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수능 영어 절대 평가, 환영하더라도
고영회 2014년 09월 12일 (금) 01:56:48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18년부터 수능 영어영역 시험을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실력이 비슷해도 등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 점수로 일정 수준 이상 받으면 같은 급수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교육부 발표를 두고, 지나친 경쟁 속에 영어 사교육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 절대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국어ㆍ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경쟁이 쏠리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입시제도를 사교육비 문제를 푸는 수단으로 쓰는 것을 걱정합니다. 교육의 목적이 건전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본질이라 한다면, 입시제도를 이 목적에 맞게 만들고 맞게 운용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교육의 본질을 벗어나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제도를 짠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는 대입 수능에 그치지 않고, 기업 입사시험, 공무원 시험, 전문 자격시험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보통 사람은, 영어를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외국인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 혹시 있을 때를 대비하여 고난도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면 아까운 시간 자원을 헛되이 쓰는 것이죠.

기업에서 입사 시험에서, 무역이나 수출 상품 개발 등 외국어를 써야 할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모든 응시자가 토익 토플 텝스 등 외국어 능력 점수를 신의 수준(!)까지 받도록 선발 기준에 반영한다면 본질에서 벗어났고 논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입사를 위한 영어 실력 다지기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외국어가 필요한 부서에서 일할 사람은 따로 특화하여 선발하면 됩니다. 그 일을 시킬 사람은 정말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됩니다.

다니엘 튜더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에서 우리나라를 ‘영어에 미친 나라’라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비정상일 정도로 영어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긴 대학입시에서, 기업에서, 공무원 시험에서 그저 영어에 목매달고 영어를 붙잡고 살아왔는데, 영어를 남보다 잘한다는 것은 목에 힘 줄 일인지 모릅니다. 기업은 상품에, 공무원은 온갖 정책에 영어를 못 써 안달입니다. 어느 틈에 우리말에 없던 정관사 ‘더(the)'가 들어왔습니다. 곧 국문법을 바꿔야 할지 모를 지경까지 왔습니다.

외국어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말 소통 능력입니다. '한국어의 힘'을 쓴 김미경 교수는 ‘외국에서 대학원 시험에는 자국 말로 논설할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자국어 시험을 꼭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어나 2외국어 시험만 본다.’고 꼬집었습니다.

영어 교육의 본질은 사회생활이나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쳐야 합니다. 영어 자체가 목적이 되게 운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일정 수준에 오르기만 하면 되므로 불필요하게 영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실제로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환영합니다. 이 때문에 변별 수단이 국어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 사교육비가 그쪽으로 옮아가더라도 그게 더 낫습니다.

영어 절대점수제를 도입하는 것이, 입시 제도를 손댄다는 점에서 한 가지 짚어야 합니다. 우리는 입시 제도를 너무 자주 바꿉니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고, 입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바꾸다 보니 거의 해마다 바뀌는 셈입니다. 인재교육은 10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짜야 한다는데 거의 해마다 길러낼 인재상이 달라져야 하니 아무리 빨리 바뀌는 세상이라지만 심합니다. 이를 따라야 할 학생들의 혼란은 어떻게 합니까?

지금 당장 바꿀 게 있더라도 더 시간을 갖고 좀 더 깊이 고민합시다. 전체 틀에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시금 확인하고 다른 것도 같이 바꿉시다.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바꾸겠다고 설칠 일이 아닙니다. 법으로 일정 기간 안에는 입시제도를 바꾸지 못 하게 막아야 한다는 ‘서글픈’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더 차분히 생각해야 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8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푸른솔 (27.XXX.XXX.249)
영어에 미친나라~ 동감입니다.언어의소통,우리나라말~더좋은 표기방식인데도.영어를 마치,과시능력인양..
바꿉시다.비정상적인틀,,,
답변달기
2014-09-15 22:20:10
0 0
의견 (119.XXX.XXX.227)
고회장님 !
추석 즐거우셨지요? 수능은 본질이 무엇인지 따져봐야지 사교육비 즐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장기적으로 차분히 검토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유희열 올림
답변달기
2014-09-13 12:52:38
0 0
김광석 (58.XXX.XXX.106)
절대공감입니다^우리나라 학생이 너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정말 교육정책이 무슨 정치하는 사람들의 공약이나 시험대로 착각하는 꼴이 돼버렀어요. 오히려 옛날 예비고사 시절보다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답변달기
2014-09-13 06:36:11
0 0
고영회 (119.XXX.XXX.227)
차라리 옛 정책이 낫다는 생각이 드니, 참 안타깝고 짜증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바로잡아야 할 텐데요.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4-09-13 12:56:54
0 0
꽃남 (175.XXX.XXX.124)
칭찬 받는 정책도 있긴 히군요.^^*
<외국어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말 소통 능력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말을 잘 해야 영어 번역도 잘할 수 있지요.
<풍성하고 넉넉한 추석 되세요>
지난 추석 때 우리 나라 굴지의 백화점 주요 일간지 전면 광고 문안입니다. 이렇게 우리 말이 영문화하고 국민들은 지적하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답변달기
2014-09-12 21:08:03
0 0
고영회 (119.XXX.XXX.227)
우리말 시간에 무얼 가르치는지 모르겠어요. 국어선생님부터 틀리게 쓰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은 어떨지요?
의견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4-09-13 12:55:31
0 0
utopco (117.XXX.XXX.117)
정말 필요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기본만 배워 놓으면 됩니다.
우리도 국내에서 신나게 한국말로 영업하다 해외 나오면서 열심히 하니 다 됩니다.
답변달기
2014-09-12 19:32:12
0 0
고영회 (119.XXX.XXX.227)
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4-09-13 12:53:17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