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대한민국 공항 풍경
고영회 2013년 11월 27일 (수) 02:29:15
며칠 전 제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 김포공항에 갔습니다. 김포공항은 국제공항이라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국내선용으로 씁니다. 외국인도 제법 이용하겠지만 거의 모두 우리나라 손님이 씁니다. 공항은 손님 편에서 보고 운영해야 합니다.

탑승권을 받으려고 찾아간 항공사 간판부터 영어입니다. 우리는 KOREAN AIR, ASIANA AIRLINE이라 적었는데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라 부릅니다. 써 붙인 글과 소리 내는 말이 다릅니다. 국내 공항이라면 우리글로 항공사 이름을 써 붙이는 게 기본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외국인을 배려하여 영어 이름을 적어야겠지요. 제주공항에서는 ‘에어부산 AIR BUSAN’으로 우리글과 영어를 같이 적었기에 보기 좋았습니다.

   
  제주공항  
우리나라에서 글을 쓸 때는, 우리말을 잘 보이게, 크게 적어야 합니다. 왼쪽에 우리글 오른쪽에 외국어, 위쪽에 우리글 아래쪽에 영어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항 출입문은 아예 GATE입니다. 강남역 지하상가 입구도 GATE이고 EXIT입니다. 그런 판에 공항 출입구에 ’나들문, 출입문, 출입구‘라 쓰라고 하면 그 사람이 비정상인가요?

공항 안내판에 써 붙인 말도 ‘탑승수속, 탑승구’입니다. ’수속‘은 일본말로서 국립국어원이 ’절차‘로 바로잡도록 한 말입니다. 이제는 탑승절차, 나아가 ’타는 절차‘와 같이 바로잡아야겠습니다. 탑승구도 일본에서 온 말일 것 같습니다. 요즘 웬만한 곳에는 ’승차구 승선구‘ 대신에 ’타는 곳‘이라 씁니다. 공항에도 알기 쉽게 그렇게 바꾸면 좋겠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절차를 밟는데 어린 학생들이 무척 많습니다. 아마 무리 지어 공부여행을 가나 봅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니 공항 안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안내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공부 삼아 떠나는 여행이니 공항을 이용하고 절차를 밟는 것 하나하나가 공부일 텐데,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도 말리고 따끔하게 꾸지람하는 선생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비행기에 오른 뒤에도 계속 떠듭니다. 승무원이 미안한 얼굴로 다가와 ‘귀마개라도 드릴까요?’하고 묻습니다. “이끌고 가는 선생님은 없습니까?”하고 물으니, “있지만 나서지 않네요. 미안합니다.”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비행기 안인데 저렇게 소리를 질러대도 내버려 둬도 되나 싶습니다. 참기 어려워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조용히 하라고 큰 소리로 말했지만 잠시 조용했다가 다시 시끄럽습니다. 옆자리에서 떠드는 녀석에게 등을 치며 눈을 부라리기도 했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승무원이 이런저런 안내를 하고 마지막에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라 하기에 비행기에서도 잘못 말하는 구나 싶어 마음이 상했습니다. 뒤이어 기장이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하기에 조금 위안을 얻었습니다. 승무원도 정도는 덜한 것 같지만 아무 데나 ‘시’를 붙이고, ‘되실게요’ 같이 쓰는 것 같아 속이 거북합니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 타러 들어가는 곳에 ‘한국인’이라고 쓴 표지가 보입니다. 1982년 처음으로 김포공항에서 출입국절차를 밟을 때 내국인용 창구는 외국인용보다 수가 모자라고 구석에 있었습니다. 김포공항에는 한국인 손님이 더 많습니다. 우리는 구석에서 줄을 길게 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외국인은 오자마자 기다릴 필요도 없이 창구를 빠져 나갔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보니 그 나라 사람을 위한 창구가 가운데에 있고 숫자도 외국인용보다 더 많더군요. 외국인보다 그 나라 사람을 더 배려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거의 예외 없이 그렇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찬밥이고, 외국에 가서도 찬밥 신세구나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습니다. 그 뒤 세월이 흐르면서 출입국절차에서 적어도 외국인만큼은 배려해주게 되고,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을 더 챙기는 상태까지 왔더군요.

공항에 단 간판, 안내판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푸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내팽개치면서까지 외국인을 챙길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공항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싶습니다.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항공’이라 쓴 간판을 보고 싶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3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玄武 (115.XXX.XXX.45)
언문은 언년이들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천시하던
사대부 개뼈다귀 손들이 이번엔 영어에 혹 했는가 봅니다.

무당은 멀리 있는 무당이 영험하고, 또 家鷄野雉 라고도 했지요.
자기 절 부처는 자기가 모셔야 된다는 평범한 진리도 잊은 멍청이들.
답변달기
2013-12-16 00:11:53
0 0
고영회 (119.XXX.XXX.227)
가계야치!
집에 있는 닭보다 들에 있는 꿩을 더 좋아한다...
이에 딱 들어맞는 말이군요.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3-12-16 10:14:37
0 0
주신 의견 (119.XXX.XXX.227)
***이준섭 2013-11-27 11:30:35
공항에서 모든 표기는 한글로 하고 영어는 괄호에 넣어 표기를 의무화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준섭 드림
^
***김광석 2013-11-27 08:45:01
고 대표님! 산소리로 지적해주니 반갑네요. 우리의 확실한 주권을 찾아야 할 것이라 봅니다. 영어를 많이 섞어서 쓰면 유식해 보이고 우쭐해 하는 언론인이나 정치인들을 보면서 무식한 사람은 더 위축되는 걸 많이 느낍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네요....좋은 하루되기를...
^
***한승국 2013-11-27 08:23:30
어디 공항 뿐입니까. 공항은 그래도 외국인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극장이나 시장 같은데도 온통 영어 판입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잘 알면서도 안 그러는 게 더 분통터질 노릇이지요. 여행되세요. 새해되세요. 명절되세요. 라는 인사도 누가 누구에게 하는 인사이고 기원인지 모릅니다. 영문볍에 따른 수동형 인사 말. 내가 아니고 여행에게, 새해에게, 명절에게 하는 인사 아닌가요. ㅉㅉㅉ 이런 문구가 요즘은 주요 일간지 전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립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도 종종 현수막에다 사용하고요.
^
*** 이무성 2013-11-27 08:21:05
항상 느꼈던 지적사항을 고선생님께서 통쾌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무성 사룀
^
***오영동 2013-11-27 08:13:56
누가 보아도 편안한 글귀의 단어 우리 말이 좋죠!
^
***이상두 2013-11-27 07:41:54
정말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거리를 나가도 곳곳에 영어로 된 간판이 수도없이 많습니다. 한글은 아예 병기하지 않은 간판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루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정도의 영어는 다 알아야 생활에 불편함이 없겠구나. 쉬운 영어단어라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간판이나 이름을 짓는 사람들은 점점 더 생소하고, 점점 더 어려운 영어를 한글 없이 써야 고급처럼 느끼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생각이 드네요.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듯이 너무 일반화된 사회현상이 일년에 한 번 한글날에만 생각할 일은 아닌데 말이죠.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13-11-28 08:52:03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