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품격은 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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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품격은 글에서 나온다

임철순

2014년 01월 21일 (화) 01:07:14

우리 언론이 위기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종이매체인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전파매체도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종래의 전통적 개념에서의 언론매체치고 어려움을 겪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사회는 급변하고 언론환경은 격변하고, 독자나 시청자들은 어느새 표변해 수동적인 뉴 스 소비자에서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는 적극적인 언론매체가 되었습니다. 혹시 오해할까 걱정돼 말하자면 표변은 결코 나쁜 표현이 아닙니다. 설명을 덧붙이는 것 자체가 구차하지만 예로부터 군자는 표변(豹變)한다 했습니다.

언론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제도 있습니다. 중견 언론인들의 연구ㆍ친목단체인 관훈클럽이 최근 발간한 <한국 언론의 품격>(나남출판)이라는 책자는 한국 언론의 위기와 나아갈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위기의 실상을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진지한 토의 끝에 제작한 책입니다.

발간사(오태규 총무)에서 지적된 위기의 ‘삼각파도’는 1)인터넷과 SNS의 등장으로 인한 전통매체의 산업적 위기 2)1998년 IMF 이래 심화된 ‘경영에 봉사하는 편집’ 풍토 3)갈등과 양극화로 인한 진영논리와 자사 이기주의 등입니다. 이런 세 가지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언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공공성을 회복해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책에 담긴 문제의식은 진지하고 심각합니다.

논의를 위한 핵심단어로 ‘품격’이라는 말을 설정한 것은 아주 의미 있고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덕목을 아우를 수 있는 정신과 태도에 관한 본질적 문제를 논의해야 마땅한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품질, 기자제도, 언론의 자기성찰, 언론 법제, 편집과 경영의 관계 등 이 책에서 나누어 다룬 문제를 관류하는 게 바로 어떻게 하면 품격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품격은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훈련과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체득될 수 있고 배양될 수 있습니다.

부문별 논의에서 기자들 개개인의 노력과 자성, 언론 경영자들의 사명감 등 원론적인 점에 더해 특히 강조돼야 할 것은 기자제도에 대한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 기자제도는 재건축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유지돼온 공채제도의 폐기, 저널리즘스쿨 도입,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인력 운용제도 정착, 정년퇴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계약제 도입 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안은 한마디로 기자의 자질을 높이고 기사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입니다. 경영주가 유능한 인재에게 편집을 맡겨 상호 존경과 신뢰 속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과도 직결됩니다. 특히 오래 언론계에서 일한 사람들이 경험과 경륜을 사장시키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신문은, 언론은 결국 사람 장사입니다. 사람을 잘 키우고 잘 쓰는 언론사는 아무리 여건이 나쁘고 어려움이 크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조셉 퓰리처가 한 말을 되새기면 기자는 자신의 보수나 주인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사명감과 본분이 망각되지 않도록 언론계 내부에서 제도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언론계 외부에서는 공익에 기여하는 기자들이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이 받는 만큼의 신뢰와 존경은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이 잘 되어야 국가와 국민이 잘 된다”는 표어를 내세운 곳(삼성언론재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계 외부에서는 기자들을 기피 대상이나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널리즘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참여와 노력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각종 매체와 훈련ㆍ교육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기자들의 양산에 따른 언론의 신뢰저하 문제가 덜 부각된 점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말과 글의 보호와 발전에 기여하는 글쓰기를 강조하지 못한 점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매체와 기자들이 보도인지 해설인지 모를 기사와,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진영의 논리와 주장에 봉사하는 논평을 쏟아내 기존 언론 판을 더욱 어지럽게 하면서 스스로 논란과 갈등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품격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말을 독자들과 함께 읽게 한 것만으로도 관훈클럽이 책을 낸 취지는 충분히 알렸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모바일, 오디오 비주얼 시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매체와 플랫폼에 관계없이, 기사는 글에서 시작한다. 글의 힘을 종교처럼 믿어야 한다. 글만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박재영 고려대 교수)

본질적으로 기자와 언론의 품격은 사실을 다루는 '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민주공화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언론의 매력이나 권력은 글로부터 나옵니다. 이 평범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고맙게 새로 확인하면서 기자의 존재이유와 본분을 마음에 다시 새깁니다.

김윤옥 (39.XXX.XXX.180)

작금에 언론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탓에 신문 구독을 중단한지 오래입니다..
막강한 자본으로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도 진실도 다 팽개친 탓입니다.
거대 언론이 국가 전체를 부패하게 했습니다.
역겨운 뉴스아닌 뉴스에 개인의 삶 까지 피폐해 질 지경입니다.
네이버에서 비교적 공정한 몇몇 신문만 선정해서 인터넷으로 봅니다.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해서...

語不驚人이면 死不休라! -杜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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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8 22: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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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220.XXX.XXX.8)

두보의 무서운 말씀을 알려주셨네요. 갑오년 새해에도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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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1 10: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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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215)

저는 현 언론 문제를 한마디로 하자면 ‘자업자득’ 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예전에 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있었다지요.
‘자기가 지키지 않은 몸뚱이는 법도 어쩌지 못한다.’

찌라시 수준의, 이런 말이 이유 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 아닐 것입니다.
그곳에 종사자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사자 입에서
위기라 한다면, 이런 옛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열녀전 끼고 서방질 하는 년’

흔히 언론을 제 4부라 합니다. 그럼 4부답게 국민들에게 소금 같은
역할을 해야 할 터인데. 작금의 언론은 진실을 왜면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큰 업체일수록 더욱 심합니다.

이런 패악 질이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언론은 울고불고 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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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16: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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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전폭 지지합니다. 급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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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2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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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원 (211.XXX.XXX.17)

새해 에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온 밤을 지새우시고 그기백의 혼을나누어 주시는글 잘 받겠습니다.지성의 나눔을 온누리에 나누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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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1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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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220.XXX.XXX.8)

언론의 품격은 사석에서 자주 거론되어왔습니다. 그게 신문이냐 찌라시지하는 말들...이유야 많겠습니다만 아무턴 우리언론의 품격이 높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것과 언론의 품격과는 같은비례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들의 각성과 의식있는 독자들의 성원이 힘으 시어주어야하겠습니다.저가운영하는 800여명 회원 카페에 올려 공유합니다. 귀한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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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22: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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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58.XXX.XXX.59)

최소한의 여과 장치도 없이 온갖 말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제 마음에 안 들면 욕설과 저주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품격을 갖춘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과 글뿐만 아니라 언행이 일치된, 품격을 갖춘 언론, 언론인들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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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18: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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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211.XXX.XXX.17)

늘 감사합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김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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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1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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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211.XXX.XXX.17)

임철순 회장님의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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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15: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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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 (220.XXX.XXX.8)

공적 가치를 망각한 안타까운 현실 언론의 방황을 잘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속해있는 부문의 이해 득실을 저울질 하지않고 진정한 공적인 가치를 아니 그것 마져도 초월한 진리를 기반으로 하는 글이 출현되었으면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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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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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220.XXX.XXX.8)

옳소^^
허나,21세기 한국식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의
언론의 생존과 기능에 대한 명쾌한 해법이 아쉽게 남는건 아직 그책을 못본 탓일수 있겠죠.
흔한 밥이나 차 한잔하던지 등산때 볼꺼나?

글읽고 겸재보러 고궁박물관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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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08: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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