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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주간
유능화 2014년 04월 24일 (목) 00:27:30
지난주는 ‘고난 주간’이었습니다. 고난주간은 크리스천들이 중요시하는 주간입니다. 예수가 인간으로서 겪었을 죽음을 앞둔 번민과 온갖 수모와 십자가 위에서의 고통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보내는 주간입니다. 또한 대형 참사로 인한 슬픔으로 우리 모든 국민에게도 힘든 고난의 주간이었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여러 종류의 사고 소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충격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마다 실종자들의 안전을 빌고 불행을 당한 부모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방송 진행자들도 말수를 줄이고 음악 위주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정치판에서는 시끄러운 경선을 잠시 접고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고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 마당에 후진국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 버젓이 일어났다는 것이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안전불감증이 대형사고를 유발한 것입니다. ‘설마’와 ‘대충’의 합작품입니다. 거기다가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선장의 극단적인 이기심이 화를 더 키웠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여러 가지 사연의 문자를 접했습니다. “어저께 아들이 너무 못마땅해서 야단을 많이 쳤는데 오늘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그저께 딸이 공부를 너무 안 해서 속상하고 미웠는데 오늘은 그저 예쁘기만 하네요….” 한결같이 안도와 고마움의 내용입니다.

공부만 해야 하는 기계처럼 알았는데 속절없이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맙고 또 고마운 것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아름다워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 지난 한 주였습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사랑과 관심이 더욱 높아진 한 주였습니다.

소중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 불평이 시작되고 불행이 시작됩니다. 소중한 것이 당연히 여겨질 때 감사의 마음이 사라지고 행복이 멀어집니다. 학생은 공부만 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존재라고 알았던 부모들이 이번 기회를 통하여 아이들 존재 자체로서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게 됐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난주는 희생된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참혹한 비극의 시간이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전에 없이 따스한 눈길을 받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조의 손길은 더디고 하루하루 희생자는 늘어만 갑니다. 사고의 순간 이후 저는 아침마다 기도를 합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라져 간 수많은 꽃봉오리들을 기억하소서. 우리들의 잘못으로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떠난 불쌍한 영혼들을 기억하소서. 이번 일로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서 숯덩이가 된 부모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소서. 한없는 은혜와 위로를 희생자 부모들에게 베풀어 주소서.

경복고, 연세의대 졸업. 미국 보스톤 의대에서 유전학을 연구했다. 순천향의대 조교수, 연세의대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에서 연세필 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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