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마당 연극, 주인공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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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한마당 연극, 주인공은 ‘나’

방재욱

2014년 04월 23일 (수) 00:19:11

스티브 잡스(Steve Jobs) 타계 후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들 중에서 2005년 스탠포드(Stanford) 대학 강연에서 한 "Stay hungry & Stay foolish!"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직역하면 "배고프게 지내라. 그리고 바보처럼 살아라."고 할 수 있지만 잡스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는 "갈망하라. 그리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늘 갈망하고, 진정한 삶의 목표가 정해지면 바보처럼 우직하게 도전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축복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세상에 나오지만 삶을 살아가며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삶의 과정에 선택과 변화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맞이하는 일들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떻게 변화해 나가느냐가 주요 관건이 됩니다.

경봉(鏡峰) 스님은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 한 권의 연극 각본을 갖고 태어나며, 그 각본대로 한 마당 연극을 연출하며 일생을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자신이며, 각본의 저자와 감독도 ‘나’라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 쥐고 나온 각본에 따라 펼쳐지는 삶이라는 연극은 작가와 감독이 하기에 따라서 희극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왕 연극을 할 바에는 멋들어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멋진 한 마당 연극의 공연을 위해서는 큰 ‘꿈’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맞이하게 되는 자신의 ‘선택’과 ‘변화’가 각본에 잘 담겨야 합니다.

일상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 답만 빠르게 찾으려 하면 그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듯이 우리 삶에서도 해답만 빠르게 찾으려 살다보면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삶에서의 꿈과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생각 없이 문제를 풀다 보면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을 제대로 던지지 않으면 답이 제대로 구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과학자나 리더십을 지닌 정치가 그리고 성공한 최고 경영자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젊은 시절 꿈과 희망을 갖고 내 삶의 각본을 가다듬게 해준 추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하여 사병으로 복무하던 시절 만난 어느 대위님과 대학의 한 은사님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그때가 1970년대 초반으로 40년이 넘게 지나고 있지만, 그 얘기들은 아직도 내 마음에 그대로 담겨 있어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곤 합니다.

일등병 시절 친하게 지내던 대위 한 분이 느닷없이 ‘자네는 군 생활 3년을 어떻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우물쭈물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해야 하는 병역 의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막연하게 대답한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대위님은 내 대답에 정색을 하시며 ‘이 사람아, 군대 생활은 자네 인생의 10분지 3이라네!’라고 하셨습니다. 20대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그 중 3년을 군에서 지내니 군대 생활이 내 인생의 10분지 3이라는 것이 그분의 논리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군 생활이라는 단막극에서 ‘나’라는 주인공을 인식하게 되었고, 군 생활이 내 삶에 크게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제대 후 복학해 한 은사님으로부터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다시 들었습니다. 은사님의 말씀도 군에서 들었던 것처럼 20대가 인생 준비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그 10년 중 대학에서 4년을 지내니 ‘대학 생활은 인생의 10분지 4’라는 논리였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때 내 인생에서 중요한 20대의 10년 중 10분지 7을 군대와 대학에서 지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학생 시절 대학이라는 연극 무대에 내 인생의 꿈인 교수라는 주인공으로 ‘나’를 올려놓고 각본을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꿈은 장전되지 않은 총알과 같다’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꿈을 이룰 기한도 정해 보았습니다. 장전되지 않은 총알은 시간이 흘러 녹슬면 총에 장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전한다 해도 발사되지 못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의 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이라는 연극 무대에서의 공연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연출되어 당시 정했던 기한을 2년 앞당겨 대학 졸업 6년 만에 교수가 되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선택’과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해보려고 바삐 지냈던 생활의 단상들이 내 삶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진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늘’이라는 현재의 삶에서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생활 지표를 마련하고, 선택과 변화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한마당 연극의 중심에 자기가 있고, 그 주인공은 바로 ‘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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