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칼럼 | 게스트칼럼
     
명절 증후군, 이젠 시어머니가
이상대 2007년 09월 29일 (토) 01:04:23
흔히 명절 증후군을 얘기하면서 며느리들의 고된 명절준비를 언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시어머니들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례#1

“명절이 되니 정말 힘이 듭니다. 아들 내외가 다녀가고 나니 이번엔 딸 내외가 왔다 갔습니다. 먹을 음식 준비도 준비지만 손자손녀 재롱을 보는 것도 겹치니 고역(?)입니다. 지금은 다 돌아가고 부부만 있으니 집안이 다 빈 것 같아 썰렁하기도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한가함 탓인지 온 몸이 나른하고 힘이 쏙 빠지는 것이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그럴 수가! 이 친구 자식사랑이 끔찍하기로 소문나 여느 시어머니완 좀 다르리라 짐작은 하였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안 보았지만 아마도 모든 일을 혼자하다시피 하였을 것입니다. 나이가 하나씩 들어가면서 몸 움직이기도 하루가 다를 터인데도 억척스럽게도 부지런을 떨었나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했습니다.
“추석 대충 넘길 것 같이 얘기하더니 아주 힘들게 보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고, 사람 찾기 같은 프로를 보아도 거의 다 어머니 찾는 것만 눈에 띄나 봅니다. 아들 딸 다녀가는 건 기본인데 금년엔 더 요란스러웠나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만…

원래 며느리가 찾아와 시부모 대접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아들 홀아비 될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자식사랑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건 처음이 중요한데, 이제껏 안 그랬으면 내년에는 답답하더라도 입으로, 손끝으로 하고 몸 움직이는 건 며느리와 딸이 하도록 해 보십시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권하는 것이 나 자신이 생각해도 미련한 짓인 것만 같습니다.”

사례#2

눈을 뜨니 거실이 훤하였습니다. 부엌에선 무언가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 벌써 날이 밝았는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대충 짐작한 탓도 있지만 5시 30분 정도로 짐작하고 서둘러 샤워를 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니 그 때가 새벽 2시 30분경.

사람의 선입견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경험한 한 예이기도 합니다. 보통 늦어도 5시 30분경에는 늘 있는 풍경이었으니까 시간이 상당히 흐른 것으로 지레짐작한 것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새벽 1시경부터 부산을 떨었답니다. 왜? 할 일이 많아서랍니다. 아, 그러면 나중에 며느리 깨워서 같이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나도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추석 전날 며느리와 다정하게 오손 도손 얘기를 나누면서 콩을 까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퍽이나 정겨운 모습에 흐뭇하였습니다. 아마 그 때 얘기가 있었나 봅니다. 임신을 하였다고, 5주가 지났다고 듣게 된 모양입니다. 그 뒤 몇 번인가 무어라 걱정하는 것이 심상찮다 하였더니, 꼭두새벽부터 혼자서 차례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짐도 많고 하여 아이들을 태워다 주려고 나섰습니다. 차가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졸기 시작하여 되돌아올 때도 졸고, 집에 와서도 졸고, 계속 졸았습니다.

밤새 실컷 자고 나서 다음날 하는 말이 몸이 찌뿌드드한 것이 말이 아니라고…몸이 개운하지 않답니다. 그러게 몸 생각해서 일을 해야지, 무슨 황소나 되는 것처럼 미련하게 일을 한단 말입니까? 나이 든 분들 정말 갑자기 무리한 일은 삼가기 바랍니다.

이 땅의 시어머니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태생으로 육군장교 출신의 농업인입니다. 1989년부터 15년간 전북 무주의 산간오지에서 혼자 염소, 닭 등 가축을 방목 사육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정리하고 뒤늦게 컴퓨터를 배워 포토샵과 연관하여 디카의 유용성을 알게 되어 이 공부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