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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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 김우중

임종건

2014년 09월 24일 (수) 01:18:31

지난 달 필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낸 싱가포르 대학의 신장섭 교수가 연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었습니다.

대우 해체 후 15년 만에 김 회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고 언론들이 크게 보도했으나,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 김우중’이란 저자의 김 회장에 대한 평가 이외에 대부분의 내용은 대우 해체 당시는 물론 그 후로도 많이 들었던 것들이었습니다.

‘민족주의자 김우중’이란 평가는 이 책의 저변을 관통하는 주제였습니다만, 대우 해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그런 평가가 자리할 틈은 없었습니다. 그는 대우 해체로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30조원을 들어가게 하고, 법원이 판결한 17조원의 추징금을 갚지 않은 부실기업인일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민족주의적 기업가’로 평가받고자 하는 근거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는 1980년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밀리언셀러 저서를 통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세계의 시장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번 저서의 부제가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여전히 젊은이들의 개척정신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그는 베트남에서 그런 사업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YBM(Young Business Manager) 사업을 필생의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기업철학이라고 강조한 ‘기업발전과 국가발전의 동시추구론’도 모든 기업인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얘기 같지만 김 회장에게서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을 키워 놓고 국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시작할 때부터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김일성을 상대로 펼친 남북 화해와 북한 개방을 위한 그의 노력도 민족주의 차원에서 이해할만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시장 개척, 남북화해 노력과 같은 일은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이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보다 내실 있게, 더 큰 규모로 실천한 기업인도 많기 때문에 김 회장만의 민족주의자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다른 기업가들과 다르게 자신의 민족주의자적 면모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없을까요? 그 문제와 관련해서 얼른 떠오르는 것은 김 회장과 IMF와의 관계입니다. 외환위기의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 김 회장은 관료사회나 IMF 측과 대립적이었습니다.

IMF가 재벌의 문어발 확장 등 부실경영이 원인이라며 정부의 재정긴축, 기업의 부채감축을 처방한 데 반해, 김 회장은 한국기업을 흔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외국자본의 의도된 공격이므로 확장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출만 해도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지금이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수출금융지원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장롱 속의 금모으기 캠페인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책은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 회장이 대우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도 그런 확장주의적 처방을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관료들을 향해 그는 “능력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기술돼 있습니다.

IMF, 경제관료가 적대적이고, 언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던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대우가 살아남을 길은 없었습니다. 김 회장도 대우해체가 IMF와 IMF의 편을 든 경제 관료들의 협공의 결과였음을 책에서 되풀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을 겁니다.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던 때 김 회장은 병석으로 유고였던 최종현 회장을 이을 전경련의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재계의 대표였습니다.(정식 취임은 1999년 2월). 필자도 IMF 사태의 무거운 짐을 안고 취임한 김 대통령과 김우중 전경련 회장의 만남은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대중 김우중은 성(姓)인 ‘김’과 마지막 이름자 ‘중’이 같고, 가운데 다른 두 자를 합치면 ‘대우’가 됐습니다.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김 회장 특유의 달변과 세계시장을 누비며 터득한 사업수완에 비추어 IMF체제 속의 김 회장은 ‘물 만난 물고기’ 격이라고 여겼습니다.

전경련 회장은 이제나 그때나 대통령과 국회 정부 등을 상대로 대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로비단체의 장입니다. 과거엔 선거 때 정치자금을 모아서 전달하는 창구였습니다. 대통령은 요새도 전경련 회원들을 불러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거나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들러리로 세웁니다. 김 회장은 성격상 그런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암울한 경제 현실 아래에서, 관료들로부터 답답한 얘기만 듣던 김 대통령에게 김 회장의 낙관적인 처방은 속을 후련하게 했을 겁니다. 청와대 관료들이 주관하던 경제대책회의에 유례가 없이 전경련 회장을 참석케 하고, 수시로 불러다 자문을 듣는 관계로 발전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1998년의 무역수지 흑자 400억 달러 달성은 김 회장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관료들은 기십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예측하며 IMF로부터의 독립은 빨라야 5년, 길면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했었습니다. 김 회장은 1년에 500억 달러의 무역흑자도 가능하고 그러면 1~2년 안에 벗어난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맞은 겁니다.

