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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여성 앵커를 만나고 싶다
박상도 2013년 11월 01일 (금) 01:14:10
몇 주 전이었습니다. 한 모임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대 선배님께서 “왜 우리나라 기상 캐스터는 하나같이 다 젊은 여성들이지?”라고 물어 오셨습니다. 느닷없는 질문에 제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또 다른 선배님께서 “예전에 김동완 통보관이 일기예보를 할 때는 전문가가 구수하게 진행을 해서 참 인기 있었는데.”라고 한 말씀 더 거드시는 거였습니다. 필자는 요즘 방송의 트렌드와 시청률 경쟁과 시청자의 성향을 이야기하며 기상 캐스터가 젊은 여성 일색인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만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특히 외국 생활을 오래 하신 선배님께서 “젊은 기상 캐스터에게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친구들 대학에서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사람들인가?” 라고 물어보실 때에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공중파 방송 3사 메인 뉴스의 날씨를 전달하는 기상 캐스터 중 날씨와 관련된 학과를 전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메인 뉴스의 일기 예보는 항상 똑같은 포맷으로 방송됩니다. 일정한 패턴이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날씨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오거나 기상재해가 닥쳤을 때 스튜디오에 출연해서 앵커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역할을 할 능력을 갖춘 젊은 여성 기상 캐스터가 있을까?’하고 자문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30. 현재 방송 3사 여성 앵커의 평균 나이입니다. SBS의 박선영 앵커가 서른한 살, MBC의 배현진 앵커가 서른 살, 그리고 KBS의 이현주 앵커가 스물아홉 살입니다. 메인 뉴스의 여성 앵커는 ‘뉴스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여대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며 결혼 정보업체에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1등 신붓감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연히 일거수일투족 매스컴의 주목을 받습니다. 그런데 아직 메인 뉴스를 진행하기에는 이들이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젊은 여성 앵커의 출현은 그 역사가 벌써 30년 가까이 됩니다.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 젊은 여성 앵커의 선발 비하인드 스토리가 방송가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내 오디션을 통해 최종 후보자 A, B 두 명 중에서 보도국장은 좀 더 경험이 많은 후보인 A를 선택해서 사장에게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사장은 보도국장에게 A, B 두 후보의 뉴스 오디션 테이프를 다시 보여주고서, “당신 같으면 내일 또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야?”라고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뒤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B 후보를 선택했던 방송사 사장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20대 중반에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를 진행하게 된 그녀는 시청자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방송사 메인 뉴스의 여성 앵커는 으레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맡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40대 혹은 50대 남성 앵커 옆에서 서른 살 전후의 여성 앵커가 같이 진행을 하는 모습은 이제 메인 뉴스의 한 패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패턴이 고착되면서 여성 앵커의 위치는 점점 ‘뉴스의 꽃’의 역할에 머물게 됐습니다. 여성 앵커가 뉴스의 기둥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한국의 성(性) 평등 수준이 111위로 세계 136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0월 25일에 발표했습니다. 전년도보다 3계단이 더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전체적인 성(性) 격차지수는 0.635(0:불평등, 1:완전평등)를 기록했는데 교육 분야는 0.959, 보건 분야는 0.973으로 꽤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참여와 기회가 0.504, 정치권력 분산이 0.105로 매우 낮았으며 이 모두를 합친 결과가 세계 111위가 된 것입니다. 국회의원과 장•차관 및 기업 고위간부의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이 성(性) 평등 수준이 최하위권이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소개팅과 관련한 대화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XX야, 너 소개팅 할래?”

“응, 좋지. 근데 누구랑?”

“아, XX여대 다니는 앤데 , 과대표야.”

“그래? 근데 예뻐?”

“걔가 이번에 고시에 합격했다지, 아마.”

“그래서? 예쁘냐고?”

“걔, 성격도 좋고 얼마 전에 봉사상도 받았대.”

“아, 그러니까(짜증나는 어투로), 예쁘냐고?”

방송사가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보고 또 보고 싶은’ 젊은 여성 앵커와 젊은 여성 기상 캐스터를 기용하는 속사정이 개그프로그램의 대화 속에 녹아 있습니다.

