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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S
유능화 2014년 10월 03일 (금) 04:22:51
아내가 제게 못마땅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저녁 식사 후 바깥 산책을 하지 않고 그냥 집안에 눌러 붙어 있는 것입니다. 식사 후 산책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특히 당뇨 약을 복용하는 저로서는 식사 후 산책을 하는 것이 혈당 강하에도 좋고 심신 안정에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산책을 멀리하던 제가 요새는 저녁 산책은 물론 아침 산책까지 하니 아내는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란 모양입니다.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당연히 있습니다.

제가 산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산책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한 후부터입니다. “걷기는 일석십조다.” “아침 산책은 행복의 시작이다.” “밤 산책은 황홀한 행복이다.” “산책은 최고의 행복이다.” 등등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부터는 저녁에는 물론 아침에도 산책을 하게 됩니다. 나름대로 산책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니 산책이나 걷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걷기가 성가심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과 건강을 위한 대상으로 인식이 되니까 걷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 것입니다.

행동의 변화가 있으려면 동기 부여가 필요한 법인데 <정의 내리기>가 동기 부여의 중요한 수단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하기는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그렇게 시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일단 정의를 새롭게 내리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산책이 그렇고 병원 복도 청소도 “청소는 몸으로 하는 수행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니까 훨씬 의미 있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다가옵니다.

아침 산책 시에는 밤이슬이 아직 맺혀 있는 갈대를 만져보며 갈대와 아침 인사를 나눕니다. 밤의 열기를 흡수하느라고 수고한 흙 길에도 수고했다고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는 몸과 마음을 싱싱하게 해주니 더욱 고맙습니다. 밤 산책 시에는 또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밤의 정적이 가득한 공원 숲 속을 거닐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걷기는 기도다’‘라고 정의한 아내의 경지까지는 못 가도 걷기는 명상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걷게 되면 자연적으로 머리가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자연적으로 상허하실(上虛下實)이 되니 몸도 가벼워집니다.

여의도 생태공원에 가로 4m, 세로 8m 되는 크기의 데크가 하나 있습니다. 밤 산책을 마무리할 무렵에 돗자리를 데크에 깔아놓고 벌렁 누워 아내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이 기분이 정말로 좋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호사스러움(?)을 만끽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서 혼자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자연을 가까이할 때 마시는 비타민을 비타민 G(Green)라고 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생기는 비타민을 비타민 S(Star)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설악산 봉정암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을 볼 때와 같은 황홀감은 없지만, 몇 개의 별이라도 보면 그렇게도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방에서 별을 보는 기분과 밤거리를 거닐면서 별을 보는 느낌과 누워서 별을 보는 맛과 멋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별이 안 보일 때는 밤하늘의 구름도 볼 만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눈에 자극적이지 않은 밤 구름 또한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자 노력하면 모든 대상이 기쁨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가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봄으로써 기쁨을 얻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삶이 항상 멀리 가서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매사를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갖는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경복고, 연세의대 졸업. 미국 보스톤 의대에서 유전학을 연구했다. 순천향의대 조교수, 연세의대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에서 연세필 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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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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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121.XXX.XXX.56)
참으로 공감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즐거움보다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이 복되지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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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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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 (59.XXX.XXX.218)
별보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가까이할 때 마시는 비타민을 비타민 G(Green)라고 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생기는 비타민을 비타민 S(Star)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설악산 봉정암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을 볼 때와 같은 황홀감은 없지만, 몇 개의 별이라도 보면 그렇게도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방에서 별을 보는 기분과 밤거리를 거닐면서 별을 보는 느낌과 누워서 별을 보는 맛과 멋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별이 안 보일 때는 밤하늘의 구름도 볼 만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눈에 자극적이지 않은 밤 구름 또한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라는 문구는 널리 인용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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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3 09: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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