김 대통령의 김 회장에 대한 신뢰가 커가면서 관료들로선 김 회장을 대통령으로부터 차단하지 않으면 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관료들의 김 회장에 대한 반격이 개시된 것입니다. 정부는 대우의 부실을 부풀릴 수 있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대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현대 삼성 LG에 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1등 제품이 없다는 것이었고, 당연한 결과로 자금사정이 가장 취약하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김 회장의 ‘세계경영’도 부실을 은폐하려는 허장성세에 불과하다고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IMF도 정부를 거들어 ‘한국에서 더 이상 대마불사(大馬不死)가 통해서는 안 된다’며 대우를 겨냥했습니다.

그렇게 대우가 해체되고 나서 공적자금 30조원이 들어갔고 아직 절반 정도가 미회수 상태입니다. 김 회장은 자신에게 10조원만 지원했으면 해결될 일이었다며, 그렇게 허비된 돈으로 외국자본의 배만 불렸다고 주장합니다.

수출확대 정책으로 나라 경제는 살아나 외채를 갚기 시작하던 1999년 11월 대우는 끝내 해체됐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1년 한국은 IMF로부터 완전 독립했습니다. 그것이 대우 해체의 미스터리이자 아이러니였습니다.

관료들도 저마다 저서를 통해 부실로 인한 대우해체의 불가피성을 말했습니다. 그들의 주장도 김 회장의 주장만큼이나 논리 정연합니다. 그들은 김 회장이 하나를 주면 열을 더 달라고 하는 식으로 대우의 부실은 ‘밑 빠진 독’이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와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가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중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라가 IMF 신탁통치를 받는 마당에 일개 기업의 IMF에 대한 정면 도전이 통할 수 없으리란 것은 김 회장도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그것은 대우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므로 국내 정서상으로도 용납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경제주권의 상실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대책도 없이 나라가 IMF에 끌려가고 있을 때 김 회장이 보인 '공허한' 저항의 몸짓을 ‘민족주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남습니다. 또 같은 사태가 지금 재발한다고 할 때 한국이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 자주적 처방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인가라는 문제도 남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족주의의 토양인 외세의 간섭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원래 민족주의는 정치라면 몰라도 경제와는 궁합이 잘 안 맞는 사이니까요.

utopco (117.XXX.XXX.117)

세상은 속도가 빠른 치이타부터 느리기 이를데 없는 굼벵이까지 참 다양하지요. 성과보다는 규정과 관습을 더 지키는 조직, 성과를 위해 규정과 관습을 바꿔가는 조직. 서로 바라보는 눈 아니 서로 평가하는 잣대는 분명히 다르지요. 몽골이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할 때 무자비한 도륙을 했지요. 지금 그를 도륙자라 평가하진 않지요. 서기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영웅으로 평가 받지요. 현재 가장 야뉴스적인 평가를 받고 후대 역사가들도 그렇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업 경영을 한 것은 사실이므로 민족주의와 경제도 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평가도 나올 것 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 편향된 관점에 하나의 문제를 던진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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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17: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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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1.XXX.XXX.59)

민족주의가 경제와 궁합이 안맞는다고 한 것은 모든 나라들이 자국산업만 보호하려고 든다면 국제간 경제교류는 성립할 수 없다는 원론을 말한 것이지, 국제간 교류에서 모든 나라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 김우중 회장이 다른 재벌 회장들과는 다른 특별한 기업인이었다는 사실은 저도 그분과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manufacturer보다는 trader의 재능이 더 크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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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7: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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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im (210.XXX.XXX.22)

민족주의자란 사람이 외국에 갖다 날려 버린 부실 금액이 20조나 되나요?법원 판결에 따라 게워 내야 할 돈 17조원은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가고 본인은 국내외 여러 곳에 친지명의로 숨겨 놓은 재산으로 갚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나요? 대우 사태는 IMF사태 때문에 하루 아침에 생긴것이 아닙니다.
수십년간 누적된 차입 경영에 부실 경영이 곪다 못해 터진것이지요.빚내서 빚 갚고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 금융에 의존해서 기업 인수하고는 경영을 제대로 못한게 되풀이 되니 ...무엇보다도 해외에서 날린 20조원은 국내 어느 부실 기업 경영자보다도 더 비난 받아 마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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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11: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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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1.XXX.XXX.241)

