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여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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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여사께

정달호

2014년 10월 06일 (월) 00:19:01

뒤늦게 아침 신문을 읽다가 문예춘추 10월 호에 냈다는 당신의 위안부 관련 글 발췌가 실려 있는 대목에서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제목만 보고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급히 그 잡지에 난 당신의 칼럼을 입수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당신은 '위안부 대오보, 일본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라는 글에서 위안부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위안부는 '참 상냥한(부드러운) 이름'이라고까지 하면서 두고두고 당신들이 치욕스러워해야 할 과거를 미화하고자 하였습니다.

참으로 놀랄 일입니다. <로마인 이야기>가 나온 이래 이 지역에서 당신의 이름은 새로운 별처럼 빛났습니다. 동양인 여성이 서양 역사의 본류 중 본류인 로마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으니까요. 당신의 명성은 일본에서는 물론, '일의대수'일 만큼 가깝다는 이 땅에까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많은 지식인 작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건 출판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한국을 드나든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면에 당신의 이름과 함께 새로운 책이 뜨면 우리는 기대와 설렘으로 술렁였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이후의 신간들, 또 그 이전의 저작들 모두 우리가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되었지요. 저는 우리 신라처럼 천년의 공화국이었던 베네치아 이야기를 특히 즐겨 읽었답니다. 역사가의 책보다 당신의 이야기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왔으니까요. 우리는 진정 당신의 팬인 것을 흐뭇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번 문예춘추에 올린 위안부 관련 글로 인해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갖는 보편성에서 벗어나 편협한 일본적인 시각, 그것도 지금 한창 득세하고 있는 우익적 사고에 입각한 논조에 편승하였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역사를 보편적 시각에서 조명했으려니 하고 그간 즐겨 읽었던 당신의 책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의문을 품어야 할지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역사가가 아니란 점에 실망한 것이 아님은 역사평설가임을 자처한 당신도 잘 아실 것입니다. 언젠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우연히 만난 컬럼비아 대학교의 어느 역사 교수에게, 당신이 로마의 역사를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기에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가 제 얼굴이 붉어진 적이 있답니다. 그 교수는 일언지하에, 우리는 그런 문헌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그 교수의 말이 부당하다고 느껴졌지요. 역사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인데, 왜 정통 역사서에만 매달려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 교수가 한 말의 의미를 알 듯합니다. 역사가는 보편성에 입각해야만 역사가라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걸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당신은 보편성보다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한 인간이 가졌던 흥미를 위주로 역사를 평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보편적 인권보호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일제 전시하 군대위안부 문제, 요즘은 당신도 인정하듯, 전시 성노예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그 엄중한 문제를 어찌 그리 가볍게, 편의적으로 다루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한 일본인의 입장에서, 위기에 내몰린 일본인들을 달래기 위해 커다란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당신이 쌓아온 명성에 큰 오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말입니다.

일제의 소위 위안부 모집과 운용에 강제가 없었다니요? 어찌 역사를 그리 함부로 재단하나요? 위안부로서 그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여성 한 분, 한 분이 당신의 이야기 속 에서 무수히 죽어간 이름 없는 병사들처럼 그렇게 보이던가요? 당시 조선에서는 정조를 강제로 빼앗기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답니다. 모르긴 해도 일본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어떤 소녀가 죽음과 다름없는 길을 스스로 택해서 그 길로 갔다는 말입니까? 그 고통을 겪은 분들의 고뇌에 찬 증언을 어찌 거짓으로 본다는 말입니까? 노예적인 위안부 이야기는 사실 오래 전에 나온 당신의 선배 작가 고미카와 준페이(五味川純平)의 <인간의 조건>에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지금의 일본 사회가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진실은, 진실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시기의 정치인에 불과한 아베 류의 값싼 역사인식에 기대어 어찌 진실을 왜곡하고 인류보편의 가치를 저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매우 안타깝지만 문필가로서 당신의 생명은 여기까지로 보입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시작한 제 이야기가 꽤나 길어져서 미안합니다. 한때 당신의 충실한 독자였던 사람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에서 더 이상 물의를 빚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김근례 (211.XXX.XXX.222)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며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었군요.
지금이라도 시오노나나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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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12: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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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121.XXX.XXX.96)

확실히 기억은 안납니다만 그녀의 주장은 사람들이 부끄러운 일은 부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라는 것과 죽음을 눈앞에 두고 하루 종일 전투를 하고 난 젊은이들이 위안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며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두 가지 였던 것 같습니다. 호소력 있는 논리로 악을 감추려 했던 그녀의 재주가 정말 가증스러웠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로마인 이야기도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흥미를 살려 가며 역사 이야기를 자기 식으로 엮어책을 팔아먹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나무랄 것은 그녀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녀 자신과 일본인들의 얕은 도덕관념이아닌가 합니다. 흥미만 자극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이라도 하고 또 이런 것에 말려들어가는 저질사회가 문제이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자기에게 이익이 돌아올 것 같으면 어떤 말이라도 서슴치않는 족속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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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5: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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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유 (59.XXX.XXX.6)

저도 로마인이야기를 읽고 우리도 탁월한 문필가에 의해 우리의 고대 역사가 재미있고 알기쉽게 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오노나나미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망의 대상자가 역사를 바라보는 견해가 바르지 못한데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허탈감마저 들었는데 정 위원장님의 정확한 지적의 글을 읽고 전적으로 동감했고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 위원장님의 생각이 그 노 여인에게 전해져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퇴직공무원 나병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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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4: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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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112.XXX.XXX.199)

시오노 나나미를 그렇게 한국 사람들이 무조건 좋아한 것에 대해서 전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완전히 군국주의적인 사고방식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로마제국의 틀에 갇혀 신음한 노예나 피정복민들의 문제를 그렇게 다루지도 않고 넘어가고 오로지 로마인들, 곧 선택받은 상류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도 시오노적인 사고의 틀에 갇혀 있엇기에 그녀의 글을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그가 일본 ㅅ힌문에 연재한 '일본 국민에게 고함'이란 글 모음집에서 야스쿠니 신사의 유슈콴 관람장면 감상을 읽어 보면 피가 거꾸로 흐릅니다. 그녀도 철저한 , 한심한, 너무나 이기적인 일본인일 뿐입니다. 멋진 일본인을 만나기가 이리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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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4: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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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1.XXX.XXX.59)

그녀의 위안부 글 중에서 가증스런 부분은 인도네시아에서의 네덜란드 위안부 부분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위안부들은 강제된 사실이 드러났으니 일본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더군요.
당시 한국의 위안부들은 천황을 위해 '몸을 내던진' 挺身隊였을 뿐이지 강제동원이 아니었다는 것이겠죠. 일시 정복 중이던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여인까지 강제로 끌고간 일본군대가 식민지 한국에서 어떤 짓을 했으리라는 것을 모른체하는 시오노 나나미야말로 인종주의자인게 분명합니다. 유럽을 모델로 한 로마인 이야기로 명성을 얻었으니 유럽 위안부에 대해서는 모른체 할 수가 없었다는 얘기죠. 한국의 나나미 팬클럽 정신차려야 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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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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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두 (122.XXX.XXX.114)

오랜만에 제대로 쓴 글을 보았네요. 잘 지적하였습니다.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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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0: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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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211.XXX.XXX.245)

정달호 선생님의 속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시오미 나나미나 일본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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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09: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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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순 (121.XXX.XXX.213)

참 좋은 글입니다. 이 글을 시오노 나나미 여사에게 보내십시요

병든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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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08: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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