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가 ‘탤런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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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가 ‘탤런트’라니

이성낙

2014년 04월 03일 (목) 00:08:08

그리스 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다 보면 고대 그리스가 얼마나 찬란한 문화를 영위했으며, 서양 문화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유적들은 물론, 도시마다 상당히 큰 규모의 운동 경기장과 야외 원형극장(amphitheater)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특히 야외 원형극장은 기원전·후의 유적지로 예사롭지 않은 규모와 신비를 자아내는 음향(音響) 효과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원형극장의 객석 수에 따라 당시 그 지역에 거주한 인구수를 추산할 수 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서양 문명이 연극 문화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서양 문화권에서 연극배우가 왜 그렇게 사회적으로 추앙을 받는지, 영화배우 로런스 올리비에(Laurence K. Olivier, 1907~1989)와 피터 유스티노브(Peter Ustinov, 1921~2004)가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爵位)까지 받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리고 1960~1990년대 독일 연극배우 토마스 홀츠만(Thomas Holtzmann, 1927~2013)의 기사가 왜 그리 언론 매체 문화란을 장식했는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홀츠만 기사가 나던 당시 조금은 생소해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홀츠만 배우를 왜 그리 온 국민이 ‘숭앙’하느냐?”고 우문(愚問)하자, “연극은 모든 문화의 중심이고, 특히 문학의 뿌리다. 그것을 온몸에 담아 우리에게 전달하는 게 배우인데, 홀츠만은 너무도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기 때문이다”라는 현답(賢答)을 듣고 부끄러워한 기억이 있습니다.

또 그 무렵 한 젊은 현역 배우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배우는 “영화배우는 배우가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한 후, 당혹해 하는 필자의 표정을 읽었는지 “연극은 작품의 혼을 담아내기 위해 피가 마를 정도로 연습해 무대에서 관중에게 고스란히 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사를 열심히 외우고, 몸짓과 얼굴 표정은 물론 음성의 높낮이까지 분석해 작품의 내용을 완벽히 소화해야만 한다. 이에 비해 영화는 N.G.를 되풀이하며 촬영해 선보이는 것으로 높은 예술의 경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다시금 연극과 배우가 지닌 순수한 문화성을 마음에 새긴 일도 기억합니다.

귀국한 후 생활 외래어 중 가장 혼란스러웠던 단어가 ‘탤런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도 배우(actor, actress)인데, 그래서 배우라는 호칭이 맞을 것 같은데도 한사코 ‘탤런트’라고 부른다는 점입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배우라는 사람을 탤런트라고 칭하는 것은 재능(talent)만 있는 ‘재주꾼’ 수준의 호칭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에 그 호칭에 거리를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혼란스럽게도 그 탤런트가 국내 연극 무대를 빛낸 연극배우로 각종 상(賞)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국민 배우’가 공익광고가 아닌 일반 상업광고에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약품 광고에 말입니다. 광고에서 유명인이 권한다고 현혹되어 환자가 임의로 특정 약을 복용한다면 이는 실로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광고하는 약품은 분명 인체에 좋은 약효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효라는 약리 작용(action)이 있으면 인체 어디에선가에는 어떤 형태로든 반작용(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경우에 따라 부작용 또는 반작용을 감지하지 못하고 검증할 수도 없다고 해서 약의 부작용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비논리적이며 비과학적입니다. 작용에는 반응, 반작용(reaction)이 뒤따른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품 광고에 특정 인물이 등장해 권하는 듯한 행위에는 비윤리성이 잠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보험회사가 유명 ‘국민 배우’를 앞세워 벌이고 있는 보험 상품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극배우의 비윤리적인 광고 출연은 광고주와 광고에 등장하는 연극인은 물론 그런 광고물을 아무 생각 없이 게재하는 언론 매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 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는 우리 사회의 올바름에 대한 눈높이에 있다고 믿습니다. 선진국 언론 매체의 약품 광고에선 왜 사랑받는 배우를 볼 수 없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연극과 배우는 우리 생활 속에서도 문화와 문학의 가장 중추적 핵심 요소입니다. 국내 연극배우가 ‘재주꾼’ 수준의 탤런트로 전락하는 것은 연극 문화를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이에게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연극배우가 배우답게 탤런트가 아니라 ‘진정한 배우라는 자리매김’을 스스로 정립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성싶습니다.

윤소현 (123.XXX.XXX.118)

학교숙제중에 칼럼 프린트해오는거잇는데 그냥 프린트해가면 안될것같아서 댓글쓰고갑니다~ 프린트해갈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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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2 13: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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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220)

약품 광고에 대해서 아주 소중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국민의식수준이 낮을수록 약품에 대한 맹신이 심하더군요.

이곳 베트남사람들은 아이가 기침만하면
감기약 들고 달려드는 걸 자주 봅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더 번지기(번식)전에 죽여야 한답니다.
유명한 제약에서도 못만드는 감기바이러스 죽이는 약을,
광고가 단 몇 초 동안에 뚝딱 만들어 버린 경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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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22: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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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94.XXX.XXX.4)

저 역시 일전에 국민배우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보험광고엔가 출연하여 "아무렴 저 XXX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하면서 보험 가입을 권고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미국이나 영국같은 곳의 법에 따르면 비록 그 배우가 상업광고에 출연한 것이고 그런 광고는 최소한 혹은 약간의 과장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어떤 일이 잘 못되었을 경우 민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민" 배우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저는 그 사람을 제가 생각하는 의미의 국민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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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3 22: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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