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사와 아사히 수난(受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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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사와 아사히 수난(受難)

황경춘

2014년 09월 19일 (금) 00:03:36

지성인(知性人) 독자가 많고, 또 국제 문제에서 우리나라 입장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이 잇단 오보와 이의 철회를 둘러싸고 일부 보수 언론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의 비난 공세로 심각한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과 국수주의자의 극렬한 규탄과 아사히의 경쟁지 산케이(産經) 및 요미우리(讀賣) 두 신문의 연일 계속되는 비난에 일부 독자와 광고주까지 흔들리고, 아사히는 편집방침뿐 아니라 영업에 미칠 영향까지 걱정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산케이는 발행부수에서 업계 7위이나 아베 정권의 강력한 지지자인 데다 한국을 비꼬는 편협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고, 보수지 요미우리는 조ㆍ석간 합쳐 1,300만에 가까운 세계최대의 부수를 자랑하나, 영향력에 있어 부수 2위인 아사히에 뒤집니다. 이 보수계 두 신문은 평소 아사히를 공격하는 데 있어 의례히 공동전선을 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아사히의 위기는 이달에 1주일 사이를 두고 두 번 오보기사 철회와 이에 대한 사장의 사과로 촉발(觸發)되었고, 그중 하나가 아사히의 성가(聲價)를 올리는 데 일조를 한 전시 일본군 위안부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아사히를 공격하는 배경에, UN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것에 대처하는 일본 보수 진영의 검은 그림자가 암약(暗躍)하는 듯하여 관심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기무라 다다카즈(木村伊量) 아사히신문 사장은 독자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본지에는 이틀, 아사히 디지털에는 1주일 넘게 이를 실었고 영문으로 된 사과문도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아사히에 대한 공격은 그 뒤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사히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라는 전시 동원(動員) 관련 지방 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제주도 여성의 ‘강제 연행’사실을 1982년부터 모두 14회에 걸쳐 위안부 관련 기사로 썼습니다. 산케이는 1992년에 요시다 증언이 허위라고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 후, 아사히는 자체 조사로 요시다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의 증언에 바탕을 둔 기사 취급을 중지하고, 이 사실을 지난달 특집 기사에서 언급은 했습니다. 그러나 독자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가, 말썽이 나자 이달 4일 비로소 사과문을 냈습니다.

이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관한 기사에 오보가 있어 이를 취소하고 이틀에 걸쳐 사장이 사과문을 내고 경위를 발표하였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을 때, 제1발전소 직원 650명이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10km 떨어진 제2발전소로 ‘철퇴(撤退)하였다’고 보도하여, 마치 ‘도망친’ 것처럼 기사를 썼는데 이것도 산케이가 부인하는 기사를 실어 말썽이 되었습니다.

아사히의 기사는 당시 제1발전소 소장이었던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 씨를 정부 관료가 조사한 ‘요시다 조서(吉田調書)’를 인용한 것이라 했으나, 실제로는 명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 대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아사히는 지난 5월에 나간 자사 기사를 취소한 것입니다.

이 두 사건으로, 아사히 사장 기무라 씨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하고, 편집 최고 책임자를 해고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여 오보가 난 경위를 조사하며 그 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장의 월급 지불을 중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장의 진퇴는 이 조사가 끝난 뒤 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산케이와 요미우리가 사설, 논설 및 기사를 통하여 대대적으로 아사히 공격을 하는 한편 아베 총리의 여당과 그가 이끄는 자민당의 비판도 뒤를 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 민간 방송에 출연하여 “예를 들어, 위안부 문제 오보에 의하여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가 손상당한 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영 방송 NHK에서는 "아사히신문 자체가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도 했습니다.

이 밖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보의 조속한 정정을 강조하여 ‘오보라고 판단된 시점에서 될 수 있는 한 빨리 사죄했어야 한다.’고 아사히의 위안부 기사 늑장 사과를 꼬집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 명예를 걱정했고,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산업경제상은 어려움에 처하여 용감하게 일한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의 명예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아사히 기사의 잘못된 보도를 개탄했습니다. 이 밖에 많은 여당과 보수 진영 간부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보수계 혹은 국수주의 단체의 인터넷 방송에서는 아사히 독자와 광고주가 무더기로 이탈하고 있어, 아사히 사세의 쇠퇴는 시간문제라고 대서특필하고, 아사히 영업소장 또는 광고주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이같은 아사히 때리기에 가세한 것이 한국에도 독자가 많은 작가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 씨입니다. 9월 10일에 발매된 일본 최대 종합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아사히의 위안부 보도를 공격하는 글을 쓰고, 위안부 희생자의 증언은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사히는 이제 정부에 협조하여 일본이 입은 신뢰성 상실의 만회에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일본은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를 버려서는 안 된다. 요시다 증언과 같은 <위안부 몰이>가 없었다고 해서, 위안부가 없었던 일로 되지는 않는다.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이고, 위안부였던 여성의 경우 이해만이 이 문제를 논할 첫 길이기 때문이다.’

