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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말이 많으니
김창식 2014년 12월 12일 (금) 01:54:21
역대정부에서 공직후보자의 과거 언행이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 낙마한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전 국민을 비탄에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수습의 일환으로 새 총리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난맥상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신문사 주필 출신인 문창극 전 후보는 교회에서의 강연 등이 문제가 되어 낙마했으니 ‘글’로써 흥했다가 ‘말’로 침몰한 경우였지요.

문 전 총리 후보자는 그 이전의 언행뿐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해명하고 호소하는 과정에서도 말실수를 거듭했어요. 당시 주목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요. 이를테면, “세월호에 내가 탔더라면 몇 명은 구했을 거”라고 말했어요. 희생자를 안타까워하고 유족을 위로하고자 하는 심정에서 한 말이겠거니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었어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던 관계자와 민관군 잠수사를 모욕하는 뜻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말이었거든요.

문 전 후보자는 사퇴 성명도 변명과 합리화로 일관해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나의 사퇴로 나라의 화합과 통합에 대한 갈등이 심화됐다”는 말도 했지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 자신이 ‘나라의 화합’과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국민을 윽박지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사리에도 맞지 않고 선후도 뒤집는 말이었지요.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에게 책임을 미루는 오연함보다는 “부덕의 소치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을 사죄드린다”고 ‘쿨’하게 물러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공인의 말실수 퍼레이드는 이어집니다. 한 패션그룹 총수인 적십자사총재가 국감 불출석을 따지는 의원들의 질타에 “국제정치학을 전공해서 (국내) 정치는 잘 모른다” 고 한 말은 애교로 보아야 하나요? 집권당 대표는 개헌 필요성 발언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를 둘러싼 논란을 봉합한답시고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유머스럽게 한 말이겠지만, 무슨 병정놀이도 아니고 싸우긴 왜 싸워? 아니, 누가 누구와 싸운다고?

연말을 좀 조용히 넘기는가 했더니 최근 유출된 ‘국정개입 의혹 문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선 실세 의혹이 일부 구체화됨에 국민은 적지 않은 충격과 상처를 입었어요. 그런데도 문건에서 거론된 논란의 당사자는 음모론을 펼치며 나라의 장래를 우려합니다. “그런 소문에 휘둘리는 나라가 걱정이다!” 대통령도 한 말씀 거드시는군요. “내가 겁나는 일이 뭐 있겠느냐?” 자칫 우리 사회의 상식과 국민 정서에 각을 세우는 느낌이어서 불편합니다. 당연히 국민을 무서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잘못 내뱉은 말은 손쉽게 삭제하거나 되돌릴(Delete& Reset) 수 없어 당사자와 상대방의 관계를 해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한마디 한마디마다 발언의 파장을 신중히 따지는 소양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국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막말은 그 폐해가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니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말이란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또는 어떠한 상황과 조건 하에서라도 해야 할 말이 있는가 하면,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거든요. 같은 말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고요. 지적 수준, 판단능력, 균형감각의 문제입니다. 시쳇말로 눈치, 코치, 멘탈의 문제이겠죠. 말에 대한 선인의 잠언은 오늘 날에도 맣은 것을 시사합니다.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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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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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6)
최영신님, 반갑습니다. 자유칼럼을 보시눈군요.
조신천 선배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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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6 12: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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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39.XXX.XXX.180)
박근헤 정부 들어서서 온 국민이 이해할 수 없었던 인사 실패를 요즘 돌아가는 나라꼴로 이해하는 중입니다.
윤창중, 윤진숙, 문창극......
누가 왜 수첩에 그 이름들을 올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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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17: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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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말에 관한 한 다다익해(多多益害)!
저 자신 말을 주이려고 합니다, 김윤옥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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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2 13: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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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217)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허튼 말에 대한 경고 같은데 저는 역으로 자신의 바램을 말로써 공표할 때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속담으로 해석하고 공공연히 "내 수명은 125세다!"를 외칩니다~ ^^
요즘 참, 말 같지 않은 말이 횡행하죠?
댓글은 달았지만 정치행위는 아니다는 판사의 말장난이 그렇고,
찌라시라고 규정하고선 공문서 유출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청와대의 망발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시중에선 "사람은 죽였으나 살인죄는 아니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술좌석의 안주가 되고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가치관입니다
특히나 공인은 그 신분과 직위에 걸맞는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입에서 찌라시니 적폐니가 스스럼 없이 튀어나오고 있으니 난감합니다.가짜니까 그렇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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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4 08: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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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댓글 관심 감사합니다, 인내천 님. '찌라시'라는 말은 '전단'으로 바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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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15: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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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나는새 (211.XXX.XXX.107)
쓰신 글을 보면서 말이나 글을 씀에 있어서 신중하고, 함부로 남을 글이나 말로 매도하는 일이 없어야 겠다는 생각을 거듭 했습니다. 지금까지 철없이 했던 말로 인하여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생각도 간절합니다.
해군에서 장교로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마음이 어느 국민과 다르겠습니까마는, 함상근무를 하면서 습득한 경험과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이 특히 더 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듣고, 선실에 앉아있던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몇날 며칠이나 계속 떠올라서 잠자기 힘들었던 것도 배 안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해군학사장교 1년후배인 문창극총리후보자가 했던 말 "내가 저 배에 타고 있었다면"은 저 역시 가졌던 똑같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때문에 구조에 투입된 분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던 의도는 결코 아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저라도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그 어린 학생들에게 "빨리 상갑판으로 올라가서 라이프 자켙을 착용하고 구조를 기다리자"고 선실을 돌며 소리쳤을 것입니다. 비록 3년여동안의 짧은 함정장교시절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경험이라 아직도 체화되어 있어서 조건반사적으로 "그 때 이랬더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불과 1-20분후면 닥쳐올 엄청난 운명을 모른채 그냥 순종하며 앉아 있던 그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애처롭고 안타깝던 마음을 같은 해군장교로서의 경험이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신 칼럼을 보면서 앞으로 저 자신 말과 글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부질 없는 의견을 쓴 것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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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15:12:34
1 0
김창식 (116.XXX.XXX.184)
조언 감사합니다, 높이나는새님. 제 글도 좀더 정제된 언어로 순화했더라면 하는 대목들이 눈에 띄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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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18: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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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근 (124.XXX.XXX.62)
동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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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18: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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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183.XXX.XXX.85)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말에 대한 정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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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8: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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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6.XXX.XXX.184)
공감과 격려 감사합니다, 홍성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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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18: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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