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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랑 그리고 동행
신아연 2013년 12월 19일 (목) 05:09:24
작년 5월, 저는 ‘피시 오브 더 데이 (fish of the day)’ 라는 제목으로 본 칼럼에 글을 썼습니다. 가게 한 켠에 둔 어항 속 작은 금붕어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경험했던 내용입니다.

<‘fish of the day’ -우리 식당 입구에 놓아 둔 어항 속 물고기를 짓궂게도 우리는 이렇게 부릅니다. 메뉴 가운데 생선 요리는 활어를 그 자리에서 잡아 손님 상에 올린다는 의미로 ‘fish of the day (오늘의 생선)’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손가락 한 마디 크기도 못 되는 그 녀석이 정말로 어느 날 ‘fish of the day’ 로 식탁에 오를 리는 없고 장난 삼아 어항 앞에 그렇게 써 놓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무심코 오가는 손님들도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특별히 ‘키운다’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물이나 갈아주면서 ‘ 어이, fish of the day.’ 하고 한마디씩 놀리기나 한 것이 벌써 4개월쨉니다. 어항 물을 갈아주면서 “never die! (절대 안 죽네!)” 하던 때가 두 달도 더 전이니 우리는 이미 그때부터 녀석의 생명력을 신통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예쁘고 앙증맞아서, 나중에는 습관적으로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도 며칠이나 더 살려나 했던, 살면 살고 죽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던 것이 4개월이 넘고 보니 그 미물에 전과는 다른 눈길을 주게 됩니다.

제깟 것 목숨보다 오히려 어항이 깨질까 보아 염려하던 것이 이제는 ‘그 물고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 특정한 ‘그 생명체’에 마음이 기울게 된 것입니다.

작은 물고기는 지칠 줄 모르고 헤엄칩니다. 움직이면 살고 멈추면 죽기라도 할 듯 필사적 몸짓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놀리는 모습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발해서 꼭 영화 <쉬리>에 나오는 칩을 넣은 물고기를 연상케 합니다. 정말이지 경탄해 마지않을 생명력입니다.

일평생 곁에 둘 친구 하나 없는 실존적 절대 고독의 공간에 놓인 자신의 운명 따위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데 집중하는 작은 물고기에 마음을 주기 시작한 이후, 이따금 그 하찮은 생명에 생각이 매여 조바심이 이는 생경스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물고기는 지금도 살아 이제 만 두 살이 되어갑니다. 얼마 전 지인이 서울에 있는 제게 사진까지 찍어서 녀석의 ‘안부’를 전해 줬습니다.

지난 일요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팔순 맞이 출판 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행사장에서 받은 그의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는 ‘생명’과 ‘사랑’의 변주곡이자 ‘동행’을 주제로 씌었기에 저의 ‘물고기 칼럼’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책 첫 장에는 우리 집 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50여 년 전 그는 단칸 셋방에서 신혼 살림을 하면서 썰렁한 방을 메울 겸 어항을 들여놓았다고 합니다. 잉크병까지 얼 정도로 매섭게 춥던 어느 겨울날 아침, 연탄불이 꺼진 탓에 어항이 얼어 금붕어 세 마리가 살얼음 속에 화석처럼 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주전자에 물을 끓여 급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어항 속으로 물을 부었고 마침내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살얼음 사이에서 금붕어의 지느러미가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얼어붙은 너희들을 보고 나서야 처음으로 우리가 한방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다. 나의 추위가 바로 너희들의 추위였다는 것. 나에겐 지느러미도 아가미도 없지만 어항 속 겨울을 함께 숨 쉬고 있었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 동안 모르고 지내온 거다. … 미안하다. 절대로 다시는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겠다. 맹세하마…. 분명한 것은 그것이 어제 보던 그 어항이 아니라는 사실. 조금 전 얼음 속에 갇혀있던 그 금붕어들이 아니라는 거다…. 방안의 모든 가재도구가 ‘살림살이’라는 우리 토박이 말 그대로 서로 살리고 사는 생명력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그와 저의 금붕어가 덮쳐오는 죽음의 공포를 딛고 ‘생명’을 택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생명을 나눠 가진 자의 ‘동행’이 있었습니다. ‘생명’과 ‘사랑’과 ‘동행’은 속성상 동의어라는 걸 보여주듯.

