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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십자화과)
2014년 01월15일 (수) / 박대문
 
 
땅바닥에 붙은 듯, 시들어 가는 듯
말라 틀어진 들풀이 발밑에 밟힙니다.
살아 있기에, 새 생명의 씨앗을 남겨야 하기에
독하고 끈질기게 겨울을 버텨 내는
꽃다지 월동체의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비루하고 야윈 저 모습으로 겨울을 견뎌 내야만
이른 봄에 노란 꽃(아래 사진)을 피워낼 수 있습니다.

꽃다지는 우리나라 각처의 들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로서
가을에 싹이 터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자라 꽃 피고
열매 맺은 뒤에 말라죽는 풀입니다.
겨울의 들판이 생명체가 없는 황량한 벌판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다지, 냉이, 큰개불알풀, 망초 등
두해살이풀의 어린 개체가 월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삭풍에 눈발 휘날리는 한겨울의 싸늘한 야지(野地)에
초목은 잎이 지고 겨울 휴면(休眠)에 빠져
씨앗이나 땅속뿌리로 월동하지만
이른 봄 일찍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 들풀들은
대부분 싹이 터서 어린 개체로 겨울을 나고
꽃나무는 꽃눈을 내서 한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이른 봄 잔설이 채 가시기도 전에
꽃샘추위 속에서 피어나는 여리고 작은 들꽃을 볼 적마다
두해살이 들풀의 끈질긴 ‘생명 유지’의 시련을 생각합니다.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이 맨땅에서
차가운 삭풍을 온몸으로 안고, 내리는 눈발 흠뻑 맞으며
길고 깜깜한 혹한의 겨울밤을 지새워야만 하는 이른 봄 들꽃!

주어진 생을 이어가야 한다는 대자연의 소명에 따라
설한에 오그라들고 엷은 햇살에 말라비틀어지면서도
가냘픈 꽃대 올려 피워내는 이른 봄 작은 들꽃 한 송이!
작고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처연한 시련과 깜깜한 기다림을 상기한다면
갸륵하고 대견함에 어찌 눈물겹지 않으며
사랑스럽고 곱지 않으리오.

애잔한 마음으로 이른 봄 들꽃을 보면
무정한 가슴마저 찡하게 울리며 환희에 젖게 하는
곱고도 고운 천상의 꽃이 되어 다가옵니다.




예쁜 들꽃을 보려거든

– 운정(雲亭)



이른 봄 피는 꽃이 그냥 피더냐?
한겨울 눈바람 속 여린 꽃눈이
까맣고 긴긴 겨울밤 기다려 핀다.

한 송이 예쁜 들꽃을 보려거든
거친 들판에 선 그 꽃의 숱한 시련과
긴긴 겨울밤의 깜깜한 기다림을
애잔한 마음과 고운 눈으로 돌이켜 보아라.

애정 없는 의붓어미 눈에
의붓자식이 어찌 곱게 보이겠느냐?
한 송이 예쁜 들꽃을 보려거든
사랑스러운 마음에 보는 눈도 고와야
작은 들꽃일망정 네 가슴에 이쁘게 피리라.


(‘14.1.4 한겨울 꽃다지의 애잔한 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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