오늘 보고 내일 또 보고 싶은 얼굴이 뉴스를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을 탓하고 싶지 않고 또 그러한 분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계속 젊은 여성 앵커와 기상 캐스터를 기용하는 방송사를 꼬집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성(性) 평등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고 이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외모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상 캐스터와 메인 뉴스 여성 앵커의 자리가 대학을 갓 졸업한 정도의 지식과 미모와 젊음으로 선택 받는 자리가 아닌 직업적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자리가 된다면, 그래서 메인 뉴스의 여성 앵커가 ‘뉴스의 꽃’이 아닌 ‘뉴스의 기둥’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성(性) 평등 수준은 분명 진일보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는 ‘내일 또 보고 싶은 앵커'를 만나는 대신 '내일 또 듣고 싶은 뉴스'를 만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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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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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 (14.XXX.XXX.156)
TV매체로 아무리 시청자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 한다지만 젊은 앵커가 잘한다는 것 절대 아닌 것 같아요 .
국영 K... 방송 뉴스를 들을 때 마다 콧 소리가 심하여 발음이 제대로 전달 안되고 듣기 거북하여 결국 채널을 돌리게 됩니다.
오히려 기상 캐스터 아나가 더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을 보며 실력이란 외모와 젊음으로 평가하지 말고 한 분야에 오랜 경력과 연륜을 인정해줘서 시청자 곁에서 항상 함께하는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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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16:35:02
0 0
신아연 (112.XXX.XXX.157)
21년전 이민가서 처음 봤던 여성 앵커를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그때도 젊지 않았던 사람이 이제는 백발 초로에 이르렀습니다. 그 양반보다 저는 젊지만 같이 늙어가는 느낌, 화면에서만 만나는 사람임에도 옆에서 함께 살아온 오랜 지인같은 느낌은, 그러면서도 진짜 지인과의 친분과는 또다른 묵직한 신뢰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방송 매체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한 공신력의 영향이겠지요.

그 느낌에는 그 양반의 흠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섞여 있습니다. 방송에서 그 이가 실수를 해도 우리처럼 가십거리로 삼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꽃이니 뭐니 하는 외모와 관련한 평가가 들어설 여지가 없지요... 그 수준까지 가야합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여자를 계속 여자로 볼 때 다람쥐 쳇바퀴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방송사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현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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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2 03:41:07
0 0
박병모 (210.XXX.XXX.250)
언뜻 생각나는분중에 모방송국에있다가 현재는 국회에 계시는 여성 앵커가 생각 나네요. 그런분들이 뉴스테스크를 지켜주는것도 훨씬 신선하게 다가올것 같아요. 뉴스가 더 진솔하게 다가올것 같은 느낌!
평소 뉴스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방송인의글을 통해 확인하니 내생각이 틀린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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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1 10:14:57
0 0
정달호 (211.XXX.XXX.254)
박 선생님의 지적에 큰 공감을 표합니다.

우선 성을 가리지 않고, 아는 것 많고 경험 많고 실력 있으면서도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그런 앵커가 제일 좋겠습니다.
외모 위주의 여성 앵커나 기상 캐스터는 일시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편, CNN 같은 데서는 2, 30년 전에 시작한 여성 앵커들이
거의 그대로 지금도 나와서 잘들 하고는 있는데 좀 식상하는 문제점도
없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젊고 외모가 좋은 여성 앵커가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런 분들이 성장하면서 경험을 쌓아 유능한 앵커로서 오래오래 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오래 그 자리를 지킬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에
속할 것같습니다.

아무튼 경험 있고 실력 있는 앵커나 기상 캐스터면 좋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여성이나 남성이나 꼭 나이가 많기보다는 나이가 적당히 든
듬직한 그런 분들이 맡아주시면 아마 시청자들도 좋아할 것으로 봅니다.

항상 그렇듯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참신하고 솔직한 지적을 해주신
선생님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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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1 09:45:48
0 0
moolsy (211.XXX.XXX.73)
뉴스의 기둥 재목이라고 생각되던 여자앵커의 스캔들을 보니 그녀 역시 뉴스의 꽃 밖에 안되는 존재였구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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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1 08:18:2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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