기업의 차입경영 분명 문제였죠. 그것은 대우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요. 그것을 방관한 정부의 책입도 크고요. 가장 큰 원인은 김영삼 정부 5년동안 매년 무역적자가 나 누적적자가 400억 달러가 되었던 거죠. 매년 기십억 씩 나던 적자가 1997년에 200억 달러로 늘어나 쌓아두었던 외환이 고갈나자 투기자본이 공격한 것이죠.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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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23: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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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1110kr (183.XXX.XXX.70)

객관적으로 다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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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1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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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lee417 (115.XXX.XXX.26)

대우해체와 김우중회장의 경제관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해 주신 임종건회장의 혜안에 감명을 받았습니다.대우해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추측과 억측이 나돌고 있는 때에 큰 그림을 토대로 명확한 진단을 한 것은 모두가 알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고록을 쓰기 때문에 임회장과 같은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합니다.경제기자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글을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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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8: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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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1.XXX.XXX.241)

공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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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2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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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94.XXX.XXX.91)

저 같은 사람은 그저 겨우 밥이나 먹고 살수 있는 것을 천행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라 깊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때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IMF의 중간급 간부가 우리나라에 와서 점령군 사령관 처럼 행세하고 우리의 고위 관료들이 그를 칙사 모시듯이 하면서 굴종하던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때 꼭 그렇게 무릎을 꿇어야만 했는지 그리고 회생가능한 적지 않은 기업들을 헐값으로 외국 자본에 넘어야만 했었는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쪽을 탐사한 언론인이 아마 없는 모양이지요. 당시 말레이지아는 IMF의 구제금융을 거절하고 홀로 경제회복을 한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인데 두 개의 케이스를 비교해 볼 가치가 있을 듯도 합니다.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김우중씨의 경제위기 탈출방법이나 당시의 정책제안 같은 문제를 평가할만한 능력은 없어 지금 무어라 언급하기 어렵지만 당시의 경제위기 극복방법에 관하여 집권세력과 고위 경제관료들의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적지않은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때 생겨났던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잘 치유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마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그 때의 위기를 자초하거나 예방치 못한 사람(혹은 부류)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정책결정 시스템이나 정책입안자들의 사고방식에 관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즉, 개선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많이 좋아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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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5: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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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1.XXX.XXX.241)

제가 보기에 신장섭교수가 비교적 imf에 대항하는 김우중식 진단과 처방을 우호적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시중에선 김우중 사기꾼 식의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신교수의 평가를 90% 공감하지만 김우중 회장을 민족주의자로 평가한 것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임기응변에 능한 장사꾼이었다고 했다면 낫지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김우중 회장이 제조업에 뛰어들지 않고 대우실업만 운영했다면, 그래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만드는 것을 팔아주는 역할만 치중했더라면 국가 전체로나 대우그룹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그는 분명 아프리카에서 신발을 팔고,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뛰어난 상술의 상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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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2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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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94.XXX.XXX.57)

