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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예술
안진의 2014년 09월 15일 (월) 01:13:33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오른쪽 팔을 뻗어서 생명을 불어넣고 아담은 왼쪽 팔을 뻗어 그 생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서로를 향한 집게손가락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입니다. 사실 손끝이 닿아 있지는 않지만 손가락의 끝은 생명이 전달되는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면 하나님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목에는 굵은 인대를 세우며 아담의 손끝을 향해 창조의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쭉 뻗은 손의 새끼손가락이 살짝 구부러져있는 것은 그만큼 아담을 향한 집게손가락에 힘을 쏟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사실 힘을 쓰기 위해 주먹을 쥘 때도 새끼손가락을 구부리지 않으면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뛰어난 표현력입니다.

그런데 이미 미켈란젤로의 놀라운 솜씨는 아담의 피부에 근육과 푸른 정맥까지 세밀하게 넣어 살아있는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아담은 눈을 살포시 뜨고 하나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아담의 몸을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혼을 불어 넣는 모습이 표현된 것입니다.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아담의 코에 숨을 불어넣어 만들었다고 하였지만 이렇게 미켈란젤로는 손가락을 통해 창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 손가락이었을까요. 생각해보면 말을 대신하여 가장 섬세하고 강렬하게 형상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손동작을 따라서 그의 손길에 닿으려는 아담의 손은 하나님이 부여하는 고귀한 정신과 창조의 능력을 이어받는 모습입니다.

로댕의 <신의 손>이라는 작품은 마치 하나님의 손에 의해 아담과 이브가 창조되는 듯, 남녀가 얽혀 있는 거칠고 투박한 돌덩이를 든 손입니다. 성서에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때 신이 창조를 시작했다고 한 것처럼, 돌덩이는 그런 세상을 의미하듯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모습이며, 손은 그런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해 나가는 매끈한 대리석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로댕의 <대성당>이란 작품 또한 손의 거룩한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로의 오른 손을 맞댄 모습입니다. 로댕은 중세 고딕 성당 양식을 좋아했고 마주한 두 손의 모습에서 그 느낌을 가질 수 있어 대성당이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두 개의 손이 마주하는 조각은 마치 살아서 서로 깊은 애정을 나누는 생명처럼 인간애와 서정이 흐릅니다.

손을 표현한 뛰어난 작품 가운데에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뒤러가 화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한 고마운 벗의 기도하는 손이라는 일화도 있고, 뒤러 동생의 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뒤러의 자화상에 드러나는 손과 닮았다 하여 뒤러 자신의 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유래가 어떻든 종이위에 펜으로 그려진 이 <기도하는 손>은 정직하고 경건한 소망이 묻어 있는 공간으로 조용히 우리를 안내합니다.

손으로 떠오르는 예술작품을 생각하다가, 몸에 얼굴처럼 유난히 표정을 갖는 손, 말을 대신하는 손, 제 손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손이 고와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제 손을 보니 그저 상처투성이입니다. 손톱 사이엔 색색가지 물감이 배어있고, 찍히고, 긁히고, 베이고, 붓을 잡던 손가락은 비탈진 길처럼 휘고, 오랜 붓놀림에 손목에 무리가 가서 수술한 자국까지 그림으로 생긴 상처 많은 손입니다.

곱지 않은 손이지만 이 손으로 가치 있는 그림과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간다면 저의 손끝도 <아담의 창조>나 <신의 손>. <대성당>, <기도하는 손>처럼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는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이 손끝에서 제 손끝으로 심어준 작은 창조의 재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담고 표현할 수 있도록 이 손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오늘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엄지와 검지로 둥글게 손을 모아 긍정을 표현하고 두 손바닥을 펼쳐 상대를 포용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아름다운 손짓의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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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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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220.XXX.XXX.168)
그야말로 창조의 손이지요.
손질을 잘해서 예쁜 것이 아니라 예쁜 것을 만들어서 예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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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17: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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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기 (183.XXX.XXX.244)
글 잘 읽었습니다.
예술가의 특징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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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09: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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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거사 (211.XXX.XXX.254)
안 화백님의 손끝에서 나오는 그것은 시각 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뿜어내고 있어 항상 보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요술의 손 이야기를 하시게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곧 있을 것으로 아는 전시회(9. 24 쯤, 인사동이겠지요?)에서 또 한 번 시각 예술 그 이상의 무엇을 느낄 것을 기대합니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훌륭한 전시가,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깊은 향기에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손을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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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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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211.XXX.XXX.129)
글쓴이의 아름다운 마음과 세상을 향항 따뜻한 시선이 글을 통해 저에게 전해져 옵니다. 감동을 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깊은울림이 전해져 오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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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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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175.XXX.XXX.124)
작가님의 손 이야기는 그 어느 유명 발레리나의 발처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이런저런 흔적을 마무 것도 발견할 수 없는 제 손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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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09: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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