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장고 언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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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장고 언체인드

김창식

2014년 02월 03일 (월) 01:13:59

설 연휴 전 한 케이블 TV에서 ‘장고’를 방영한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보았는데 오리지널 ‘장고’가 아닌 정체불명의 영화여서 적지 않게 실망했습니다. 수십 편에 달하는 아류작 중 한 편이었어요.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 프랑코 네로 주연의 원판 ‘장고(Dgango, 1966)’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무법자 3부작’에 못지않은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의 고전입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비루한 욕망과 무법이 횡행하는 유령마을에 수상한 총잡이가 나타납니다. 헌데 이 사나이 행색이 심히 괴이하더라니까요. 허름한 외투에 감색(紺色) 군복 바지를 입고 말[馬]도 없는지 안장은 어깨에 걸쳤어요. 또 내용물이 의심스러운 관을 질질 끌고 왔어요. 그 사나이가 우여곡절 끝에 KKK단 패거리와 멕시코 갱단을 일망타진하고 홀연히 떠난다는 줄거리는 상투적인 것이었죠. 하지만 영화의 끝 무렵 화면을 가득 메운 무법자 무리를 관 속에서 기상천외한 신형무기(기관총)를 꺼내 싹쓸이하는 대목이 상상을 뒤엎는 반전이자 압권이었습니다.

주인공 장고 역 프랑코 네로의 무표정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연기 또한 영화의 성공에 일조하였어요. 선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매사에 무관심하고 허무에 찌든 현대적인 캐릭터였다면,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쓴 듯 희로애락을 내비치지 않는 사이보그 프랑코 네로는 가상의 인물 같았으니 서로 대척점에 자리하였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얼굴을 찌푸린 채 안면 근육을 씰룩이며 델리킷한 감정을 표출하는 데 반해 프랑코 네로는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어 딴 세상에서 온 ‘터미네이터’를 보듯 섬뜩했다니까요.

작년에 우리 관객을 찾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격자(Dgango Unchained)’는 그런대로 볼 만한 영화입니다. 프랑코 네로가 잠깐 우정 출연하고 루이스 바칼로프의 음악이 일부 사용된 것 말고는 원작 '장고'와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지만서도. 흑인 노예였다가 백인 현상금 사냥꾼의 도움으로 ‘풀려나(Unchained)’ 동업자가 된 장고가 팔려간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유혈 낭자한 복수극을 벌이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저택 거실과 복도에서의 총격전은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저수지의 개들’ ‘킬빌’ ‘펄프 픽션’ 등으로 유명한 괴동(怪童) 타란티노 감독은 홍콩 무협 영화와 느와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괴짜 감독이에요.

이 영화의 볼거리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장고 역의 제이미 폭스와 동료인 크리스토퍼 월츠를 비롯해 냉혈 목장주로 출연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광기어린 연기가 볼 만했죠. 특히 목장주의 흑인 집사 역으로 출연하는 사무엘 잭슨의 연기는 듣도 보도 못한 실감나는 것이었죠. 같은 약자이면서도 권력에 빌붙어 동류의 약자를 학대하는 캐릭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인 고등계 형사’를 대하는 것 같았어요. 아니 어쩌면 우리의 ‘민낯’을 본 것이지도 모릅니다. 요즘 세상은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자가 그만 못한 자를 밀어내는 세상이니까요. 구명보트에 가까스로 올라 탄 자가 내심 안도하며 배에 오르려는 자를 죽어라고 내려치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는 주인공을 흑인으로 내세운 것만 봐도 노예제도에 대한 비판을 타란티노 특유의 익살과 유머로 버무린 허당 서부극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작 영화의 음습하고 잔혹한 영상미가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감독의 장난기가 곳곳에 매복해 있다가 관객의 허를 찌릅니다. 중요 인물처럼 여겨지던 복면 여전사(무협영화에서 이미지를 빌려옴)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든지, KKK단을 흉내 낸 습격자들이 가면이 시야를 가린다고 티격태격하다(사소한 일에 목숨 걸다) 자멸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이죠. 이 영화는 킬킬(‘킬빌’이 아님!) 웃으며 킬링 타임하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입니다.

김윤옥 (39.XXX.XXX.180)

쓰신 글을 읽다보니까 이즈음 영화 "장고"는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에서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몽땅 차용한 듯하군요.
약자가 더 한 약자를 밀어낸다든지 .. 도대체 어디서든 희망을 볼 수 없는 사회분위기를요.
영화니까 한 번 보고 넘기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우리 삶이 피폐해지는 이런 사회분위기는 우리 스스로 정화하는 운동을 해야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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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2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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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김윤옥 선생님 말씀 공감합니다. 정치상황과 사회풍조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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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2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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