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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설치에 앞서
고영회 2014년 07월 01일 (화) 02:32:21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17일 회의에서, 일반 상고사건은 (대법관이 아닌) 상고심 법관이 담당하도록 상고법원을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고 합니다. 자문위는 “상고사건 접수 건수는 2003년 1만 9천여 건에서 2013년 3만 6천여 건으로 10년간 2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지난 10년간 상고사건 파기율은 6% 정도로 사건의 94%가량이 기각됐다. 상고율은 2002년 25%에서 2012년 36%로 꾸준히 늘어나 심리불속행 사건이 70% 정도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3만 6천여 사건에서 70%는 심리불속행으로 자르고, 그래도 1만여 건을 처리해야 하니 엄청납니다. 전원합의체 원칙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건이 많기 때문에 상고법원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건을 근본으로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나라 사람은 싸움이 붙으면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많아 중간에 사건을 포기하지 않으므로 항소율이 높고, 이어 대법원 상고율도 높다고 핑계를 댑니다. 항소심이나 대법원에 사건이 몰리는 것은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 받은 판결에 불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성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판결을 못 미더워하는 것은 ‘법원의 전문성이 모자란 것’도 중요 이유일 것입니다. 법관은 대개 2년이면 자리를 옮기나 봅니다. 전공과 경험이 쌓여야 하는 전문분야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인사 때마다 바뀐다면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허, 기술유출, 건설, 의료 등 전문 분야사건을 심리하는 판사에게 그 분야를 꿰차는 지식은 필수입니다. 전문성은 짧은 시간에 벼락치기 공부로 생기지 않습니다. 전공 지식, 사건 경험과 경험을 다지는 지식이 몸속에 쌓였을 때 비로소 전문성이 생깁니다. 판사는 대부분 법학을 전공하여 전문 분야를 맡을 전공자가 드물고,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일정 기간에 지나면 다른 업무로 옮아가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전문 사건의 당사자는 힘듭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자리를 옮기더라도 그 분야를 계속 맡기는 제도를 만들어 전문성을 보완하면 좋겠습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건설사건을 맡은 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오더라도 계속 건설사건 전담부에 배치하는 것이지요. 판사에게 전문직렬을 주는 것입니다. 세상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전문직렬을 부여할 필요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전관예우와 같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판사의 전문성이 모자라건 전관예우가 영향을 미쳤건, 당사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면 상급심에 호소합니다. 불복할 필요를 못 느끼게,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근본으로 해결하는 길입니다.

다음은, 대안소송제도를 활성화하면 좋겠습니다. 대안소송제도(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는 정식 재판 절차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조정과 중재가 대표적인 해결방법입니다. 법원은 조정위원을 활용하고 조정전담부를 두어 조정을 활성화하려고 애를 많이 쓰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재는 ‘민간재판’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성이 높고, 처리기간도 짧으며, 소송비용도 적게 들어 장점이 많습니다. 건설공사계약서에는 '분쟁이 생기면 소송 또는 중재로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분쟁이 생겨 한쪽이 중재를 신청했을 때, 상대방이 ‘나는 중재로 처리하는 데 합의하거나 계약한 적이 없다. 그러니 중재로 처리하지 말고 각하하라.’고 주장하면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보통은 저 조항이 없어도 소송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 조항이 있는 계약에서는 당사자가 ‘중재’로 해결하자고 신청한다면 법원은 받아들이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고, 그래야 중재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조정이나 중재는 당사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중재가 활성화되면 대법원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사건이 많아지니 법원을 더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사건을 줄이는 길을 먼저 찾아야겠습니다. 그게 당사자 부담도 줄이고, 법원 일도 줄이고, 무엇보다 사법 정의에 더 어울립니다. 그래도 안 되면 상고법원을 고민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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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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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210.XXX.XXX.115)
세금내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아무리 좋게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다. 싶어요. 밥그릇만 키우는 작태는 이제 그만둬야 하는데... 법의 정의로운 집행은 고사하고 국민들 주머니만 강탈하려는 생각뿐인 사법부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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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1 18:08:34
0 0
고영회 (119.XXX.XXX.227)
네, 진짜 국민 편에서 서서 생각해야 하는데요. 안타깝죠?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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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 15: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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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112.XXX.XXX.58)
안녕하세요, 고회장님
고회장님의 글을 즐겨 읽으면서도 한번도 답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맞는것 같아요.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치더라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그 윗단계로까지 불복하고 올라가고 서로 불신하고 하는 관계악화가 지속 되곗죠.
그러나 전문성이 있는 판결이라면 불복하는 경우수가 줄어 들겠죠. 전문성있는자가 중재를 하게되는것도 효과 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저희같은 의료기관도 환자와의 마찰이 있을때 중재하는 제도가 있거든요.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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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6: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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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75.XXX.XXX.33)
박 원장님, 잘 지내시죠?
정말 바쁘신 분께서... 이렇게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중재가 좋다면서 활용하려하지 않으니 답답햐죠.
원장님도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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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2 1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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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247)
부정한 정권이 들어서 그걸 뒤덮으려다보니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을
요직에 쓰게 되고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르고 또 감추고 그러다보니 저항은 늘고 그 후유증 이겠지요.
좋은 글에 우문 답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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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4: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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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75.XXX.XXX.33)
현무 님,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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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2 10: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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