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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신아연 2014년 02월 14일 (금) 00:48:08

밸런타인 데이입니다.

마음에 품고 있던 남자에게 여자가 먼저 사랑을 고백해도 흉이 되지 않는 날이라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연유로 오늘을 손꼽아 기다린 여성이 있다면 진정 그 순수하고 말간 ‘영혼(靈魂)’이 밸런타인 데이의 ‘상혼(商魂)’을 말갛게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한 잔의 커피도 사랑하고, 휴대폰, 자동차도 사랑하고, 아파트도 사랑하고, 애완견도 사랑하고, 친구, 애인, 배우자, 자녀, 부모도 마치 ‘패키지 상품’처럼 한 꾸러미에 꿰어 공히 ‘사랑’하는 세상입니다. 하긴 조용필도 귀뚜라미를 사랑하고, 라일락도 사랑하고, 밤도 사랑한다고 노래했으니까요. 오늘은 또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을 ‘사랑’하는 비명이 도처에 울려 퍼지겠지요.

어이없게도 네이버 사전에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 물건을 좋아하는 것조차 ‘사랑’이라 정의하고 있으니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재래식 변소에 고봉으로 넘쳐나는 똥 무더기와 그 위의 구더기처럼 사랑의 이름을 들쓴 거래나 조건, 교환적 행태가 역겹도록 꾸역꾸역 넘쳐날 밖에요.

어쨌거나 오늘은 ‘사랑의 날’입니다.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요. 제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흥, 네깟 게?’ 하며 비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삶에 임하는 자세, 인생을 대하는 태도, 생을 운용하는 능력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계속된다거나, 결혼 적령기는 18세부터 99세라는 말, 어떤 사랑이건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는 메시지,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자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는 에스프리 등이 ‘사랑은 곧 생’이라는 언표(言表)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절망을, 시도는 실패를 배태하는 것처럼 산다는 건 죽을지도 모를 위험이 있고, 사랑은 이별의 싸늘한 뒤태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별의 상처를 기꺼이 받아들일 용기가 있어 죽음과도 같은 실연이 닥쳤을 때 상실의 애도 끝에서 성장과 성숙의 열매를 맺는 것, 이것이 곧 사랑의 변주이자 의미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와 반대로 고통과 슬픔, 아픔을 직면할 각오로 기꺼이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누리는’ 사람은 배우고 깨닫고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라거나 ‘실패한 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 거겠지요. 엄격히는 실패한 인생도 없듯이요.

한 사람의 생애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듯이 툭박지건 세련되건 두려움 없이 사랑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능력입니다. 타인과 관계 맺기에 주저하지 않는 능력, 선택에 책임을 지는 능력, 파괴적 감정의 격랑 가운데서도 자기애와 자아 존중감을 잃지 않을 능력, 좌절을 견디는 능력,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경험을 가능케 한 세상으로 인해 감사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랑이 되었건 아름다운 추억과 향기로 내면에 자리할 것입니다.

이런 결연한 사랑 어느 한 귀퉁이를 비집고 장사로, 거래로, 타협으로 변질되거나 가벼운 호기심과 이기심 등으로 왜곡된 이물 정서가 스며든다는 것은 매우 슬프고 실망스런 일입니다.

지루함이나 권태에서 시작된 심심풀이 땅콩 같은 만남도 본질에 어긋나지만,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의존, 기생, 집착, 구속, 속박, 방치, 냉대, 의심, 아집, 조종, 착취, 이용, 조롱, 학대 등 부정적 정서와 파괴적 패턴이 연인이나 배우자를 옭아매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사랑에 대한 배신이며 모독이자 가혹 행위입니다.

삶처럼 사랑도 치열하게 제대로 해 볼 일입니다. 민낯으로, 맨살로, 속살로, 진피(眞皮)로 부딪혀 볼 일입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을 일입니다. 결코 ‘쿨~’할 수 없는 것이 사랑과 삶의 속성입니다. 그러기에 시에서도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상처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사랑할 자격은 충분합니다. 다가온 사랑 앞에 머뭇거리는 당신, 사랑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그대로 뛰어드십시오. 사랑은 당신 것입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Dance, like nobody is watching you.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Sing, like nobody is listening you.

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Live, like today is the last day to live.



