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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오염주의보
김영환 2007년 09월 10일 (월) 11:20:19
“개혁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2개의 계급, 강도와 강도 당하는 자, 양반에서 충원된 관료계급 즉 허가 받은 국가의 흡혈귀들(vampires)과 인구의 5분의 4가 되는 하인이라는, 문자 그대로 ‘낮은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흡혈귀들에게 피를 주는 일이다.… 조선의 괸직은 더 이상 부패할 수가 없었다. 부패는 모든 지역에 파급되어 있었다.”

망국이 다가오던 1894년부터 1897년 사이에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하여 곳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사실을 1898년 런던에서 ‘조선과 그 이웃’이라는 명저로 출판한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비숍 부인(처녀명 이사벨라 버드)의 섬뜩한 글입니다. 이 구절이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는 1세기도 전에 20대80의 사회구조를 본 것이 신기하고 그 20에 관리들이 포함된다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이 나라에 이상한 악취가 풍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국가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총괄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 김모 씨가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수천만 원을 입금하려다가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다지요. 2004년 7월 교육부 과장이었던 그는 인허가 대가로 지방대 재단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고 지난해 7월에는 전문대 특성화 사업을 지원해주겠다며 1억 원을 챙겼으며 12월에 승진하여 자리를 옮기면서 전별금으로 2,000만 원을 또 받았답니다. 단속반은 그의 구두 안에서 친인척 명의의 차명 통장도 찾아냈습니다. 대단한 은닉 수법입니다.

평생이 보장되는 철밥통, 제발 부패하지 말라고 인상에 인상을 거듭하여 이제는 민간 대기업수준이 된 월급, 영세 중소기업엔 꿈처럼 아득한 주 5일 근무로 주말엔 눈치 안보고 골프도 칠 수 있는 데다, 잘하면 퇴직 후에 유관 민간 기업에 낙하산으로 갈 수 있으며 세금에서 보태주는 연금도 있는 축복 받은 자들이 왜 이렇게 손을 벌리고 있을까요.

2006년 8월 부산 김해공항. 건설업자 김상진 씨(구속)는 1만원권 현찰 1억원이 둔 가방을 들고 국내선에 탑승하여 김포를 거쳐 상경했습니다. 엑스레이 검사대에선 현금을 보고 놀랐지만 국내선이라 통과시켜 줬다지요. 10만 원 권이 발행되면 뇌물 주고받기가 얼마나 더 간편해질까요.

은행창구에서 몇 백만 원을 무통장 입금해도 주민등록증을 까야하는데 온라인 경제시대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거액의 핸드 캐리는 일단 통과했군요. 그러나 검사대 일지가 증거가 돼 뇌물공여를 잡아떼던 김씨는 덜미가 잡혔답니다. 그는 이 돈을 서울에서 부산지방국세청장이던 정상곤 씨에게 주었고 그 둘의 다리를 놓은 것은 이들의 만남 하루 뒤에 공식 부임했다는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정윤재 씨였습니다. 그는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었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민정비서관도 역임했습니다. 건설업자와 지방국세청장의 만남을 알선하는 것이 의전비서관의 예행연습이었던가요.

노무현정권은 초기에 목적이 검찰 견제인지 부패 근절인지, 아니면 모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공직부패수사처를 신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저항과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특검이나 “검찰로는 안 된다. 공수처를 만들자”는 주장을 제압하려면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권력 주변에서 얽히고 설킨 의혹을 척결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국가 군에서 최하위권인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미흡한데도 있다고 봅니다.

요즘 깨끗해졌지 않느냐고 하지만 터지는 의혹들은 아직도 썩은 곳이 많다는 증거를 보여줍니다. 관료들의 부패에 액수의 경중이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부패는 절대적으로 나쁜 것이고 상대방의 10분의1이 넘으면 책임지겠다는 류의‘상대적 부패론’으로 깨끗한 사회가 만들어지지는 못합니다. 국민들은 사건의 냄새를 본능으로 감지합니다. 깜인지 아닌지는 국민 각자가 판단할 사안입니다. 검찰은 눈치를 보다가 여론에 등을 떠밀려 보완 수사한다고 합니다.

검찰은 지위가 높건 낮건‘공공의 적’을 소탕하는데 매진해야합니다. 필자는 늘 동경지검 특수부를 부러워합니다. 동경지검은 지난 1976년 록히드 사건에서 불과(?) 5억 엔의 정치자금을 받은 일본 자민당 정권의 최고실세였던 타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전격 구속함으로써 검찰권 행사에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정치가에게 정직과 청결을 바라는 것은 야채 가게에서 생선을 달라는 것과 같다.”다나카 전 총리가 유죄판결을 받은 후 독설가인 법무장관 출신의 하타노 아키라 전 법무장관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권력의 주변에는 특혜를 얻기 위해 늘 기생충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니 기생충을 막으려면 끊임없는 소독이 필요하겠지요. 누가 소독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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