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자원, 자생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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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자원, 자생식물

방재욱

2014년 03월 07일 (금) 00:37:30

봄을 알리는 산수유나무의 노오란 꽃망울들이 수줍은 모습의 얼굴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할미꽃, 제비꽃, 개나리, 진달래, 은방울꽃....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는 우리나라 자생식물(自生植物)들의 이름입니다. 이른 봄에 화사한 모습을 뽐내는 개나리와 진달래, 여름의 산야를 장식하는 원추리와 나리꽃 그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나 코스모스처럼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식물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아름다운 꽃들은 주변 환경을 밝고 아름답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성을 맑게 해주는 기능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식물자원의 이용과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네덜란드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관상용 식물의 개발은 국부(國富)의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와 튤립은 네덜란드에서 개발되어 수입된 화초입니다. 화사한 모습의 양란이나 축하의 자리에 함께 하는 화려한 색깔의 장미 그리고 어버이날의 상징이 된 카네이션도 육종이나 배양을 통해 육성된 식물들입니다.

자생식물은 산림임업용어사전에 ‘어떤 지역에 옛날부터 자연적으로 분포하여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증식하여 생활을 계속하는 식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생식물은 어떤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 중에서 원래 그 지역의 식물상(植物相)에 속하는 종들을 지칭하며, 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에 대비되는 말입니다. 할미꽃, 은방울꽃, 둥굴레 등 이름만 들어도 정이 가는 식물들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자라온 우리 자생식물입니다. 그에 비해 토끼풀, 개망초, 아카시나무 등은 외국에서 들어와 토착화된 귀화식물(歸化植物)입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식물은 귀화식물 438종을 포함하여 총 4,500종 이상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은 61과 172속 393종 46변종 22품종으로 다양성이 높아 국토의 단위면적으로 볼 때 일본이나 중국보다 종수가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낮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생식물들이 외국으로 반출이 되었습니다. 그 실례로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관상식물로 사랑받고 있는 ‘미스김라일락(Miss Kim Lilac)’을 들 수 있습니다. 미스김라일락은 해방 후 군정기인 1947년에 미국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국립공원의 도봉산에서 수수꽃다리속에 속하는 식물인 라일락의 종자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만든 품종입니다. 라일락 앞의 미스김(Miss Kim)은 당시 식물자료의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 김의 성을 따서 붙여진 것입니다(위키백과 참조).

요즈음 길을 가다 보면 야생화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식물원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는 야생화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 피고 지는 이름 모를 풀들로만 여기고 있던 야생초들이 우리 모두가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소중한 식물자원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해 전부터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꽃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야생화를 이용한 꽃길 조성사업을 통해 야생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사업들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한국자생식물협회 주관으로 ‘독도를 지키는 우리 꽃’이라는 주제로 독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심어 전시하는 행사가 열리기 시작하여 지금도 유사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가가 지원하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이 설립되어 야생식물의 종자은행, 식물추출물은행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국립생물자원관(인천광역시 서구 환경로 소재)’이 설립되어 멸종위기 생물과 자원식물의 보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생식물에 대한 보존대책과 함께 이들을 이용한 고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는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 꽃들이 그냥 들풀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생식물을 식물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재배자의 육성과 권리보호, 유통구조의 개선, 수출 방안의 강구와 함께 자생식물에 대한 교육 등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설정해 추진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제 외국에서 수입되어 우리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관상용 식물의 자리에 우리나라 재래종 식물로부터 육성한 화훼식물들이 함께 자리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식물자원의 보전은 물론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화훼류를 개발하여 국부를 창출해온 외국에서처럼 꽃을 재배하는 농가나 자생식물원에서는 야생화의 품종을 개발하고, 개발된 품종의 규격화를 통한 상품화가 적극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의 제고 방안 마련과 함께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생산자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희주 (219.XXX.XXX.227)

장흥의 천관산 장천재 자락에는 할미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아직 답사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가볼려고 합니다. 3월 중순이면 이웃한 동백꽃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합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는 할미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할미꽃의 슬픈 전설과 이승을 떠나신 어머니의 고단한 생애가 함께 떠올라 가슴 아립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의 산야에 피어나는 자생식물을 저도 좋아합니다. 제가 가끔 들르는 길상사에도 꽤 여러 종류의 자생식물이 계절마다 새롭게 피어 납니다. 법정 스님도 생시에 자생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당신이 옮겨다 심어 놓으신 것들입니다. 개망초가 귀화식물인 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생명에세이' 잘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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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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