- 알프레드 디 수자 Alfred De Sou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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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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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39.XXX.XXX.233)
그렇잖아도 발렌타인데이 때 저에게 초콜릿 선물 주실까봐 애들 말로 생깠습니다
대신 술 한 잔 사주시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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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15:06:42
0 0
홍승철 (112.XXX.XXX.157)
시가 마음에 와 닿는군요.
바꿀 수도 있겠군요.
'정직하라, 손해보지 않을 것처럼'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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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8:11:13
0 0
김혜경 (112.XXX.XXX.157)
오랜만에 신아연님의 글 반갑게 아주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늘 건재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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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8:10:34
0 0
박용만 (112.XXX.XXX.157)
발렌타인데이는 안중근의사의 사형선고날이라고 합니다.
일본놈들이 이날을 우리들에게 속이기 위해 만든날이라고 하니
개탄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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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8:09:53
0 0
bluebell (211.XXX.XXX.108)
사랑하는 사람앞에서는실연이 줄 충격 마저도 받아들인다는 각오보다는 잊어버리고 싶은생각이 저는 많았던것 같아요 어리석은 탓이겠죠? 그만큼 달콤한거구요. 가뭄이 심했는데 오늘 시드니는 비가오네요. 사랑의 단비가 촉촉히적셔지기를.... 신작가님의 글에는 항상 명쾌한 답이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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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18:22:37
0 0
김윤옥 (39.XXX.XXX.180)
사랑의 높은 이름앞에서 눈물이 나도록 절망을 느낍니다.
나 자신이 사랑앞에서 용기를 가질 수 없음을 알아버린 것처럼.
가장 낯선 단어가 "사랑"이 되고 만 현실을 마주하면서.
한사코 나 자신의 모자름 탓만은 아니라고 변명하면서
.
오늘아침 한겨레 신문에서 "시인 김남주" 를 읽으면서 아연님의 사랑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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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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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제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혹은 환상적인 글을 썼지 싶습니다. 이 글 써놓고 약간의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완전한 생이 없듯이 완전한 사랑도 없는 것이거늘... 적어도 인간에겐 말이죠. 저도 사랑 앞에, 생 앞에 절망하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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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6 09: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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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주 (112.XXX.XXX.157)
장사하는사람들 장단에 춤을추는날인것같죠? 그래도 받으면 기분좋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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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4 22: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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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맨 (112.XXX.XXX.157)
발렌타인데이 오늘 시드니풍경은 주로 여성들이 장미꽃 한송이씩 들고 각자 어디론가 걷고있더군요.
호주는 발렌타인데이에 남녀 구분없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렛과 장미꽃을 주기때문이죠
작가님께서는 호주와 한국의 서로다른점도 잘아시죠. 언젠가도 지적하셨듯이 사랑의 대상이
다양(?)해진 오늘날입니다. ㅎㅎ 어쨌든 사랑해서 좋은 날이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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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4 22:26:51
0 0
채내희 (112.XXX.XXX.157)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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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4 08: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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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88.XXX.XXX.150)
커피 한 잔 까지도 ‘사랑’과 연관시켜서 글을 쓰신 신아연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고맙게 읽었습니다

‘사랑’이란 낱말만 들어도 마음에 와 닫는 뭉클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취업 광원으로 이곳 도이칠란트에 와서 삶 절반이 넘도록 이방인으로 살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제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흥, 네깟 게?’ 하며 비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하는 부분에서 제 눈길을 멈추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그분 나름대로 무언가 느끼시는 바가 있으므로 그렇게 말씀 하셨겠지요.
?!
이제는 저희 아이들이 40대가 되어서 많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언젠가 딸 아이가 그랬다더군요.
제 엄마한테 묻기를, ‘어떻게 해서 아빠와 만나서 혼인을 하게 되었어?’ 하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대답하기를 ‘응, 네 아빠는 나보다 공부도 많이 해서 아는 것도 많고 아빠네 집안은 네 외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네 아빠와 혼인을 하게 되었단다’ 했다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난 딸 아이는 ‘아하! 그렇군요, 지혜엄마도 지혜아빠가 그러한 분이라서 혼인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요.
대부분 내외간에는 서로 자기 집안이 우월하다고 내세우기 때문에 자신까지도 잘났다고 자랑을 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를 생각하노라니 우리 주인양반(아내)이나 지혜 엄마같은 경우에는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려고 그러한 생각으로 아이들한테 들려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에 그러한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 우쭐한 생각들을 하겠지요.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 그 말을 듣는 순가 제 자신이 부끄러움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제 주인양반보다 더 월등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눈길을 멈춘 부분이 ‘흥, 네깟 게?’ 였습니다.

저는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부양할 책임으로 평생 동안 가장이 해야 할 임무를 담당했을 뿐이지요.
저희 주인양반은 이곳 도이칠란트에서 베푸는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여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거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대학 교수가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대부분 나만 잘났다고 내세우기를 잘 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지요.
혹시라도 ‘흥, 네깟 게?’ 하는 실수를 한 적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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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4 08: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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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들려주신 내면의 이야기 감사합니다. 사랑 하나만 잘 해도 인생 전체가 성공이지요. 사실 나머지 성취- 직업적, 개인적, 사회적- 는 보너스 같은 거지요.

행복과 만족을 위해 그토록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인생일진대, 내면의 풍요와 안정감, 자신감, 책임감, 자존감 등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요.

그런 마음 본자락, 밑그림은 바로 제대로 사랑하는 데서 나오는 거니까요.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평생을 애써 오신 님께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사랑을 가장 잘 실천해 오셨습니다.

'네깟 게?' 하는 비웃음을 들을 만한 일이 제게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받아들이며, 다시한번 사랑을 다짐하는 글을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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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10: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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