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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해 소망
정극원 2014년 01월 10일 (금) 00:48:43
하나의 문이 닫힐 때 하나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합니다. 계사년의 문이 닫혔고,
갑오년의 문이 열렸습니다. 질주하는 말처럼 박차고 나아가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찾습니다. 붉게 떠오르는 햇살조차도 다 품는 바다입니다. 바다는 그렇게 거대하여도, 계절에 맞서지 않고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포용하고 순응합니다.

바다는 맞서서 이기려 하지 않고, 계절이 만드는 섭리에 따르려 하는 것입니다.
태양조차도 품는 거대한 바다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계절의 변화를 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새해에 동해로 가는 이유는 붉게 동터 오르는 첫 일출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실은 거대한 바다의 포용에 몸을 담그기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차가워지고 나서야, 푸른 소나무가 더욱 늠름하여 보입니다. 활엽수처럼 잎을 떨구고서 겨울을 맞이하면 쉬울 텐데, 푸른 잎을 고스란히 안고 견뎌야 하는 겨울이 무척 힘들 것입니다. 차가움을 이기기 위하여 가동하는 열량의 소모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여도 소나무는 즐거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천지간에 홀로 푸르기에 그럴 것이고, 그 푸름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럴 것입니다. 차가워지고 나서야 소나무가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혹한의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의 항상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마움이란 시간 순서인가 봅니다. 지난 시간에 인간적인 고마움이 아무리 컸다 하여도, 현재 시간의 얕은 고마움 앞에 쉽게 변절하는 인간입니다. 잊는 것에 익숙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얕은 것이라 하여도 현재의 이익은 남는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짐승보다 우월할 수 있음은 지난 고마움을 간직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의 심성이 선할 수 있음은 지난 고마움을 그리워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나갔기에 현재에 어떤 이익도 되지 않는 것이라 하여도, 인간이니 그 가치를 되새길 수 있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고마움은 지금엔 이익이 되지 않으니 쉽게 잊고 현재의 이익은 조금이라도 남는 게 있으니 택하게 되는가 봅니다. 더 컸던 지난 고마움을 버리고 지금의 작은 이익을 택하는 인간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미래가 없습니다.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미래가 탄탄한 것이지, 눈앞의 이익만 찾는다면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에 쌓은 돌축의 기반이 있기에 탑이 오래가는 것입니다. 모래로 쌓은 탑이라면 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그런 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들이 있기에 삶이 풍성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새해의 새벽이면 시골마을에 하나밖에 없던 동네 우물의 첫 물을 기러오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 정화수로 기도를 올리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삼신할매께 올리고 신령님께 올리고 동네를 지키는 수호신께 올리고 오로지 자식들이 잘 되라고 기도하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어머니의 기원이 있었기에 오늘 자식들이 풍족하게 살게 된 것입니다. 그 자식들이 땀 흘려 일한 덕에 국가가 부강하여진 것입니다. 어머니에서 시작된 그 인과관계를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염원이라 하여도, 볼 수 없는 기원이라 하여도 보내고 또 보내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어머니들 덕에, 오늘 우리는 호강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살아가면서 할 일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눈앞의 얕은 이익보다는 지난 고마움이 더 큰 잣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면 매사에 얄팍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게 될 것입니다.

정극원
영천고졸업(78년), 대구대 법대 졸업.독일 콘스탄츠대 법학박사.
대구대 법대 학장(전), 법제처 국민법제관(현),
유럽헌법학회 회장(현), 대구대 법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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