‘생명’과 ‘사랑’의 배면에는 ‘죽음’과 ‘이별’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죽음과 소멸이 없는 삶과 생명은 있을 수 없고, 별리를 수반하지 않는 사랑은 권태 아니면 변태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죽음보다 강하고 사랑은 이별 앞에서 더 영롱하기 마련입니다.

이재무의 시, <수직과 수평>에는 ‘수평은 수직이 만든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시인은 ‘동이에 가득 담긴 물 이고 가는 그대의, 출렁출렁 넘칠 듯 아슬아슬한 사랑의 수평도 마음 속 벼랑이 이룬 것이다. 수직의 고독이 없다면 수평의 고요도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수직’에 ‘죽음’과 ‘별리’를, ‘수평’에 ‘생명’과 ‘사랑’을 대입해봅니다.

죽음과 이별, 수직을 떠올리게 하는 한 해의 끝, 12월입니다. 한겨울로 치닫는 계절처럼 지금 어둡고 아픈 생의 터널을 지나는 자들에겐 어떤 위로도 소용 닿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묵은 해의 끝 날은 새해의 첫 날과 잇닿아 있고 겨울은 이미 봄을 배태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죽음을 이기고 반드시 새 싹을 틔울 것이며 사랑은 아픔을 통해 성장과 성숙의 열매를 되돌려 줄 것입니다.

저 자신도 비록 지금은 ‘고립무원, 절대 고독의 어항’에 갇혀 있지만 ‘생명’ 그리고 ‘사랑’을 믿고 뭇 에너지와의 ‘동행’에 의지하여 머지않아 ‘수평’의 그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소망이 그날 행사장에 다녀온 후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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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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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 (112.XXX.XXX.157)
"죽음과 소멸이 없는 삶과 생명은 있을 수 없다" 가슴이 뻥뚫리게 와닿습니다
어느면에서 보면 "죽음도 삶의 연장이다"라는 어느분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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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07: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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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 (39.XXX.XXX.156)
신작가님의 글을 대하니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생명은 죽음과, 사랑은 이별과, 가는 해는 오는 해와, 하늘은 땅과, 얻음은 잃음과, 도착은 떠남과 등등 연결되어 있다는 섭리를 깨달은 것이지요 ㆍ 감사드립니다 이것을 그냥 머리에서 몽롱하게 맴돌기만 했을 분 결론은 고사하고 의문조차도 가져보지 못한 저를 일깨워 주시어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호주에는 언제 가시옵니까? 블로그에 저의 소망을 실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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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18: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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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14.XXX.XXX.27)
이 겨울이 지나면 반듯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올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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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5:56:29
0 0
신아연 (112.XXX.XXX.157)
지금 이 시공간에 몸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순 없겠지요. 현실을 긍정하되 조금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인간적인 향상을 향해 모두가 조금씩 노력하고 양보하는 자세, 그것이 따스한 공동체를 만드는 실천 가능한 방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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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03:31:39
0 0
조동원 (112.XXX.XXX.157)
어항속의 금붕어를 치밀하게 관찰하며 대화를 나누시는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솔직히 가물가물한 영롱속에서 필자의 참뜻을 헤아리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어령 교수의 경험을 곁들여 인용하는 사례를 염두에 두고 조금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신호를 받은 것입니다.


philosophize한 논지를 읽으며 철학 전공한 것을 새삼

상기하면서 범속한 관찰자에게 좋은 자극제를 주신 것입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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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05:39:50
0 0
玄武 (115.XXX.XXX.213)
추운 곳에서는 애타게 봄을 기다리지만.
사이공은 선선해서 아주 그만인 계절입니다.


고국이 봄의 향기에 몸살을 앓을 때면,
이곳은 이쑤시개로 콕콕 쑤시듯이 따갑거든요.