아사히도 오보를 철회한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보수 진영의 언론과 정치인의 아사히 때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사히와 위안부 문제의 앞날이 궁금해집니다.

이득수 (222.XXX.XXX.62)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주제를 다룬 글을 쓰면서도 국내 언론의 고질적 행태로 지적돼온 양비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 중립적 글쓰기가 오히려 편파보도이자 친일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겠지요.
일본 우파 언론의 집단폭력적, 반민주적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는데 아쉽군요.
일본 내에 지인들이 많아 냉정한 비판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은데, 무고한 식민지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동원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한사코 부정하는 일본 우파들을 비판하는데 또 다시 용기를 내야하는 과정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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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08: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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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61.XXX.XXX.35)

일본 군국주의의 반인류적 범죄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용어를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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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23: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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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마 (94.XXX.XXX.25)

* 입력을 하려는데 금지된 단어가 포함되었다고 입력이 되지 않아 일단 세 문단으로 쪼개서 올립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영어 단어에 - - -를 넣어서 쓰니 입력이 됩니다. 운영자께서는 이 점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1)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편한 마음이 아닙니다. 그 말은 일본 사람들이 원래 '여자 정신 보국대(혹은 여자 정신대)'라는 말을 e-u-p-h-e-m-i-s-m으로 '종군 위안부(일본식 발음으로 J-u-n-g-u-n i-a-n-f-u)'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직역하여 영어로는 c-o-m-f-o-r-t w-o-m-a-n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그 사람들이 왜 위안부냐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s)지."라고 말한 것 처럼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일본식 완곡어법을 따라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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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21: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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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마 (94.XXX.XXX.25)

(2)
위안부라는 말이 정신대로 직접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를 다소 부드럽게 해 주는 말이 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위안부' ---> 'c-o-m-f-o-r-t w-o-m-a-n'으로 표현되는 용어는 그 문제가 안고 있는 심각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 소견으로는 한글 용어로는 그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기 위하여 '정신대로 끌려간 여성' 정도로 쓰고 영어로는 힐러리 장관이 표현한대로 'e-n-f-o-r-c-e-d s-e-x s-l-a-v-e'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글 표현이 좀 길고 세련되지 못한듯해도 그렇게 사실적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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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21: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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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마 (94.XXX.XXX.25)

(3)
이 문제에 관하여 처음 정신대 대책위가 활동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우리나라의 식자층과 고급 공무원들 사이에서 '창피한 과거이니 덮어 두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던가 혹은 그런 맥락에서 '앞날을 보고 나아가야지 언제까지나 지난 날의 어두운 것에 매달리고 있느냐' 라고 하면서 소위 정신대 문제를 덮어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약 20 수년이 더 지난 지금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문제는 우리 국민이 일치된 마음으로 일본 당국의 오리발에 대처하여 반드시 그 진실을 밝혀 내야만 하는 문제임을 상기 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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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21: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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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거사 (211.XXX.XXX.254)

목하 전개 중인 일본 내 언론전쟁은 크게 보면 문화전쟁, 양심전쟁일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든 일본의 영혼들이 서로 부딪치고 부서지고 붙기도
하면서 새로운 일본의 영혼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천황제라는, 신도(神道)라는 좀 이상한(bizzare) 프레임에서 못 벗어난
전근대적 영혼들이 과감한 탈바꿈을 할 수 있을지, 그리하여 근대적
정상국가로 태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지요.

이웃 일본에 관한 선생님의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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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09: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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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59.XXX.XXX.230)

알본 위안부 문제 보도에대한 잏본 국내상황에대해 윤곽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일본에대해 선의를 가진 저였습니다만 근래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태도에대해 그 동안의 감정이 변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일본의 소멸이 진행되어간다는 근래 여러 소문에 안타까움과함께 복잡한 감정입니다 아무턴 독일국민들의 전후반성을 왜 배우지 못하는지 일본 국민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고 저같은 한국국민의 의견이담긴 글을 선생님께서 일본 언론에 실었으면좋겠다는 으견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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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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