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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 만국 박람회
유능화 2014년 12월 24일 (수) 07:10:33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늘 나와 같이하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색연필, 샤프펜슬, 지우개, 만년필, 그리고 자입니다.

색연필은 주로 신문을 읽을 때 사용합니다. 중요한 대목에 이르면 정성스레 자를 대고 빨간 줄을 긋습니다. 모 일본 사업가가 한다는 방식을 흉내를 내다보니 어느덧 습관으로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빨간 줄을 치면서 읽으면 짧은 시간에 정독을 하게 되고, 제대로 읽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빨간 밑줄을 친 기사를 포함한 섹션은 인터넷 신문을 통해 클리핑을 해서 원노트(One Note)나 에버노트에 저장합니다. 나만의 신문 스크랩 요령입니다. 좋은 내용의 기사를 한 번만 보고 버리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어서 이렇게 저장해 두었다가 시간이 나는 대로 반추해서 소화를 시킵니다.

책을 읽을 때는 꼭 샤프펜슬을 사용해 중요한 구절이나 키워드에 밑줄을 긋습니다. 성격이 털털한 편이지만 꼼꼼히 책에다 샤프펜슬로 밑줄 치는 것을 보고 아내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들이 밑줄을 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책은 도리어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좀 이상한 버릇입니다. 그래서 책을 소중히 하고 예를 갖추며 읽는 방법의 하나로 샤프펜슬을 사용합니다. 그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밑줄 친 부분만 읽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무척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지는 것도 중요한 소득입니다.

까마득한 초등학교 시절에는 물론 연필을 사용해서 필기를 했습니다. 주로 국산 연필로 동아연필과 문화연필을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칼로 연필을 깎을 때면 나ant결이 달라서 한쪽은 잘 깎이지도 않고 다른 쪽은 뭉텅 떨어져 나가 애를 먹은 때도 많았습니다. 이따금 일본 Tombow사의 잠자리표 연필을 사용한 기억도 납니다. 잠자리표 연필은 촉감도 좋고 심이 강해서 잘 부러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좋아했습니다.

연필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지우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연필 끝에 달려 있는 지우개는 성능이 별로 안 좋아 지우다 보면 종이가 찢어지거나 지운 후에도 흔적이 남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구점에 가서 지우개를 찾아보니 일본제가 많습니다. 국산 지우개는 예전 연필처럼 경쟁력이 없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합니다.

   
요사이 새로 추가된 문구가 있는데 바로 만년필입니다. 만년필은 사용한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까마득합니다. 볼펜의 편리성 때문에 밀려난 만년필입니다. 하지만 스케치나 일러스트용으로 만년필을 다시 사용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구입한 만년필은 독일제 LAMY인데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좋다고 해서 샀습니다. 스케치할 때 부드러운 감촉이 아주 좋습니다. 스케치만 하기에는 아까워서 요새는 가끔 차트 작성할 때도 만년필을 사용하곤 합니다. 어떤 환자는 내가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을 아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만년필을 사용하는 의사선생님은 처음 보는데요.” 하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문구류를 나열하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색연필은 국산 문화연필, 샤프펜슬은 미제, 지우개는 일제, 만년필은 독일제. 세계 각국의 문구가 내 책상에서 저마다 존재가치를 자랑하고 있으니 필기구 만국 박람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세계의 경제가 얼마나 밀접하게 돌아가는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오늘따라 내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필기구들이 더욱 정답게 느껴집니다.

경복고, 연세의대 졸업. 미국 보스톤 의대에서 유전학을 연구했다. 순천향의대 조교수, 연세의대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에서 연세필 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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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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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근 (58.XXX.XXX.187)
동심을 자극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몽당연필을 볼펜의 빈 대롱에 끼워 사용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선생님이 사용하신다는 필기구 중에서 지우개 만큼은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하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국산 지우개도 품질이 좋습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므로 그들이 제품 생산력과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움이 될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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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09: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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