의복이사, 너나 내나 언제나 여름옷
반팔이라서 상대에 대한 박탁감이 덜하지요.


사유의 깊이도 옷 길이와 정비례하는 것 같아서.
그게 쪼끔~^^


아래층 계단 아래 수족관에 금붕어 8마리가 살지요.
베트남 사람들은 8자를 선호해서 언제나 8마리입니다.


저야 금붕어 밥이나 사오라면 사다주는 식구들인데,
나갈 때, 물은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겠습니다.


추운계절에 신 선생님 건강 조심하시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내년에도 변함없이 올려주신 훌륭한 글로 공부 할 수
있을 터이니까요. 사이공 촌부가 이렇게나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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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12:55:00
0 0
신아연 (112.XXX.XXX.157)
옷길이가 사유의 깊이와 비례한다고 하신 말씀... 열대 지방에서 사색인이나 철학자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뜻이겠지요. 제가 이민가 사는 호주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호주에는 시인이 없다'는 제목으로 시집을 낸 분도 있지요.

과찬이지만 격려로 알고 받겠습니다. 독자가 있기에 필자가 있습니다. 괜찮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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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03:28:48
0 0
玄武 (115.XXX.XXX.155)
답 글 감사합니다.
요즘 이곳도 선선해서 사유할 시간을 조금 줍니다.^^
그 대신, 몇 일간 선풍기가 에어컨대신 수고를 합니다.
세상사 어찌 되었던 절대로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유 칼럼 그룹)여기에 건의하고 싶은 의견이 있습니다.
{작가님 글에 답 글 숫자를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없어서 컴퓨터도 션찮은 베트남에서 매번 제가 올린 답 글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회원가입도 쉽지가 않아서 그냥 이 상태로 가려고 하지만.
그렇지만 이 기능만큼은 추가해 주셨으면 편리하겠습니다.
‘늙은이 시간절약해서 뭐해’ 하시지마시고요~^^


이런 의견을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무슨 조치가 있으면 이글은 삭제 하겠습니다.
고국에서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3-12-22 11:26:51
0 0
자유칼럼 (122.XXX.XXX.12)
안녕하세요? 자유칼럼그룹 웹마스터입니다.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건의사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webmaster@freecolumn.co.kr로
보내주시면 가능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말씀하시는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싸이트를 알려주시면
이해하기 쉬우니 해당싸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3-12-25 07:18:04
0 0
玄武 (115.XXX.XXX.57)
하이고! 제가 설명이 부족했나 봅니다.
답 글 숫자 표시 기능은 다음카페
어디든 되어있어서 편리하지요.
(아니면 습관이 들어서..,)


아래 예를 들겠습니다.


(縣頭刺股 ~2) -조장(助長)- [26]
(縣頭刺股 ~1) -따뜻한 00- [20]


( 26 / 20 ) 숫자가 본 글에 달린 답 글 숫자입니다.
이런 답 글 표시기능이 있으면 칼럼 쓰시는 분들도 당신 글에
달린 답 글을 확인하시고 클릭하시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능이
없어서 답 글을 확인하려고 매번 본 글을 클릭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처럼 컴 사정이 안 좋은 곳에서는 더욱 많은 시간을 빼앗아갑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드리면서..,
신 선생님 글을 예로 들겠습니다.


생명, 사랑 그리고 동행 에는 [11]개의 답 글이 달렸습니다.
거소증과 코리안 드림 [8]개의 답 글이 달렸습니다.


[연재칼럼] 생명, 사랑 그리고 동행 [11] ☜

[연재칼럼] 거소증과 코리안 드림 [8] ☜
답변달기
2013-12-25 20:17:19
0 0
신아연 (112.XXX.XXX.157)
문의하신 내용을 자유칼럼 운영진에게 전달했습니다. 의견이 모아지는대로 다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관심있게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3-12-23 16:06:05
0 0
玄武 (115.XXX.XXX.197)
오예! 덕분에 게시판이 환해졌습니다.
답글 숫자가 표시되니 생기가 확 돕니다.
자유칼럼 운영진과 신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13-12-26 17:27:3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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