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도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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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도 사과해야 한다

김영환

2014년 05월 01일 (목) 03:50:53

2014년 4월16일 선체가 뒤집혀 하늘로 솟은 세월호의 배 밑창을 해양경찰관들이 해머로 두드렸습니다. 나는 해양재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기적 같은 승객들의 생환을 머리에 그렸습니다.
‘왜 빨리 구멍을 뚫지 않을까’ 답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에어 포켓이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망설임은 인명 구조라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전격적인 구조 작전 대신에 당황한 행정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배한 것은 아니었나 해난 구조 시스템의 반성이 절실합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물이 마를 새 없었습니다. 쾌청하고 평온한 날에 302명의 사망․실종이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G10급 경제대국에서 있을 수 없는 참사에 분노와 무력감이 사무치는 잔인한 4월이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은 침몰에서 살아남은 이거나 사고와 무관하게 살아 있는 이를 가릴 것 없이 ‘외상 후 증후군’으로 세월호의 천 배, 만 배 무게로 짓눌리고 있습니다.

입만 열면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나라의 국내 최대라는 6,800톤급 여객선에 운항기록장치는커녕 방송장비가 고장 나 퇴선명령도 못 내렸다는 선원들의 주장이 황당합니다. 배에는 핸드 마이크도 없고 긴급 사태 때 두드리는 종도 없던가요?

언제, 어디서, 무슨 재난을 당할지 모르는 나라입니다.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그리고 세월호. 잠시 뒤의 일을 모르고 먹이를 구하려고 일하다가 수레 바퀴에 치여 떼죽음 당하는 일개미의 운명처럼, 돈에 미쳐버린 나라에서 탐욕이 저지른 범죄의 결정판입니다. 도대체 정치한다는 자들과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까요?

‘전원구조’라는 스팟 자막이 공ㆍ민영 텔레비전에 떴을 때 ‘과연 선진국이네’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 것도 잠깐,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죠. 경기도교육청은 왜 기자들에게 그런 문자를 날려 사고 대응의 긴박도를 늦추게 했는지 수사해야 할 대목입니다. 물에 떠 있는 승객이 거의 안 보였는데 누가 전원을 구조했다고 설레발친 것입니까. 속아 넘어간 일부 언론사들도 사과는 했지만 문제입니다.

이글거리는 분노를 삭이기 위해 뭐가 잘못되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의 법치 국가다. 행정만이 아니라 범죄자를 처벌하는 사법부가 있고 범죄를 처벌할 규정을 만드는 국회가 있다. 언론은 제4부다. 행정부만 욕할 게 아니다.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들은 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하지만 ‘식당 칸까지 진입했다며 오보를 양산하고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전한 많은 언론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의 사치스런 행사로 오너가 음풍농월하는 동안 찜통 같은 배 밑창에서 기관을 돌리며 고생했을 선원들은 ’세일러‘로서의 자부심은 고사하고 초단기 계약직으로 악랄한 저임금에 시달리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 오너에게는 어떤 든든한 뒷배가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승객과 선원, 승무원을 공장의 콘베이어 벨트를 따라가는 부속품쯤으로 여겼을 기업주가 예술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것은 기만극입니다. 그 오너에 배운 게 없으니 배를 버리고 승객보다 먼저 달아난 선원들입니다. 인명의 안전을 경시하는 대가가 어떻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죠. 이 회사는 여러 번 운항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시스템을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가 권력과 언론에 고루 있습니다. 이런 초대형 참사는 국민 덕에 호의호식하면서도 제 할 일을 외면하고 나라를 주무르며 주인 행세를 하는 입법, 사법, 행정부의 무능 탓입니다.

이름마저 바꾼 안전행정부는 안전에 치중할 정력과 예산을 도로명 주소를 만드는 데 허비한 게 아닙니까. 국민들이 얻은 게 뭡니까? 인천직할시는 청해진해운이 잘했다고 2013년에 물류대상을 주었습니다. 선박의 복원력을 유지하는 평형수를 빼는 대신에 화물을 부지런히 더 실어 나른 상습적인 과적이 포상감이었던가요?

사법부는 약 3년 전 남의 차에서 동전 7,900원을 훔친 30대 생계형 범죄자에게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부유한 자에겐 하루 노역에 5억원을 쳐주고 검찰과 국정원이 굳게 믿는 간첩 혐의자에게 판사는 애국심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엇갈린 판결을 하는 나라입니다. 세월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호의 시스템도 침몰 위험에 처한 게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이 범죄인가를 결정하고 죄의 정도를 판단해온 사람들의 사고 행태가 바뀌어야 합니다. 유언비어를 유포해도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를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무죄 판결하고 증거보전을 위해 법원에서 행한 증언도 법관이 부정하는 이상한 행태가 있는 한 발전은 힘들죠. “우리 살아 있어요.식당 옆 객실에 6명이 있어요. 빨리 구해주세요” 라는 아이들의 맹랑한 SNS유언비어나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를 막고 있다”는 종편의 사기적인 인터뷰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배 안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는 발랄한 소년소녀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악의 축, 부정과 부패의 어떤 고리가 무고한 생명을 물속으로 끌고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꽃의 희생을 승화하려면 권력 3부와 언론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곳이 정치권입니다. 국회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깔아뭉개고 있던 20여 건의 선박안전 운행 관련 법안 중 해사안전법과 학교안전사고예방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국회는 해운법 개정 때 법조문이 밀린 줄도 모르고 선박의 정원 초과나 과적 여부 등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운항관리자의 부실 감독을 막을 벌칙 적용 대상 조항을 그대로 놔두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위법 운항관리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대통령도 사과하고 국무총리도 사과하고 사표를 냈는데 무능하고 게으른 국회의 대표인 국회의장은 왜 국회의원들의 입법 태만에 사과 않는가요?

세월호 침몰의 직·간접 원인으로 작용했을 ‘부패’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뭐가 있을지 잘 봅시다. 누가 법 개정을 방해했는지, 업계의 로비는 없었는지 샅샅이 살펴야 합니다. 3부의 권력으로 감당 못하는 시스템이라면 전에 없던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회의원과 판사, 검사, 고위 공무원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 등의 공적 기구, 원전 부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공기업의 임직원도 대상으로 삼는 공직부패수사처가 하루 빨리 생겨나기를 고대합니다.

나그네 (61.XXX.XXX.31)

'세월호 식당칸에 생존자가 있으니 구출해달라'는 식의 거짓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세월호 침몰 초기 수색 작업에 큰 혼선을 초래했던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구조 인력들은 거짓 SNS가 만든 여론에 떠밀리며 생사(生死)를 좌우할 '골든 타임'에 식당에 진입하려는 헛수고만 한 것이다. 희생자 시신은 SNS가 지목한 식당에는 없었고 세월호 뱃머리에서 대거 발견됐다.

세월호 침몰 다음 날인 지난 17일 오전 페이스북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의 구조 요청'이라는 글〈사진〉이 하나 올랐다. '제발 이것 좀 전해 주세여. 제발. 저금 저희 식당 옆 객실에 6명 있어요. 폰도 안되여 유리 깨지는 소리 나구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빨리 식당 쪽 사람 맘ㄴㅎ아요(많아요). 제발 빨리 구해주세요.' 마치 단원고 생존 학생이 식당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긴박한 내용이었다. '식당 쪽에 물이 별로 차 있지 않아 학생들이 갇혀 있다'는 글도 인터넷에 떠돌았다. 경찰은 자신을 세월호 생존자인 것처럼 속여 이 글을 SNS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대학 휴학생 김모(20)씨를 23일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