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절반, 10억 원 그리고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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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014년 08월 04일 (월) 01:30:18

최근 나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두 분이 같은 통계를 인용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 분은 내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이고, 다른 한 분은 젊은이들의 인성교육에 여생을 바치고 있는 교육계의 원로이십니다.

초등생 16%, 중등생 33%, 고교생 47%가 문제의 통계수치입니다. ‘10억 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초중고교 학생의 비율입니다. 포털에서 ‘고교생, 10억원, 감옥’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고교생 절반, 10억 원 생기면 감옥에 가겠다’는 제목의 글들이 뉴스, 카페, 블로그 등에서 와르르 쏟아집니다.

위의 수치는 작년 10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청소년 정직지수 조사결과이자 가장 최근의 수치인데 2012년의 12%, 28%, 44%보다 높아졌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흥사단 외에 한국투명성기구에서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수치는 올라가고,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도 비슷했습니다. 학교등급이 오를수록 배 가까이 늘어나니 그런 비율이라면 대학생은 80%, 대학원 졸업할 때쯤이면 감옥행을 감행할 학생이 100%에 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부패현상이 어린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정도인가 하는 데에 이르면 걱정이 커집니다. 신부님과 교육계 원로께서도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의 심각성을 염려하면서 경쟁위주의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 이런 조사결과가 얼마나 맞는 것인지, 이런 조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무릇 여론 조사는 대상자가 잘 숙지하고 있는 내용을 물어야 정확한 답변이 나올 것입니다. 초중고생들은 10억 원의 화폐적인 가치나, 감옥의 실재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해를 갖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니겠습니까?

정확한 이해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고, 또 결코 경험해서도 안 되는 내용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분히 작위적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어린 학생들을 희롱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질문에 학생들도 장난삼아 또는 호기심이나 영웅심으로 아무렇게나 한 대답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질문 가운데는 ‘인터넷에서 영화나 음악파일을 불법 다운로드 한 적이 있나?’ ‘시험을 보며 커닝한 적이 있나?’ ‘친구에게 참고서를 안 빌려주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나?’와 같이 나이에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유효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은 하나같이 ‘고교생 절반이 10억 원을 번다면 감옥에도 간다’는 제목을 답니다. 가장 학생답지 않아서 가장 자극적인 제목입니다. 그리고 짐짓 학생들을 타락케 한 현실을 개탄합니다.

그 질문은 어린 학생들에게 던지기에는 너무 난폭한 질문입니다. 조사 결과 또한 난폭한 일반화의 위험이 큽니다. 조사결과가 비록 정확하다 하더라도 보도자료보다는 참고자료로 남겨두는 편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 때 어느 신문은 ‘상관을 쏴 죽이고 싶은 적이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역 사병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라며 보도했습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 중에서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감정은 이미 극복됐거나 한 때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부패 예비 집단으로 인상 지우고, 사병들에게 하극상을 자극하며, 범죄와 인명을 가볍게 여기게 하는 여론조사 설문이나 언론보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utopco (117.XXX.XXX.31)

신부님과 원로님이 틀렸단 지적사항 같네요.
정도 차이와 표현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한 걱정은 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무대책으로 그러려니하고만 받아들이는 우리 어른들이 문제라고 제 의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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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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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lsy (121.XXX.XXX.217)

신부님과 교육계원로님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렸다면 필자의 표현력의 부족 탓일 것입니다. 경쟁위주의 사회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두 분의 말씀은 전적으로 공감되는 것이고, 아직 해답은 없지만 대안을 찾는 노력은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논증할 자료는 수도 없이 많은데도 어린 학생들까지 거기에 동원된 것이 안타깝다는 얘기로 이해해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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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23: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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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견 (121.XXX.XXX.217)

김성준

오늘아침 선생님의 칼럼을 읽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는 35년 군생활을 정년퇴직(육군원사)하고 강사의 길을 걷고 있으며 현재 마음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직한사람이 잘사는 사회...소통문제,인성교육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자합니다. 부산에 연구소가 있고 매주 금요일 서울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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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6 22: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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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의견 (121.XXX.XXX.71)

강기동

100% 공감합니다. 청소년들의 가치관이나 군 복무중인 사병들의 의식보다 문제인 것이 언론의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보도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박종철

국영수 줄이고 음미체 늘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향후 살아가면서 정체성에 대한 공통분모가 나만잘살면된다로 귀결되고 잇습니다. 삼일절노래, 육이오노래, 광복절노래, 개천절노래,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학교에서 행사를 통해 의식활동을 정기적으로 해야합니다. 결국우리나라는 망하는 길로 들어서고 잇습니다. 주변 4강이 호시탐탐노리는 한반도를 저렇게 썩어버린 청소년들이 무얼 기대하며 지키겠습니까? 50년이내 망하는게 정답이죠, 중국이나 일본의 속국이 되어,

정연일

공감합니다 매우 그리고 감사합니다 필자께

최정옥

공감합니다. 모두 값을 치뤄야할 것들이지요....

김수영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언론보도의 방향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언론보도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언론보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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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5 06: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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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210.XXX.XXX.250)

하고싶은말도 경우에 따라선 속으로 삭이면서 말을 못할때가 많이있죠, 지나고나서 생각하면 그래 그때 참길 잘했어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정작 언론들은 안할말들을 골라서 여과없이 막 던지는 경우가 개인보다 더 심한것 같습니다.
언론이니까 특정게인이 아니니까 책임감에서 자유스러운 편 인가봐요. 유병언 죽음을 보더라도 필요이상 자세한 보도(그들은그걸보도라 할진 모르지만 사체일부를 보여주는 행태는 엽기에 가까운 화면으로 본질과는 동떨어진 보도라생각됨)등은 눈쌀을 찌뿌리게 하더이다
여론조사의 설문내용도 조사의도를 왜곡시키는 질문들이 많이 있을수있죠. 제대로 된 질문을 했다하더라도 그 결과의 발표도 신중을 기하는게 필요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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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12: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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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1.XXX.XXX.71)

언론의 선정성이 문제죠.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서 더 심해졌어요. 클릭이 광고수입을 결정하는 요인이 돤 탓이죠. 낚시기사와 abusing에 골몰하는 사이에 언론이 고사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조갑제씨가 이런 얄팍한 언론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했던데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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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20: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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