댓글에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간밤에 친구와 후배들과 여러 얘기를 나주는 중에 김우중씨의 얘기도 안주에 올랐습니다. 제가 78-79 연간에 무역 오파상을 한답시고 업무 협의차 대우에 자주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네를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제 친구 친척과 후배들도 (주)대우에 중간급 간부로 재직한 사람들이 여럿이 있어서 그 동네 얘기는 귀가 아프게 듣고 산 적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김우중 회장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김회장과 (주)대우에 관하여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시각이 있고 밝은 미래와 어두운 구석이 같이 보이기도하고 그러면서 김우중씨 개인에 대한 평가도 다방면으로 나오고 그렇게 얽히고 설켰다고 할까 많은 얘기를 듣고 살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대우 친구들한테 으례이 한 얘기는, 물론 술좌석에서 반농담으로 하는 얘기였지만, "너희 회사는 머지않아 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대우 친구들이 물으면 제가 두가지를 얘기했습니다. 하나는 회장이 모든 것을 챙기니, 다시 얘기해서, 경기고등학교 친구들이 전과목 만점을 맡기위해 모든 과목을 다 신경써서 우등생이 되고자 하는 것 처럼, 회장이 계열사의 (그 당시 약 50개 안밖의 계열사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모든 것을 알아보고 결정하려는 태도는 분명 김회장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그곳으로부터 대우라는 거대한 그룹이 붕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주)대우에 근무하는 너희들은 (대체적으로 무역분야를 이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회식을 자주하는데 뭔가 정신적으로 이완된 것이 분명히 있다. 제 기억으로는 회사에서 무역분야 부서들의 실적에 따라 어떤 인센티브를 준 것 같고 실적이 좋으면 저녁식사에 이어 나이트 클럽으로 그 다음 삼차? 뭐 그런 식으로 회삿돈으로 좀 과하게 즐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 달에 두세 번 혹은 그 이상. 그래서 상식으로 봐도 좀 지나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이 다른 회사하고 좀 다르니 이런 식으로 가면 회사가 거덜나지 않겠느냐 그래서 망할거라고 얘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십년 가까이 가니 IMF인지 뭔지 그런 일이 일어났지요. 그런데 연유야 어찌되었든 회사가 정말로 망했습니다. 정말로 허망했습니다. 허망하다고 느낀 이유 중의 하나는 김우중씨의 기업경영 철학이 다른 기업가들하고 다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삿돈으로 직원들을 조건없이 어학연수를 시키고(그 당시 유일한 대기업이었습니다.) 기업 경영에서 번 돈으로 학문을 장려하는 일도 하고 서유럽 국가의 MBA 과정을 사내에 설치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일하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기존의 한국식 기업가들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어있습니다.

아프리카나의 여러나라와 동구권 그리고 중앙아시아 등의 우리나라 일반 기업인들이 엄두가 아니라 상상 그 자체를 할 수 없는 지역에 진출하여 건설 사업도 하고 각종 공장을 세우고 현지인들을 고용하여 그 나라의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을 제가 직접 보고 느끼고 살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분야에 대한 김우중씨의 진취적 사고와 결단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분식회계를 통한 비정상적 기업경영과 그에 바탕을 둔 과도한 차입 그리고 잇달아 일어나는 재정상태의 불건전으로 인한 기업 신인도의 추락... 그런 약점 속에서 경제관료들과의 대립 그리고... 이렇게 진행되었던 것도 모두 그 양반 책임입니다. 모든 것을 직접 관장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시점에서 그 분의 옳다 그르다 영웅이다 사기꾼이다 뭐 그런 식으로 평가를 할 것이 아니라 후세 사람들이 객관적 측면에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자료 수집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에 되도록 많은 자료를 수집해 놓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역사적 맥락에서 김우중씨를 후세 사람들이 평가해 보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우리 역할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는 바로는 당시의 경제위가와 대우 해체에 관한 상관관계 등에 대하여 좀 더 정밀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기초작업이 소홀한 채로 평가가 너무 빨리 앞서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김회장 입장에서 방어권을 한 번 행사한 정도로 봐야지 그것을 보고 확정판결이 난 것 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너도 나도 한 마디 씩 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밤새 술을 마시다 와서 적는 글이 제대로 되었는지 그래서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신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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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5 07: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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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1.XXX.XXX.59)

체험담을 말하시니 김우중 회장을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현직 시절 그런 류의 얘기를 많이 들었던 편입니다. 분명 뒷쪽에서 말씀하신 김회장의 진취적인 면모는 다른 기업주들보다 여러발자욱을 앞서간 것이었죠. 김회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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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7: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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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219)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학연, 지연, 혈연, 탁자 밑으로 드미는 잔돈 부스러기 등에
얽히지 않은 이런 훌륭한 글을 보고자, 배우고저, 여기에 머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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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8 1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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