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明智)와 간지(奸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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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明智)와 간지(奸智)

김홍묵

2014년 06월 18일 (수) 01:15:49

# 간언은 직접 들어야
최군(崔群)은 당(唐) 헌종(憲宗) 시절 학사원장 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의 성품이 정직하고 공평무사하여 헌종은 앞으로 학사[諫官 간관]들이 상주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최군의 서명을 받은 후 상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최군은 극구 사양하며 칙령을 듣지 않았습니다.
“한림(翰林)의 일거일동은 모두 후세의 본보기가 되는 법입니다. 만약 뒷날 아첨을 일삼는 자가 학사원을 맡는다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의 정직한 말은 하나도 위로 올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당나라 초기 국사 편찬, 조칙 작성, 황제 자문 역할을 하던 관아를 학사원 혹은 한림원이라 불렀으며, 그 관원을 한림학사라고 함>

# 민심은 법치로 잡아야
제(齊)나라 군이 노(魯)나라를 공격하여 단보(單父)땅에 이르렀습니다. 단보 백성들은 관아에 몰려가 청원했습니다.
“밭에 있는 밀이 다 익었는데 마음대로 베어 식량에 보태게 해 주십시오. 그냥 두었다가 적의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공자의 제자로 이 지방을 다스리는 복자(宓子)는 결단코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밀밭에서 전투가 벌어져 밀농사를 다 망쳐버렸습니다.

왕이 감찰관을 보내 복자를 문책하려 했습니다. 복자는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밀을 마음대로 베도록 하면 놀면서 농사 한 번 짓지 않은 자들도 밀을 베어 갈 수 있지요. 그러면 그들은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밀은 내년에 다시 심으면 되지만, 만약 백성들에게 요행으로 이득을 보는 풍조가 생기면 그 해악은 대가 바뀌어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감찰관도 복자의 안목에 탄복하고 돌아갔습니다.

# 경륜 갖춘 인물 발탁을
유방(劉邦)이 함양 공략에 성공하자 장졸들은 금은 재화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직 소하(蕭何)만이 진(秦)나라 승상과 대부들이 가지고 있던 법률·정령과 도서·전적들을 거둬들여 소중히 보관했습니다.

소하가 힘써 수집한 자료 덕분에 유방은 진나라의 지형, 각 지방의 인구 현황과 군사력의 강약, 백성들의 요구사항 등을 빨리 파악해 한나라의 효율적인 통치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명분을 세워야 백성이 따른다
유방이 군사를 거느리고 낙양(洛陽)에 이르렀을 때, 삼로(三老) 중의 한 사람인 동공(董公)이 유방에게 권했습니다.
“정당한 명분이 없는 군대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항우(項羽)는 천하 사람들이 옹호하는 의제(義帝)를 시살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삼군을 거느리고 의제를 위해 장례를 치르면서 항우를 역적으로 성토하십시오.”

유방은 그의 말을 좇아 병사 모두에게 상복을 입히고, 진이 망한 후 항우가 황제로 옹립했던 의제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제후들에게도 항우의 패악을 널리 포고했습니다.
동공이 주창한 ‘명분’은 천하 사람들이 항우를 폄훼하고 유방을 따르도록 촉발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타당한 일처리가 요체다
진(晉)나라 장수 환온(桓溫)이 촉(蜀)을 토벌할 때 제갈공명(諸葛孔明) 당시의 사관이 아직도 살아 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 나이 백칠십 세였다고 합니다. 환온이 물었습니다.
“공명은 어떤 점이 출중하였소?”
“출중한 점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관의 대답을 들은 환온은 ‘그러면 그렇지. 공명이 나보다 잘나면 얼마나 잘났겠느냐’ 하는 교만의 빛이 얼굴에 내비쳤습니다. 그걸 본 사관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갈공명 이후 지금까지 그이처럼 모든 사안을 타당하게 처리하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환온은 그 말을 듣고 낯이 뜨거워져서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 윈-윈 하는 목민(牧民)을
송(宋)나라 이윤측(李允側)이 장사(長沙) 태수로 부임했을 때 동정호(洞庭湖)와 상강(湘江) 일대의 낮은 곳에는 논을 일구어 벼를 심었지만, 지대가 높은 곳은 물이 모자란다고 곡식을 심지 않고 밭을 묵히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윤측은 지금부터 세금은 좁쌀과 볏짚을 동시에 내도록 하라는 영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밭을 묵힌 농민들은 타지에서 볏짚을 사 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볏짚 값이 마구 올라 잡곡 한 되와 볏짚 한 단을 맞바꾸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농민들은 지대 높은 밭에 다투어 조를 심었습니다. 지금도 호남(湖南) 지역에는 황무지가 없으며, 좁쌀은 천하에 일등품으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 적재적소는 인사의 관건
당나라 때 한황(韓滉)은 인사를 총괄하는 고위직에 있었습니다. 모든 부서에 적재적소로 사람들을 임용하여 각자 자기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 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의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무런 재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한황이 그를 데리고 주연에 함께 갔는데, 그는 시종 엄숙하게 앉아 있기만 하고 옆 사람과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본 한황은 친구의 아들에게 군수창고를 지키는 소임을 맡겼습니다.
아침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그는 창고 문 앞에 엄숙히 앉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은 그가 두려워 창고를 함부로 드나들지 못했습니다.

