비한 페로몬에 의해 사회는 뭉치기도 하고 둘로 나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페로몬의 효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집단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변방에 있는 일벌들에게는 이 페로몬의 효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여왕을 옹립합니다. 특별한 방을 만들어 여왕으로 하여금 알을 낳게 한 다음, 애벌레에게 로얄 제리를 먹여 새 여왕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새 여왕은 그대로 남지만, 구 여왕은 자신들의 세력(일벌)을 이끌고 떠나갑니다. 이것이 분봉인데, 사실 이것은 꿀벌들의 이사인 셈입니다. 집을 나온 집단은 새로운 집을 찾습니다. 바로 집터를 결정하는 데 이들은 철저히 다수결 원칙을 따릅니다.

 일단 집을 떠나온 일벌들은 구 여왕을 중심으로 가까이에 위치한 나뭇가지에 모입니다. 이들이 살아갈 새 집터를 찾기 위해 집터를 알아본 선발대의 몇몇 일벌은 자신의 집터 선전에 열을 올립니다. 8자 춤을 추어 집터의 방향과 거리를 정확히 무리의 일벌들에게 알립니다. 그러면 그 일벌들은 선발대 일벌이 알려준 집터를 방문하고 돌아오는데, 그 집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선발대 일벌이 추는 춤에 동조합니다.

 이런 식으로 어느 한 선발대 일벌의 동조자가 많아지면, 춤을 추던 선발대 일벌도 자신의 춤을 포기하고 다수의 무리를 이룬 선발대 일벌에 동조합니다. 이렇게 꿀벌들은 무리 속에서 여러 다른 의견을 하나로 통일하여 최적의 집터를 찾습니다.

 이 광경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지구 상에서 꿀벌만큼 다수결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종족이 어디 있을까,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홀로 집단을 구성하여 딴 살림을 차리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발대에 동조하다가 다수의 집단에 동조했다고 해서 차별 받는 일도 없습니다. 이들은 모두 여왕을 중심으로 한 집단의 안위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지금 정치권은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마치 꿀벌처럼 집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점은 자신이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다른 후보를 밀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 추종자들이 딴 살림을 내면 냈지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 쪽으로 옮겨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다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때 가능하지 않을까요? 만일 꿀벌들이 개인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서만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적 사회로의 진화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박시룡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교 이학박사. 현재 한국교원대 교수ㆍ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대표 저서「동물행동학의 이해」, 「과부황새 이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