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자_(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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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

김창식

2013년 10월 31일 (목) 00:33:50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JTBC ‘히든싱어2’ 조성모 편(10. 26 방영)에서 원조 가수가 중간에 탈락하는 대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의외의 결과에 방송 현장은 초토화됐고 시청자 또한 놀람을 금치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사태(?)를 되짚어 보면 그 진원(震源)은 지난 19일 방영된 신승훈 편입니다. 신승훈이 어떤 가수인가요? 송창식ㅡ조용필ㅡ서태지와 아이들로 이어지는 슈퍼스타의 계보를 잇는 레전드급 국민가수가 아니겠습니까. 10장의 정규앨범 모두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하며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쓴 신승훈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바이벌 프로 결선 무대에서 탈락했단 말이죠.

신승훈 편에서는 데뷔곡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시작해서 최대 히트곡 ‘보이지 않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애틋하면서도 감미로운 레퍼토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노래를 듣는 것 자체로도 감동인 ‘신승훈 편’에서 웃고 즐기는 사이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이변이 일어난 것이에요. 모창 가수 장진호가 처음부터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하긴 했지요. 그래 봤자 ‘찻잔 속의 태풍’이려니 여겼는데, 어~어~ 라운드가 거듭되는 사이 결선에 진출해 신승훈을 제치고 ‘가장 신승훈을 빼닮은 가수’로 선정된 것이 아니겠나요.

전무후무한 결과에 ‘깐죽대는’ 스타일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한 MC 전현무, 다른 참가 가수들, 우승자 장진호와 신승훈 본인, 평가단과 일반 청중, 시청자 할 것 없이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요. 패널 중에는 신승훈과 20년 지기인 연예인 박소현, 신승훈의 열혈 팬이자 추종자인 가수 김경호, 흠모하는 후배 아이돌 가수들, 숨소리조차 구별해낼 수 있다는 돈스파이크 같은 동거남 급 ‘밀착형 지인’들조차 깜빡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신승훈 편은 한갓 깜짝쇼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근래에 접하기 힘든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었어요. 어린 나이의 팝페라 가수 장진호의 쾌거야 말할 것도 없죠. 히든싱어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진짜 가수를 넘어서고 거액의 상금(2000만원)을 탄 가수가 되었으니. 그것도 평소 흠모하는 전설을 넘어서서 말이죠. 여기에 우승자 본인의 휴먼 스토리(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형 등 주위의 보살핌 속에서 자람)가 더해져 눈시울을 뜨겁게 했지요.

거물 희생양처럼 비친 신승훈이지만 얻은 것이 있습니다. 초반에 짐짓 자신감 넘치던 신승훈도 회가 거듭됨에 당황하면서도 도전자 장진호를 인정하고 다독이며 너그러운 풍모를 보여주었지요. 장진호는 데뷔 무렵의 신승훈 목소리에 가장 근접한 목소리였으니, 20대 신승훈의 풋풋한 표상이요 분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린 신승훈(장진호)의 우승은 장년 신승훈의 젊은 날에 대한 헌사인 셈이어서 신승훈 음악의 청신함이 더욱 빛을 발하였죠. 그에 더하여 일반 시청자들의 복고조 감성을 건드려 ‘기쁜 우리 젊은 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니 소중한 ‘덤’이라고나 할까요.

이벤트 최대의 수혜자는 방송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00% 리얼을 강조하는 ‘히든싱어’의 화제성과 몰입도에 반하여 그동안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것은 이 포맷이 편집 조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논란이었거든요. 지금껏 ‘진짜 가수는 탈락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암묵적으로 지켜진 까닭이죠. 방송사는 신승훈 편에서 대형 원조가수가 탈락하는 진풍경을 연출하여 조작, 왜곡 논란을 기술적으로 비껴갔으니 이로써 상당 부분 신뢰성을 확보한 것은 큰 수확입니다.

‘히든싱어2’ 신승훈 편은 관련자 모두에게 따뜻함과 여운을 안겨준 희귀한 예에 속할 것입니다. 모창 우승자 장진호는 물론, 탈락한 원조 가수 신승훈, 신뢰도를 입증한 방송사 모두에게. 이만해도 작은 기적이요 보기 드문 ‘트리플 윈(Triple Win)’인데 , 또 한 부류의 진정한 승자가 있군요. 방청객과 이 프로를 본 모든 시청자가 또 다른 승자입니다.

김윤옥 (39.XXX.XXX.180)

Tv 시청을 자주 하지 않아서 어떤 프로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요즘 '히든씽어' '신승훈' 이란 단어를 많이 접했습니다.

놀랍고,신선하고,재미있었다.
의미있는 방송이었다.등등.. 의 평이었습니다.

김창식님의 글을 보고 프로그램의 포멧이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jtbc 가 방송의 신선한 방향을 잡아가는 것같아 좋습니다.

손녀에게 부탁해서 지난 방송 다시보기로 저도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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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2 18: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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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김윤옥님, 공감 감사합니다. 신승훈은 격이 다른 가수입니다.
비슷한 또래인 레게 리듬의 김건모도 좋은 가수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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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1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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