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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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고영회

2013년 11월 05일 (화) 01:32:57

시내에서 움직이면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을 만납니다. 길을 갈 때 골목길에서 큰길로 나가려고 기다리는 차를 자주 봅니다. 이런 차 대부분은 길바닥에 보행자용 길 표시가 된 곳에 떡하니 서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차 앞이나 뒤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차 앞을 돌려면 큰 찻길로 나가야 하고, 뒤로 돌아가려면 차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주는 불쾌감을 참아야 합니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면 차가 갑자기 움직입니다. 걷는 사람은 참 위험합니다. 이런 차들은 걷는 길을 막지 않고 몇 걸음 뒤에 서 기다리면 좋으련만, 운전자는 그럴 생각이 없나 봅니다.

시내 공사장 주변도 위험합니다. 인도를 파헤치고 공사하느라 마련한 임시 보행통로는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길 너비도 좁고, 임시로 쇠파이프를 엮은 난간에는 ‘안전제일’이라 표시한 가림막을 쳤지만 뼈대인 난간 자체가 허술합니다. 길바닥에 임시로 보도블록을 깔았지만 바닥은 울퉁불퉁하여 정신을 잠시 놓으면 아차 하는 순간에 몸이 기우뚱합니다. 높은 뾰족구두를 신은 여자들은 아찔할 겁니다. 임시로 길바닥에 헝겊을 깐 곳도 있습니다. 바닥도 고르지 못하고 비가 올 때에는 헝겊에 물이 배여 흙물이 옷에 튀기도 합니다. 시내에서 인도를 건드리는 공사를 못하게 할 수 없겠지만, 임시로 쓰는 보행자 길이라더라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걸어다니는 인도에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건축선 뒤물림(후퇴)’은 건물을 지을 때 도로 경계선에서 일정 거리를 뒤로 물러나 짓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공공시설을 확보하고, 보행환경이 좋아지도록 건축법에 따라 지정합니다. 건축주는 건물 앞 공간은 여전히 자기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와 대지 경계선에 갖가지 여러 모양의 돌기둥, 화단이나 화분, 계단을 만드는 등 장애물을 두었습니다. 이런 장애물을 두어 여전히 도로와 자기 땅을 구분 짓는 것이죠.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도로인지 개인 소유지인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길을 가면서 전화기를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예측하지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면 정말 위험합니다. 건축선 후퇴는 보행 환경을 좋도록 건축물을 뒤로 앉게 규제하는 제도인데, 그렇게 확보한 공간에 장애물을 둔다면 오히려 보행자가 더 위험해집니다. 제도의 뜻과 다르게 운용됩니다. 건축선을 뒤로 물리어 생긴 공간에는 보행자를 위협할 장애물을 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하철역에는 안전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공간에서 생길 수 있는 철길에 떨어지거나 열차에 부딪힐 위험을 막도록 설치했습니다. 안전문은 승객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안전문과 열차문을 여닫는 순서를 보면 이상합니다. 지금은 안쪽에 있는 열차문이 안전문보다 먼저 열리고, 먼저 닫도록 운용합니다. 시간에 쫓긴 승객은 떠나려는 차를 타려고 안간힘을 다해 뜁니다. 안쪽에 있는 열차문이 먼저 닫히면 안쪽 문이 닫힌 줄 모르고 달려갑니다. 문을 닫을 때에는 타는 승객의 안전을 생각하여 바깥에 있는 안전문을 열차문보다 먼저 닫는 게 옳을 것입니다. 문을 열 때에는, 승객이 나가는 순서대로 지금과 같이 열차문을 먼저 여는 게 맞습니다. 여닫는 시간 차이가 짧아 효과 차이가 별것 아닐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주 짧은 시간 차이에 사고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전을 생각하여 안전문 여닫는 순서를 다시 고려해 보면 좋겠습니다.

공공이나 일반 건축물과 시설물을 설계할 때 당연히 안전을 염두에 둡니다. 설계가 완벽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설계자의 지식에 한계가 있고, 설계자가 예상하는 행동 방향과 달리 사용자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설계자나 운용자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 어렵습니다. 안전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발견할 때에는 즉시 알려 고치게 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아는 분이 안전봉사단(www.safetyguard.kr)에 참여하더군요. 일반인이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면 관련 부처가 적극 고치도록 나서서 효과가 좋은가 봅니다. 내 주변을 세심하게 살필수록 우리는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지금은 ‘스크린 도어’라 하는데 서울시는 ‘안전문’으로 바꾸기로 했고, 안내 방송 등을 고치고 있다 하여 미리 ‘안전문’이라 씁니다.

의견(2) (119.XXX.XXX.227)

^홍승철 2013-11-05 12:52:27
말씀하신 대로 약간의 차이가 안전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약간의 배려를 하지 않으려 드는군요. 저도 좀 더 마음을 쓰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
^한승국 2013-11-05 08:23:09
규정을 지키는 것은 나를 지키는 기본입니다. 여기에 안전공학을 더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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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6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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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 (159.XXX.XXX.15)

안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주변의 사소한 것을 무시하고 무감각해지는 것이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가징 근본적인 원인이죠.
우리주변의 안전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할려는 노력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수 있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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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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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공감해 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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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15: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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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무심히 넘겼는데 안전문 닫는 순서를 말씀하신대로 한다면 그게 옳은 방식이겠군요. 일상의 지킴이처럼 담당자들이 미처 생각 못한 것들을 실제 사용자들이 알려주는 부지런함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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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07: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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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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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15: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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