# 세습은 망국의 조짐
명(明)나라 사람 이현(李賢)은 나라 안에 단서철권(丹書鐵券; 군공이 큰 사람에게 죄를 지어도 형벌을 면해 주는 제도로, 천자가 대대손손 이의 세습을 보증해 줌)의 특권층이 자꾸 늘어나는 것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천자에게 진언했습니다.

“단서철권은 당대에 한하고 그들의 자손이 물려받는 것은 금해야 합니다. 후손이 죄를 범하면 봉읍을 빼앗고, 능력이 있어 공을 세웠을 때 직위를 회복해 주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법이 지속되면 자꾸만 늘어나는 군관 때문에 백성들은 점점 더 곤궁해지고, 나라의 근본도 흔들리게 됩니다.”

# 너 죽고 나 살자는 간교한 지혜
후한(後漢) 말 조조(曹操)는 전쟁 도중 군량이 모자라자 군수관을 은밀히 불러 대책을 물었습니다. 군수관이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쌀되를 작게 만들어 쌀을 내주면 군사들은 식량 배급이 여전한 줄 알고 동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는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조조가 식량 배급을 속인다는 소문이 군영 안에 파다하게 돌았습니다. 조조는 군수관을 불렀습니다.
“내가 임자의 물건을 하나 빌려야 하겠네. 그래야 군심을 수습할 것 같네.”
조조는 군수관이 쌀되를 속여 참형에 처했다고 알리고, 그의 수급을 영내에 내걸어 군사들의 불만을 해소시켰습니다.

# 모함은 양신(良臣)도 죽인다
당 현종(玄宗) 시절 대부 이임보(李林甫)는 정직하고 강직한 성격의 형주(荊州) 자사(刺史) 이적지(李適之)를 제거하려고 꾀를 냈습니다.
“화산(華山)에 금이 매장되어 있는데 그것을 캐면 재정에 큰 보탬이 되지 않겠소.”
이임보의 말을 믿은 이적지는 황제에게 그 사실을 말했습니다.

현종은 이임보한테 물으니 그는 시침을 떼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도 그 일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산이 어떤 산입니까? 왕기(王氣)가 있는 폐하의 본명산(本命山)인데 어떻게 함부로 팔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신은 여태까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 현종은 이적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 간신은 항상 측근에서 나온다
명대 유근(劉瑾)이라는 환관은 나라 정사를 자기 손아귀에 넣기 위해 꾀를 냈습니다. 그는 먼저 온갖 잡기에 능한 광대들을 궁에 불러들여 광대놀이를 하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황제 무종(武宗)이 광대 구경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각 관원들에게 상주서를 올리게 했습니다.

그러자 무종은 시끄럽다며 버럭 화를 냈습니다.
“정말 성가시구나. 그런 사소한 일들을 가지고 와서 시끄럽게 굴다니 어서 물러나지 못하겠느냐.”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한 끝에 조정 대소사는 모두 유근이 맡아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김윤옥 (39.XXX.XXX.180)

윤창중 부터 문창극까지 지난 2년 가까이 박근혜정부가 벌인 갖가지 웃지못할 인사참극은 옛 고사에서 지혜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국민 정서에 맞지않는 오기탓이라는 것을 알 것같습니다.

국가는 국민이고 그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당연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인사참극이 또 어떤 촌극을 빚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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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9 23: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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